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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검찰도 잘못 인정…추행 혐의 성소수자 군인에 ‘무죄 구형’,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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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된 성관계, 법으로 다루는 것은 잘못”

4월 대법 전원합의체 판결 영향 끼친 듯


한겨레

한국여성민우회와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의전화 회원들이 2017년 5월25일 오전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군형법 92조의6 폐지와 차별금지법 제정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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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대법원이 동성 군인과 사적공간에서 합의하고 맺은 성관계는 군형법상 추행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놓은 뒤 동일한 혐의로 기소된 다른 사건 피고인에게 검찰이 최근 무죄를 구형했다. 1948년 관련 법조항이 만들어진 뒤 대법원 판결로 70여년 만에 판례가 바뀌면서 검찰도 이를 수용한 것이다.

27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26일) 서울북부지법 형사항소1-2부(재판장 한성진) 심리로 열린 예비역 중위 ㄱ씨의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군형법상 추행 혐의로 기소된 ㄱ씨에게 무죄를 구형했다. ㄱ씨 재판을 방청했던 군인권센터 김형남 사무국장은 “(재판에서) 검사가 자리에서 일어서 두 손을 모으고 말하길 ‘누군가 이러한 행위에 대해 불만을 가질 수 있고, 윤리적으로 비난할 수도 있지만 검찰 내부 논의 결과 합의된 성관계를 법의 영역에서 다루는 것은 잘못되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를 법의 영역으로 가져 온 것은 국방부의 잘못된 판단이므로 무죄를 구형한다’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ㄱ씨는 현역 육군 장교로 복무하던 2017년 6월 다른 부대 장교와 성관계를 했다는 이유로 군검찰에 의해 재판에 넘겨졌다. ㄱ씨가 같은달 만기 전역하면서 사건은 민간 법원에서 다뤄졌다. 1심에서 검찰은 징역 2년을 구형했지만, 2018년 2월 서울북부지법 형사9단독 양상윤 판사는 군형법상 추행죄(군형법 92조6항)가 생긴 이래 처음으로 “동성 군인 간 합의에 의한 성관계 처벌은 위헌적”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검찰은 불복해 즉시 항소했고 시간은 4년이 훌쩍 지나버렸다. 쟁점이 동일한 관련 사건이 대법원에 계류돼 있었고, 92조6항은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제기한 헌법소원과 위헌법률심판제청 결과가 수년째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찰이 ㄱ씨에게 무죄를 구형한 데에는 대법원 판결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는 영외 숙소에서 합의 하에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기소된 두 군인에게 “사적 공간에서 자발적 합의에 따른 성행위를 한 경우를 처벌하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군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며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판결 뒤 줄곧 멈춰있던 ㄱ씨의 재판이 재개된 것이다. 이번 대법원 선고로 군사법원에 계류 중이거나 파기환송된 사건들의 피고인도 혐의를 벗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검찰이 재판부에 무죄 선고를 요청했기 때문에 ㄱ씨 사건은 2심에서 무죄가 나오면 그대로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 ㄱ씨를 대리한 김인숙 변호사는 “(ㄱ씨가) 마음고생을 많이 했는데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검찰이 무죄를 구형하는 경우가 흔치 않기에 놀랐다”며 “헌재도 빨리 결론을 내줘야 한다. 이번 대법원 판결 전 유죄가 확정된 사람들은 동성 간 성관계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됐는데, 헌재가 군형법상 추행죄에 대한 위헌 결정을 한다면 이들도 재심을 통해 구제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ㄱ씨에 대한 2심 선고는 다음달 23일 이뤄질 예정이다.

▶관련기사: 동성군인 합의 성관계 무죄 판결…“70년 만에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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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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