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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이혼·재혼 예능의 범람, '자극적 리얼리티 양상쇼' 유행인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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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2' 포스터 사진. 2022.05.25.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2'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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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주희 인턴 기자 = 화목하고 단란한 가족생활을 보여줬던 예능이 송두리째 뒤바뀌었다.

전형적인 가족 형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담은 프로그램들이 시청자에게 낯설게 다가오고 있다. 특히 이혼 프로그램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 2', 재혼 프로그램 MBN '돌싱글즈', 10대 부모를 다룬 MBN '고딩엄빠' 등이 화제다.

우선 '우리 이혼했어요2'는 이혼한 연예인(셀럽) 부부가 다시 만나, 한 집에서 생활해 보는 모습을 관찰한다. 이혼 후 새로운 관계에 대한 가능성 제시가 기획 의도다. 화면 속 보이는 연예인들의 결혼도 비연예인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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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2' 방송 화면 사진. 2022.05.25.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2'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우리 이혼했어요 2'의 일라이·지연수 부부, 나한일·유혜영 부부, 조성민·장가현 부부는 매회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위태로운 모습을 보인다. 이들은 전형적인 고부 갈등부터 쇼윈도, 불륜과 오해 등의 문제들로 보는 이들도 힘들게 한다.

특히, 일라이·지연수의 아들 민수가 일라이에게 "혹시 아빠 결혼했어요?", "같이 살면 좋겠다"라며 무릎 꿇고 기도를 하는 장면은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이런 이혼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등장은 '이혼'을 금기시했던 사회의 분위기와 개인 인식이 변화했음을 알려준다.

실제로 결혼정보 회사 듀오가 미혼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2 혼인 이혼 인식 보고서'에 따르면, 이혼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높아졌다. 조사 결과 이혼에 대한 긍정 응답은 55.3%로 지난해에 비해 51.9% 증가했으며, 부정 응답은 7.9%로 전년 대비 10.1%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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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SBS 신규 예능 기획안 사진. 2022.05.25. (SBS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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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유행을 타고 타방송사들도 새로운 이혼 프로그램 론칭을 예고했다.

SBS는 최근 새 이혼 프로그램 기획안을 내놓았다. "자녀를 위해 3일만 다시 부부가 되시겠습니까?"라는 공고와 함께 참가자 모집에 나섰다. 특히 3박 4일 동안 각종 챌린지를 통해 선정된 우승 팀에게는 자녀의 학자금이 수여된다.

하지만 이 이혼 리얼리티는 선을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모의 이혼으로 혼란스러워할 자녀들을 이용하는 데다, 상금이 걸려있는 기획안이 자극적이기 때문이다.

해당 공고문을 접한 예비 시청자는 "자녀 학자금이 우승 상금이라고 하니 기획 의도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아이한테 또 다른 상처를 안겨줄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아이에게 희망고문인 것 같다" 등이라고 반응했다.

이혼 프로그램과 함께 재혼 프로그램도 화제다. 지난 1월 종영된 MBN '돌싱글즈'는 '한번 다녀온(결혼한)' 이혼 남녀들의 연애부터 동거까지 보여주는 관찰 예능이다. 내달 26일 '돌싱글즈 3'를 앞두고 있다.

이혼과 함께 다시 시작되는 사랑을 보여주는 '돌싱글즈'는 결혼에 어려움을 겪거나 실패한 사람, 재혼을 고민하는 사람들의 사실적인 이야기를 담아 공감을 얻었다. 특히, 윤남기·이다은 커플이 현실 부부가 됨으로써 나타나는 '재혼'에 대한 인식이 이혼과 함께 달라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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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결혼과 이혼 사이' 메인 포스터. 2022.05.11.(사진=티빙 제공)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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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부터 재혼까지 현실적이고 객관적으로 다룬 이혼·재혼 프로그램은 시대의 흐름에 맞게 시청자들의 공감을 충분히 살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제작진들도 '좋은 결혼', '좋은 이혼', '좋은 재혼' 등을 기획 의도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방송됐거나 방송 중인 프로그램들이 제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판단이 많다. 대중이 이혼·재혼이라는 자극적인 소재에 무분별하게 노출될 확률이 큰데, 기획 의도에 비해 프로그램을 만들고 보여주는 과정에 숙고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덕현 문화 평론가는 "이혼·재혼 프로그램들이 '결혼을 하라' '결혼을 하지마라' 등의 메시지를 주는 건 아니다. 관찰 카메라를 통해 보이는 개인의 갈등 상황들을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접근으로 다가가야 하는데, 폭언과 폭력을 드러내는 등 자극적으로 다가오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결혼·이혼이라는 대의명분을 갖고 있지만 사생활을 들여다보는 자극적인 리얼리티 양상쇼를 보여주는 것 같다"라며 "누군가의 사생활 속 치열하게 싸우는 갈등의 양상을 끄집어 내는 것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 수 있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라고 짚었다.

또 "개인의 사생활을 보여주는 만큼 자녀까지 끼어드는 것은 위험한 부분이다. 방송이 아니어도 가족의 불화가 2세들에게는 충격적일 수 있는데, 이 자체를 방송화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큰 문제가 될 것 같다"라고 우려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ahahe00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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