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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제재 막자, 美는 오히려 쾌재 부른다? 중·러의 자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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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러시아가 상임이사국으로서의 비토(vetoㆍ거부)권을 사용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 대북 제재 결의 채택을 막아선 건 결국 스스로의 외교적 입지를 좁히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향후 수순은 기존 제재의 강화, 즉 북한의 제재 위반 행위를 지원한다는 의혹을 받는 중·러를 타깃으로 한 압박 강화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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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현지시간) 촬영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 모습. 신규 대북 제재 결의 표결과는 무관한 자료 사진. Manuel Elias/UN Photo/Handout via Xinhu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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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박 명분 챙긴 美



26일(현지시간) 유엔 안보리가 표결에 부친 결의안에는 13개 이사국이 찬성했지만,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해 채택이 불발됐다. 안보리에서 대북 제재 결의안이 표결까지 갔다가 부결된 건 처음이다. 그간 유엔 안보리에서 나온 대북 제재 결의 10개는 전부 표결 결과 만장일치였거나, 혹은 표결에 부칠 필요도 없이 컨센서스(합의)로 통과됐다.

당시엔 제재에 찬성 표를 던졌던 중ㆍ러가 4년여만에 재개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도발을 두둔하고 나선 건 '자기 부정'이나 마찬가지라는 비판이 거세다. 북한이 ICBM을 쏘거나 핵실험을 하면 자동으로 대북 유류 반입을 더욱 제한하기로 약속한 '트리거(triggerㆍ방아쇠)' 조항(2017년 12월 2397호)까지도 중ㆍ러의 반대로 무용지물이다.

제 손으로 만든 방아쇠도 못 당기게 하더니, '그때는 틀렸지만 지금은 괜찮다'는 식의 논리로 안보리 공동 대응을 무력화한 셈이다. 한·미는 조만간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안보리는 이에 대응해 다시 신규 대북 제재 결의를 추진할 텐데, 이 때도 중ㆍ러가 거부권을 사용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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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한ㆍ미ㆍ일 등 유엔 회원국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 발사를 공동 규탄하는 모습. 유엔 웹 티비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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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 뒷문 단속 강화



이처럼 북한이 노골적으로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데도 번번이 추가 제재 채택에 대해 발목 잡기가 이뤄진다면, 국제사회가 택할 수 있는 다음 선택지는 기존 제재망을 더 강력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즉, 추가 제재를 막고, 기존 제재의 '뒷문'을 열어준다는 의혹을 받는 중·러의 부담을 높이는 방법이다.

특히 표결을 주도한 미국으로선 이번에 ICBM 도발에도 제재를 채택하지 못한 게 오히려 중국과 러시아의 제재 위반 행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명분을 확보한 게 될 수 있다.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ㆍ개인 제재)이 본격화할 여지도 더 커졌다.

그간 북한은 대북 제재를 우회해 공해 상에서 유류를 밀반입하고 석탄을 불법 수출했는데, 당장 이런 선박 간 불법 환적 행위에 대한 단속 강화가 우선 이뤄질 수 있다. 이럴 경우 불법 환적 행위에 주로 가담하는 것으로 지목되는 중국 및 러시아 선박이나 선사도 함께 타깃이 된다.

이와 관련, 지난 23일 일본에서 열렸던 쿼드 정상회의에선 인도ㆍ태평양의 불법 조업 관련 공동 감시 및 대응을 위한 새로운 이니셔티브에 합의하기도 했다. 공동성명에 따르면 인·태 국가들 및 역내 인도양과 동남아, 태평양 도서 지역 내에 만들 정보 융합 센터에 기술과 훈련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22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인도 등 거점에 감시 센터를 두고 위성 기술을 활용해 역내 해상에서 벌어지는 불법 어업 행위를 공동 추적하는 구상"이라며 "송신기를 몰래 끄고 다니는 선박도 잡아낼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명목은 불법 조업 단속이지만, 이렇게 되면 그간 대북 제재의 가장 큰 구멍으로 꼽혔던 북ㆍ중 간 불법 해상 환적도 단속 대상에 포함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에 발표된 쿼드의 불법 어업 단속 구상은 미국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인 '통합적 억지력 구축'의 일환"이라며 "향후 미국은 대북 제재를 비롯한 안보 이슈 다방면에서 동맹 간 유기적 공조를 통해 중국과 북한을 복합적으로 억제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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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쿼드 정상회의 공동성명에 명시된 '해양 영역 인식을 위한 인도 태평양 파트너십(IPMDA)'. 공동성명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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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韓도 함께 공조



윤석열 정부는 북핵ㆍ미사일 관련 국제 사회의 대북 압박 전열에 적극 동참한다는 방침이다. 26일(현지시간) 안보리 회의에 이해 당사국으로 참여한 조현 주유엔대사는 결의안 채택 부결 직후 "북한뿐 아니라 다른 대략살상무기(WMD) 확산 세력에게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고 뭐든 할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비판했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도 27일 논평을 내고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이 지속되고, 핵실험 강행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에서 안보리 신규 대북제재 결의가 대다수 안보리 이사국의 찬성에도 불구하고 채택되지 못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안보리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를 크게 훼손시키는 것으로서, 안보리 이사국들은 북한의 안보리 결의 위반에 대응하고 비핵화를 달성할 수 있도록 책임 있는 역할을 다 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 사실상 중ㆍ러의 책임 방기를 대놓고 지적한 거란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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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발언하는 조현 주유엔대사. 유엔 웹티비 캡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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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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