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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김예지 의원 “너 죽고 나 죽자는 말, 나도 엄마한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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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중증장애인 참사 분향소’ 찾아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죽은 분들과

여러분의 귀와 입, 손이 되겠다”


한겨레

27일 오전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삼각지역에 설치된 발달장애인 추모 분향소를 방문해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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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어머니도 제가 중학생 때 그런 말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너 죽고 나 죽자’는 말. 이런 말을 들어보지 않은 장애인 자녀는 손에 꼽을만큼 적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때 어머니께 ‘내 인생은 나의 것이고, 그 끝은 내가 결정하겠습니다’ 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소리없이 죽어간 (나의) 동료도 그런 생각을 했을 겁니다”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과 가까운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개찰구 인근에 마련된 ‘발달·중증장애인 참사 분향소’를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찾았다. 김 의원은 시각장애인 정치인이다. 김 의원이 발언을 하고 분향소에 조문하는 동안 30여명이 숨을 죽이고 지켜봤다. 장애가 있는 자녀를 둔 전국장애인부모연대(부모연대) 회원들은 눈시울을 붉히고,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눈을 질끈 감았다.

분향소는 최근 연이어 극단적 선택을 한 장애인 가족을 추모하기 위해 부모연대와 전장연이 전날(26일) 설치했다. 앞서 지난 23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 아파트 화단에서 40대 여성과 발달장애가 있는 6살 아들이 숨진 채 발견됐다. 같은 날 인천 연수구의 한 아파트에서도 뇌병변 1급의 중증장애인인 30대 딸에게 수면제를 먹여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60대 여성 ㄱ씨도 경찰 조사를 받는 중이다. ㄱ씨는 딸을 살해한 뒤 수면제를 복용해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지만 집을 찾은 아들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ㄱ씨는 딸을 30년 넘게 보살펴 온 것으로 파악됐다.

김 의원은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죽어야만 했던 분들에 대해 우리 모두 관심 갖고 함께해야 할 때이다. 우리의 존엄은 누가 챙겨주지 않는다. 스스로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여러분들의 작은 목소리, 소리 없는 아우성을 중간에서 전달하는 역할을 하겠다는 마음을 다짐하며 이 자리에 섰다. 항상 ‘준비된 가해자’여야 하는 (장애 부모의) 입장을 왜 이해 못 하겠는가. 이제는 우리가 어려움을 나누겠지만 어떤 상황에도 살인은 이해되어선 안 된다”고도 했다.

김 의원은 정치인으로서 부모연대와 전장연이 요구하는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 등의 정책이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는 “항상 우리의 목소리는 나중에 반영된다. (정책 수혜를) 직접 받을 사람들의 입장이 먼저 반영되도록 여러분의 귀와 입, 손이 되겠다”며 “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는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에 있다. (이것이) 자리잡도록 힘을 보태야 한다”고 말했다.

박경석 대표는 “다음에 또 누군가가 죽어서 또 조문을 하고, 국가 책임을 또 외치는 일은 단연코 없어야 한다. 더 이상 이렇게 (장애인 가족이) 죽을 순 없다.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조차 보장하지 않는 대한민국 사회에 더이상 침묵하지 않겠다”고 했다.

▶관련기사: 같은 날 ‘가족의 종말’ 선택한 장애 자녀 부모…“국가는 없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44183.html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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