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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 강동원, 송강호의 유사가족 이야기 ‘브로커’…칸 “따뜻” vs “얄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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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훈의 이 칸 저 칸] ⑪ 고레에다 히로카즈 ‘브로커’

고레에다가 연출하고 송강호·강동원·아이유 출연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기 둘러싸고 모인 유사가족

기존 가족 이야기에서 생명에 대한 질문까지 나아가

외신 평가는 호평과 혹평으로 엇갈려…수상 여부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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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현지시각)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75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작 <브로커> 공식 상영회에 참석한 고레에다 히로카즈(왼쪽부터) 감독과 배우 송강호, 이지은(아이유), 이주영, 강동원이 인사하고 있다. 칸/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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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고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

26일 저녁(이하 현지시각),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브로커>가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10분 가까이 이어진 박수 소리에 고레에다 감독은 목례를 하며 감격해했고, 송강호는 손을 흔들며 여유 있는 몸짓을 취했다. 아이유(이지은)는 눈시울이 촉촉해졌고, 강동원은 밝게 웃어 보였다. 이윽고 마이크를 건네받은 고레에다 감독은 계속 박수 받고 서 있게 만들었다는 점을 빗대 “티에리 프리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서스펜스를 잘 만들어 식은 땀이 막 났다”고 농담을 던졌다. 이어 “코로나 기간 동안 영화를 찍느라 힘들었는데, 영화를 여러분과 함께 정상적으로 나눌 수 있어 너무 기쁘고 감사하다”고 했다. <브로커> 시사회 뒤 분위기는, 같은 경쟁 부문에 초청돼 지난 23일 공개된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때보다 더 뜨거웠다.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인 뱅상 랭동이 이례적으로 시사회에 참석한 점도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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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브로커> 스틸컷. 씨제이이엔엠(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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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는 가족의 범주를 확장해온 거장 고레에다가 만들어낸 순하고도 착한 로드무비다. 폭우가 쏟아지던 날, 한 여성이 한 교회에 마련된 베이비박스에 갓난아이를 놓고 사라진다. 교회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비정규직 직원으로 일하던 동수(강동원)와 세탁소 주인이자 입양 브로커인 상현(송강호)은 입양처를 마련해주고 돈을 받기 위해 그 아이를 데려간다. 이튿날 아들의 환청을 들은 엄마 소영(이지은)이 베이비박스를 찾지만, 아들 우성이는 이미 사라진 상태. 소영이 경찰에 신고하려는 순간, 동수는 그를 우성이가 있는 곳으로 데려간다. 소영은 “우성이를 잘 키울 적임자를 찾아주려 했다”며 선의를 들먹이는 상현과 동수가 미덥지 않지만, 이들과 함께 새 부모를 찾는 여정에 오른다.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본 여성청소년계 형사 수진(배두나)과 후배 이 형사(이주영)는 이들을 현행범으로 잡으려 뒤를 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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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브로커> 스틸컷. 씨제이이엔엠(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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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는 가족 아닌 이들이 가족을 이뤄 서로를 보살피는 내용의 고레에다 감독의 전작이자 칸 황금종려상 수상작 <어느 가족>(2018)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성매매로 살아가던 소영은 불법 입양 브로커인 상현과 동수를 만나 오랜만에 가족의 정을 느낀다. 고아원 출신인 동수는 소영을 보면서 자신을 버리고 간 엄마를 이해하게 된다. 이혼으로 자식과 멀어진 상현은 고아원을 떠나 여정에 합류한 소년 해진에게 애틋함을 느낀다. 가족의 결핍은 유사 가족으로 대체되며, 그 과정은 일종의 치유로 기능한다. 특히 극 후반부 소영이 이들 ‘또 하나의 가족’에게 건네는 벅찬 인사는, 팬데믹을 견뎌온 우리에게 보내는 위로로 읽힌다. 참아왔던 누선을 무너뜨리는 건 남다른 선의고, 세상을 지탱하게 만드는 건 작은 환대라는 사실을 거듭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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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브로커> 스틸컷. 씨제이이엔엠(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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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생명에 대한 질문으로 한발 더 나아간다. “태어나기 전 죽이는 것이 태어난 후에 버리는 것보다 죄가 덜하냐”는 소영의 대사는 이를 관통하는 물음이다. 지난 25일 오후, 칸 현지에서 이뤄진 티타임에서 고레에다 감독은 “처음에는 심플하게 아이를 버린 엄마와 브로커가 만나서 유사 가족을 형성해나가는 이야기로 구상했다”며 “그런데 작업 과정에서 리서치를 거듭하고 대사를 써나가면서 더 복잡한 이야기를 생각하게 되고 결국 ‘생명에 관한 이야기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했다. 이어 “유사 가족보다는 한 생명을 둘러싼 선의와 악의가 얽히면서 전개되는 이야기고 그 생명과 부산에서 서울까지 함께 여행을 떠나는 영화”라고 했다.

송강호, 강동원, 배두나, 이지은의 연기는 각각 캐릭터에 딱 들어맞는 느낌으로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앙상블을 만들어낸다. 더불어 송새벽, 김선영, 이동휘, 박해준, 김새벽 등 조연과 특별 출연진도 화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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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브로커> 스틸컷. 씨제이이엔엠(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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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들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미국의 연예 전문 매체 <할리우드 리포터>는 “느리게 시작하는 앙상블 작품인 <브로커>는 잔잔한 로드무비 엔진에 이끌려 꾸준히 끌려가는데, <기생충>의 비극적 가장인 송강호가 이끄는 엄청난 따뜻함이 있다”고 호평했다. 박찬욱의 <헤어질 결심>에 대해 별 다섯개를 줬던 영국 <가디언> 영화 담당 기자 피터 브래드쇼는 “영화는 지칠 정도로 얄팍한 성격 묘사와 범죄 드라마를 넓게 펼침으로 인해 근본적으로 어리석은 결과를 가져왔다”며 “고레에다로서는 보기 드문 미스(실수)”라고 했다. 영화의 감동 포인트는 호평으로, 입양을 위해 아이를 사고판다는 설정은 역겨움을 낳으며 혹평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칸/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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