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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제재 결의안 처음으로 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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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개국 중 13개국 찬성에도

거부권 쥔 중-러 반대로 부결

사상 첫 부결로 안보리 권위 실추도


한겨레

26일 오후(현지시각)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표결에 부쳐진 새 대북 제재 결의안이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됐다. 유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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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주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새 대북 제재 결의 채택이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실패했다. 안보리에서 표결을 통해 대북 제재 결의안이 부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7일 <에이피>(AP) 통신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안보리는 전날 오후(현지시각) 북한에 대한 원유 및 정제유 공급량을 기존보다 25%씩 삭감하는 내용을 뼈대로 미국이 초안을 작성한 새 대북 제재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다. 미국·영국·프랑스 등 3개 상임이사국을 비롯해 모두 13개국이 찬성해 통과에 필요한 찬성표(9표)를 훌쩍 넘어섰지만, 거부권을 쥔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해 부결됐다.

표결 직후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 대사는 “실망스런 결과지만 놀랍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올 들어서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6발을 포함해 탄도미사일 23발을 발사한 것은 세계 평화와 안보에 중대한 위협”이라며 “북한이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지속하고 있는 것은 국제사회가 직면한 명백하고 임박한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장쥔 주유엔 중국 대사는 “북-미 대화의 결과로 북한이 취한 긍정적이고 선제적 조처에 미국이 호응하지 않는 것이 지금과 같은 정세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한반도 긴장 고조 속 중국은 모든 당사국이 냉정을 유지하고 긴장과 오판을 부를 수 있는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고 촉구해왔다”며 “안보리는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해야 하며, 상황이 통제 불능 상태로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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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 대사가 5월 순회 의장 자격으로 26일 오후(현지시각) 열린 안보리에서 새 대북 제재 결의를 표결에 부치고 있다. 유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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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의안은 부결됐지만, 미국으로선 추가 대북 제재에 소극적이던 이사국들을 설득해 찬성으로 돌아서게 한 것을 성과로 꼽을 만하다. 실제 지난 11일 열린 공개회의 때만 해도 가봉·가나·인도·케냐·멕시코·아랍에미리트 등 6개국은 기존 제재 이행 강화와 외교적 노력 등을 강조하며, 신규 제재에 대해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코움비 미쌈보 주유엔 가봉 대사는 당시 회의에서 “북한은 가장 포괄적이고 강력한 수준의 제재를 받고 있지만, 핵 프로그램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며, 미국 쪽에 즉각적인 협상 재개를 촉구하기도 했다.

임박한 것으로 평가되는 북한의 7차 핵실험 뒤 다시 추진될 것으로 보이는 새 대북 제재 결의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정치적 부담’이 커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이같은 정치적 셈법에 따라 미국이 부결이 뻔한 결의안을 무리하게 표결에 부치면서, 안보리의 권위를 스스로 무너뜨렸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앞서 북한이 1차 핵실험을 실시한 직후인 지난 2006년 10월 채택된 결의 1718호부터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5형’ 시험발사와 함께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직후인 2017년 12월 채택된 결의 2379호까지, 지난 9차례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는 모두 만장일치로 통과된 바 있다.

외교부는 오전 대변인 명의로 논평을 내어 “15개 이사국 가운데 13개 이사국의 압도적 지지에도 2개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행사로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이 최초로 부결됐다”며 “북한의 핵실험 강행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에서 안보리 신규 대북제재 결의가 채택되지 못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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