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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가상화폐는 쓰레기" 라는데…'코인 결제' 도입하는 명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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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홍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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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발렌시아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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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찌에 이어 발렌시아가도 '명품발(發) 코인 결제' 경쟁에 뛰어들었다. 내달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을 결제수단으로 채택할 계획인 발렌시아가는 향후 사용 가능한 가상화폐 범위를 점차 확대될 계획이다.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 '태그호이어' 역시 북미지역에 한해 비트코인·이더리움·시바이누 등 총 12종의 가상화폐를 결제 도구로 선택했다.

그러나 최근 테라(Terra)·루나(LUNA) 폭락 사태로 가상화폐 전반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결제수단으로써 가상화폐의 활용 가치에도 물음표가 찍히고 있다. 가격 변동폭이 큰 가상화폐 특성상 미래 결제도구가 되기엔 자산성이 불안정하다는 지적이다.


카드 대신 비트코인으로…"새로운 기술 적극 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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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태그호이어' 공식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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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발렌시아가는 오는 6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2종의 가상화폐를 결제 도구로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가상화폐 결제가 적용되는 곳은 온라인 매장인 발렌시아가 웹사이트를 비롯해, 미국 뉴욕의 매디슨 애비뉴와 캘리포니아주 베버리힐스의 로데오 드라이브에 위치한 플래그십 스토어다.

발렌시아가에 앞서 가상화폐를 채택한 건 구찌다. 지난 5일 구찌는 뉴욕·LA·라스베이거스 등 미국 일부 지역 매장에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라이트코인 등 가상화폐 10여종을 결제수단으로 채택한다고 발표했다. 가상화폐 지갑을 통해 결제를 실행하는 QR코드를 링크에 포함해 이메일로 전송하면, 고객이 해당 QR코드를 스캔하는 방식으로 결제가 이뤄진다.

마르코 비자리 구찌 최고경영자(CEO)는 "소비자에게 향상된 경험을 제공하고자 지속적으로 새로운 기술을 수용하겠다"며 "가상화폐 결제를 도입하는 건 이를 원하는 고객에게는 자연스러운 진화"라고 말했다.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 태그호이어도 지난 19일 트위터 등 공식 채널을 통해 가상화폐 결제 허용 계획을 전했다. 비즈니스투데이 등 외신에 따르면 태그호이어가 채택한 가상화폐는 비트코인·비트코인캐시(BCH)·도지코인(DOGE)·이더리움·라이트코인(LTC) 등 총 12종이다. 프래드릭 아르노 태그호이어 CEO는 이번 계획에 대해 "가격 변동에도 불구하고 우리 브랜드는 가까운 미래에 전 세계에 도입될 가상화폐를 결제수단으로 채택하기로 결정했다"며 "이 기술은 우리 산업을 크게 변화시킬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같은 신(新)결제 시스템 도입은 급성장한 가상화폐 시장에 맞춰 변화된 결제 환경을 만들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패션업계 전반에 디지털 가상공간을 매개로 한 '메타버스 붐'이 번지면서 이와 연계된 가상화폐에도 자연스럽게 눈을 돌리는 모양새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발렌시아가뿐 아니라 구찌·오프화이트 등 여러 해외 패션 브랜드들이 가상화폐 시장을 눈여겨 보고 있다"며 "패션업계가 최근 메타버스 시장으로 사업모델을 확장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사용될 수 있고 현재 주목도가 높은 가상화폐에 관심이 큰 상황"이라고 전했다.


"대부분 쓰레기…결제수단 아냐"…가상화폐, 불신 증폭

그러나 최근 테라·루나에 이어 비트코인 등 주요 가상화폐 가격도 폭락하면서 가상화폐의 불안정성에 대한 불신도 커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정책 등 외부요인이 대규모 폭락의 방아쇠 역할을 하면서, 가상화폐 투자자들의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실제 지난 22일부터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도 가상화폐의 자산 가치를 두고 비판이 이어졌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예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비트코인은 코인으로 불릴 수는 있지만 돈은 아니다. 안정적인 가치 저장수단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프랑수아 빌레로이 드 갈하우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 역시 "가상화폐는 신뢰할 수 있는 결제수단이 아니다"라며 "누군가는 그 가치에 대해 책임을 져야하고 보편적 교환수단으로 받아들여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경고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구겐하임 인베스트먼트의 스콧 마이너드 최고투자책임자(CIO)도 "(비트코인의) 3만달러 선이 계속 깨진다면 8000달러가 궁극적인 바닥일 것"이라며 "대부분의 가상화폐는 통화가 아닌 쓰레기"라고 지적했다.

가상화폐가 결제수단으로서의 특별한 메리트가 없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된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금이나 일반 카드가 아닌 비트코인으로 결제한다고 했을 때 '대체 어떤 게 좋지?'라는 의문이 드는 게 첫 번째 문제"라며 "이미 6~7년 전부터 가상화폐를 포함한 중복 결제 시스템을 도입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2009년 처음 등장한 가상화폐는 지금까지 13년이란 시간이 주어졌지만 가상화폐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분명한 목적성과 이유를 증명하지 못했다"며 "명품 기업에서 가상화폐 결제를 허용한다는 건 이슈를 이용한 브랜딩에 불과하고 '미래 결제 수단'이라는 점을 자꾸만 주입시키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효진 기자 hyos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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