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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단독] 국세청, 금호건설의 ‘217억 허위·부실계산서’ 눈감아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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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건설이 217억원짜리 허위·부실 세금계산서를 근거로 40억여원의 부가세를 감경받은 것을 국세청이 알고도 눈감아 줬다는 취지의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다.

감사원은 26일 국세청과 조세심판원을 상대로 벌인 ‘국세 불복 제도 운영 실태’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금호건설은 2011년 협력업체 세 곳을 동원해 경기도 부천시의 한 주상복합 신축 사업 시행사의 모(母) 기업 주식을 217억원에 매입하는 식으로 이 시행사를 인수했다.

그런데 금호건설은 217억원을 ‘시행사 인수 비용’으로 신고하지 않고, 세 곳의 협력업체들로부터 컨설팅 용역 등을 제공받고 지급한 ‘용역비’로 국세청에 신고했다. 관련 세금 계산서도 첨부해 제출했다고 한다. 정부 관계자는 “금호건설이 시행사를 인수했다고 신고할 경우, 금호건설은 자회사가 생기는 것이어서 공시 등 각종 복잡한 의무가 생기게 된다”며 “인수 비용을 용역비로 신고하면 법인세 등 세금 감면 효과도 있다”고 했다.

이후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광주지방국세청은 금호건설을 상대로 세무조사를 벌여 40억여원의 부가세를 부과했다. 당시 광주지방국세청은 ‘금호건설이 217억원을 건설사 인수 비용으로 썼으면서 컨설팅 용역을 제공받은 것처럼 사실과 다른 세금 계산서를 발급받아 세금을 감경받았다’고 판단했다. 당시 국세청이 사실 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는 것이 감사원의 판단이다. 금호건설은 곧바로 국무총리 산하 조세심판원에 불복 심판을 청구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6월 조세심판원은 이 사건에 대해 ‘실제 용역 거래가 있었는지 다시 확인해 보라’고 통보했고, 국세청은 그해 7~8월 이 사건을 재조사했다. 광주지방국세청은 이 과정에서 금호건설이 약 175억원을 썼다고 신고한 ‘컨설팅 용역’이 허위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건설이 주상복합 시설을 짓고 있던 경기도 부천시가 아닌 울산시의 아파트 시장 동향 등 엉뚱한 내용이 용역 보고서에 담겨 있었다. 또 광주지방국세청은 재조사 때 금호건설이 42억원을 썼다는 ‘분양 대행 용역’이 실제 있었는지는 확인도 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광주지방국세청은 2014년 금호건설 1차 조사 땐 협력업체가 분양 대행 등의 용역을 수행할 조직·인력 자체가 없다고 판단했었다”고 했다. 2014년에 이미 금호건설의 ‘분양 대행 용역’ 신고가 허위일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걸 알고 있었으면서 정권이 바뀐 2018년엔 이 용역이 실제 있었는지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결국 광주지방국세청은 2018년 8월 금호건설의 용역비 신고가 허위이거나 허위일 가능성이 높다는 걸 알면서도 ‘금호건설이 217억원의 용역을 제공받은 건 사실’이라는 재조사 결론을 내렸다. 이로 인해 금호건설은 최종적으로 40억5000만원의 부가세를 감면받았다. 감사원은 국세청에 이 사건 관련 직원들의 징계를 요구할 방침이었으나 금호건설의 불복 요청을 기각하지 않은 조세심판원의 잘못도 크다는 의견이 많아 ‘주의 요구’로 수위를 낮췄다. 금호건설 관계자는 “당시 용역 계약이 실제로 있었다”고 했다.

[조백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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