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묻지마 폭행에 뇌진탕 걸린 아기… 엄마 “가해자 부모, 본색 드러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사건 당시 식당 CCTV화면./YTN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조현병을 앓는 남성으로부터 14개월 아기가 ‘묻지마 폭행’을 당해 뇌진탕 진단을 받는 등 피해를 당한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피해 아이의 어머니는 “왜 우리가족이 이런 피해를 겪어야 하냐”며 제대로 된 처벌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신이 피해 아기의 엄마라고 주장한 네티즌 A씨는 지난 25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 판’에 ‘조현병 환자에게 묻지마폭행을 당한 아기의 엄마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A씨는 “뉴스를 접한 많은 분들이 저희 가족의 입장을 옹호해주셨지만 간혹 잘 모르시는 분들이 ‘왜 아이를 바깥에 앉혔나’, ‘아기가 소란스럽게 한 거 아니냐’라고 하는 글을 보면서 가슴이 무너졌다”며 “백번 양보해서 설사 그랬다 치더라도 그게 아기가 묻지마 폭행을 당할 만한 이유가 되나”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지난해 12월 30일 경기 김포시의 한 식당에서 20대 남성이 14개월 아기의 의자를 아무런 이유 없이 넘어뜨렸다. /YTN


그는 “일부러 제일 구석자리로 앉았고, 처음엔 유아용 의자도 벽쪽에 놓으려 했다. 그런데 기둥처럼 튀어나온 부분이 있어 의자가 들어가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저는 아이 옆자리에 앉아 있어서 뒤에서 다가오는 가해자를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다섯 살짜리 큰아이도 동생과 대각선으로 마주보고 앉아 있었기 때문에 그 광경을 그대로 목격했고 공포에 질릴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A씨는 코로나 상황 때문에 인근 병원 응급실은 모두 소아 외상환자를 받지 않았다며 다음날에야 김포의 한 병원에서 CT촬영을 했다고 말했다.

A씨는 “뇌진탕 3주 진단을 받았다. 저는 아이가 밤에 못자고 보채기만 해도 그 사고 여파인지 계속 걱정하며 불안해하고 있고 아이가 클 때까지 살면서도 계속 그럴 것 같다”면서 “저도 사고 장면이 머릿속에서 반복재생 돼 불면, 불안, 과민, 우울, 외상 후 스트레스 등으로 계속 정신과 진료를 받아오고 있다”고 피해를 호소했다.

그는 가해 남성 측으로부터 맞고소를 당했다면서 “가해자 엄마는 전화해서 따지듯 자기아들도 옆 환자를 때려 퇴원당하는 등 아이 아빠(A씨 남편) 때문에 증세가 심해지는 피해를 입었으니 서로 고소취하하고 치료비도 각자 부담하자며 본색을 드러냈다. 그게 맞고소의 목적이었던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뒤통수 두 대 맞아서 조현병이 더 악화되었다니. 그럼 자기 키보다 높은 의자에서 패대기쳐진 14개월 아기는 어찌 되겠나”라고 했다.

A씨는 “도대체 왜 저희가족이 이런 피해를 겪어야 하나. 그럼 제 남편은 딸이 눈앞에서 습격을 당해 쓰러지는걸 보고도 가만히 있어야 했나. 그러지 않아서 맞고소를 당해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을 겪어야 하나”라며 “도대체 누굴 위한 법인지, 그런 법으로 구현되는 정의란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했다.

그는 “그저 운 좋게 안 만나길 바라고 살아야 하는 건가. 모든 조현병 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면 안 되지만 적어도 이번처럼 범죄를 저지른 정신질환자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처벌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원칙이 통하는 사회가 되도록 부디 법과 제도가 개선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사건은 지난해 12월30일 경기 김포시의 한 식당에서 발생했다. 가해 남성인 20대 B씨는 갑자기 다가와 아기가 앉아있던 의자를 던지듯 밀어 넘어뜨렸고, 아기는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졌다. 아기 옆자리에 앉아있던 A씨는 놀라 다급히 일어나 아이를 챙겼고, A씨의 남편은 식당을 빠져나간 B씨의 뒤를 쫓아가 그의 뒤통수를 두 차례 때렸다.

이후 B씨 측은 이를 문제 삼아 A씨 남편을 폭행 혐의로 맞고소했다. B씨 부모는 “당시 B가 조현병과 양극성 장애로 치료를 받다가 퇴원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폭행으로 상태가 악화해 경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A씨 남편의 행위는 사건이 종료된 이후 이뤄졌기 때문에 정당방위가 성립하지 않았고, 현재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김가연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