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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World Now_영상] 브라질 경찰, '최루가스 가득' 트렁크에 흑인 가둬 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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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브라질 북동부 세르지피주 움바우바.

경찰 순찰차의 열린 트렁크 틈새로 뿌연 연기가 뿜어져 나옵니다.

안에 탄 누군가의 다리가 삐져나와 발버둥을 치는데 경찰은 사람이 나오지 못하게 트렁크 문을 꼭 누르고 있습니다.

트렁크에 탄 남성은 제니발도 데 헤수스 산투스라는 이름의 38살 흑인 남성.

경찰들은 남성의 발길질이 멈출 때까지 트렁크를 열지 않았고, 뒤늦게 병원으로 옮겨진 산투스는 결국 숨을 거뒀습니다.

브라질 경찰이 과거 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처럼 한 흑인 남성을 가스에 질식해 숨지게 한 것입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이 사건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널리 퍼지며 브라질 전역에서 공포와 분노를 촉발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현장에 있었다는 그의 조카는 삼촌이 체포될 당시 무장하지 않았는데도 경찰이 그에게 가혹행위를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경찰이 최루탄을 차 안에 던져넣었다"며 "삼촌이 심장이 안 좋고 조현병 탓에 정신적인 문제도 있다고 말했지만, 경찰은 고문을 멈추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대낮에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었지만 경찰이 물러나라고 소리쳐 아무도 손을 쓰지 못했습니다.

경찰은 산투스가 강하게 저항했다며 경찰서로 호송하는 과정에서 상태가 안 좋아졌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산투스의 조카는 경찰이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삼촌을 멈춰 세운 뒤 셔츠를 들어 올려 보라고 지시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경찰이 약 봉투를 발견했고, 경찰에게 삼촌의 정신병 치료약이라고 알렸지만, 그때부터 경찰은 돌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을 '브라질판 플로이드' 사태로 보고 있습니다.

사인은 2020년 5월 백인 경찰의 무릎에 목이 짓눌려 숨진 미국 비무장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와 마찬가지로 질식사였습니다.

움바우바에서 격렬한 항의 시위가 벌어지는 등 논란이 커지자 브라질 연방 경찰은 이번 사건을 조사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연방 교통경찰도 당국의 조사에 협조하겠다면서 연루된 경찰관을 정직 처분했다고 밝혔습니다.

브라질 경찰은 과도한 폭력성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이번 사건 전날에도 경찰은 리우데자네이루 빈민가에서 마약 밀매 조직 수색에 나서 총격전 끝에 무고한 일반 시민을 포함해 21명을 사살했습니다.

2020년 한해에만 브라질 국민 6천 명이 경찰의 조준 사격에 희생됐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습니다.

'범죄와의 전쟁'을 공약해 2018년 당선된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취임 직후 "범죄자들은 바퀴벌레처럼 거리에서 죽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신정연 기자(hotpen@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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