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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96세 CEO 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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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요미우리신문 대표이사인 와타나베 쓰네오는 언론계의 독재자, 막후의 쇼군(정계 최고 실력자), 프로야구의 제왕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일본 현대사의 상징적이면서 문제적 인물이다. 그에겐 ‘최고령 CEO’ 타이틀도 붙어 있다. 그제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연임에 무난히 성공했다. 96세. 기자로 입사해 1991년부터 사장, 회장, 대표이사 등 이름만 바꾸면서 31년째 경영권을 쥐고 있다. 편집과 논설의 사령탑인 주필도 37년째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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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요미우리신문의 와타나베 쓰네오 주필./ NHK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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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세 CEO는 일본에서 특별한 경우이지만 유일한 사례는 아니다. 조사에 응한 5000여 일본 기업 중 80세를 넘긴 대표이사는 64명. 이 중 5명이 90세를 넘겼다. 와타나베 말고도 96세 CEO가 한 명 더 있다. 일본은 고령화가 심각한 나라다.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 54세였던 사장의 평균 연령이 작년 62.5세로 올라갔다. 건강 수명 연장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인지, 기업의 노쇠화인지 논란이다.

▶비판자들은 노욕(老慾), 노해(老害), 치매 경영이라고 한다. 사장이 나이 들수록 기업의 성장세가 둔화된다는 지표도 제시한다. 하지만 다른 사실을 알려주는 지표도 많다. 니혼게이자이가 상장회사 실적을 조사했더니 사장이 나이가 많을수록 흑자를 내는 기업이 많았다. 특히 80세 이상 초고령 사장이 이끄는 기업의 실적이 가장 좋았다. 주가도 가장 높았다. 역동성은 없을지 몰라도 탄탄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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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이 없는 경영자는 대부분 50대, 60대에 도태된다. 대주주라도 특별한 생명력이나 경험의 밀도, 지혜가 없으면 실제로 경영을 총괄하는 대표이사를 유지하기 어렵다. ‘노인 천국’이라는 일본에서도 능력과 실적이 특별하지 않으면 일흔을 못 넘기고 은퇴한다. 경영 분석가 후지노 히데토는 이를 “잔존자(殘存者) 효과’라고 했다. 남들이 은퇴할 나이에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은 오래갈 수밖에 없다는 얘기일 것이다.

▶와타나베는 ‘잔존자’의 전형이다. 나카소네 총리, 야구 스타 나가시마 등 그와 현대사를 함께한 동반자들과 달리 건강을 유지하면서 계속 일했다. 2년 전 94세 나이에 NHK에 장시간 출연해 전성기 못지않은 기억력과 논리력으로 일본 현대 정치사를 회고하는 모습은 많은 일본인을 놀라게 했다. 정치와 유착됐다는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고 지금도 현역 정치인과 부지런히 소통한다. 여전히 요미우리신문에서 가장 정보가 많은 사람이라고 한다. 몸 건강하고 정신 멀쩡하고 회사 잘 돌아가면 백 살 CEO도 가능할 것이다.

[선우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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