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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루나 사태’ 금융 시장 파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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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 사태’ 파장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암호화폐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하락하면서 테라에 이어 다른 스테이블코인의 가격도 급락하는 중이다. 가파르게 성장하던 NFT(대체불가토큰) 시장에도 급제동이 걸렸다. 거래량이 현저히 줄어든 데다, 주요 NFT 프로젝트 최저가도 하락하고 있어 약세장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투자심리 위축으로 증시에도 악재로 작용하면서 글로벌 금융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분위기다. 루나 사태 이후 나스닥지수는 불안한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VC(벤처캐피털) 업계도 충격을 받았다. 최근 암호화폐 거래소나 코인 프로젝트, NFT 등에 관심을 갖는 VC가 크게 늘어난 탓에 이번 사태로 인해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각국 금융당국이 크립토 시장에 대한 규제 강화에 나서면서 암호화폐 시장은 더욱 움츠러들 전망이다. 미국 행정부는 루나 사태를 계기로 거래소와 고객 자산 분리 추진 등 가상 자산을 규제 영역으로 포함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국내에서도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루나 사태로 인한 금융 시장 여파를 짚어봤다.

매경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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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 건전성 도마

▷규제 강화 움직임에 유동성 축소

‘루나발 쇼크’는 스테이블코인 시장 전체를 뒤흔들었다. 무엇보다 루나와 같이 알고리즘 기반의 스테이블코인은 향후 크립토 시장에서 제 역할을 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UST 가격이 급락하자 옐런 재무장관은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언급했고, 특히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코인에 칼을 겨눌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데이(DEI)’ 코인은 지난 5월 15일까지는 약 1달러를 유지했으나, 루나 사태 이후 급격하게 가격이 하락하며 5월 19일 기준 0.6달러 수준으로 반 토막이 난 상태다. DEI는 UST와 마찬가지로 알고리즘으로 운영되는 스테이블코인이다.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하며 DEI 역시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불신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확산된 결과다.

미국 국채 등 실물자산을 담보로 가치를 유지하는 다른 스테이블코인의 위축도 불가피하다. 예치금 담보 스테이블코인인 USDT(테더)는 예전부터 충분한 예치금을 확보했는지 여부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 이번 루나 사태로 인해 USDT와 USDC(써클) 등 예치금 담보 기반의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건전성 여부도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 1위인 USDT는 코인 1개당 가치가 1달러에 고정되도록 설계한 스테이블코인이지만, UST 폭락에 따른 공포 속에 가격이 한때 0.95달러까지 떨어졌다. 이에 투자자들이 약 70억달러(약 8조9000억원)를 인출하는 등 대규모 인출 사태가 발생했다. 실물자산을 담보로 하는 스테이블코인은 UST와 다르지만, 투자자 불안감이 커지면서 ‘패닉셀(공포 매도)’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한대훈 SK증권 애널리스트는 “단기적으로 크립토 시장이 위축될 것으로 예상한다. 인플레이션 압력 등 매크로 환경에 대한 긴장감이 높은 가운데 스테이블코인 규제 강화로 크립토 시장이 유동성 축소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관련 시장 투자심리 급랭

▷블록체인 프로젝트 신뢰도 저하

암호화폐 시장 영향력이 커진 만큼 다른 자산 시장으로의 전이 가능성도 언급된다.

우선 암호화폐와 밀접한 관련성을 가진 NFT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더블록 NFT 차트에 따르면 4월 셋째 주 이후 NFT 주간 거래량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4월 셋째 주 NFT 거래대금은 약 3억6900만달러였으나 ‘루나 사태’가 발생한 이후인 5월 둘째 주에는 약 1700만달러로 급감했다. 주요 NFT 프로젝트도 약세장을 피해 가지 못했다. 5월 초 최저 153ETH(이더리움)에 거래됐던 ‘지루한 원숭이 요트클럽(BAYC)’ NFT는 지난 5월 9일 이후 줄곧 99ETH 수준의 최저가를 기록하고 있다. 상위 10위권 내 NFT 프로젝트인 두들스(Doodles), 사이버콩즈(Cyberkongz) 등도 루나 사태 전과 비교해 최저가가 10~30%가량 하락한 상태다.

이와 관련 모건스탠리는 5월 12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루나 사태 이후 우려해야 할 분야는 NFT 시장”이라며 “NFT 구매자들은 대부분 다른 구매자에게 더 높은 가격에 팔 수 있다는 기대감에 비싼 NFT를 구매한다. 하지만 루나 사태로 이런 기대감이 꺾이면서 투자심리가 악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VC 업계에 미친 파장도 만만찮다. 우선 루나 사태로 암호화폐 시장이 휘청이면서 VC가 투자한 업체가 가상자산과 관련이 있을 경우 프로젝트에서 큰 손실이 났다. 또 최근 금융 관련 스타트업이 루나와 관련된 테라 메인넷(블록체인 네트워크 시스템)이나 앵커 프로토콜에 연관된 경우도 손실이 발생했다. 루나가 잘나갈 때는 연 20% 이자를 보장하는 앵커 프로토콜을 의심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보니 핀테크 스타트업 가운데 앵커 프로토콜에 돈을 예치한 곳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환율과 채권 시장에 미칠 영향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한다. 실물자산을 기반으로 하는 스테이블 코인에서 UST와 같은 대량 인출 사태가 계속될 경우 달러와 단기 국채 매도로 이어져 환율과 채권 시장에서 교란을 일으킬 수 있어서다.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 1, 2위인 USDT와 USDC는 모두 초단기 미 국채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데다 공개한 자산 내역이 검증되지 않아 최악의 상황에서 여파가 어느 정도까지 확산될지 파악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USDT가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 국채 345억달러(약 44조원)를 단시간에 매각할 경우 시장 충격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루나·테라 부활 가능할까

권도형 하드포크 제안에 투자자 92% 반대

지난 4월 한때 119달러까지 치솟았던 루나 가격은 5월 19일 기준 0.00014달러까지 떨어져 사실상 휴지조각이 됐다. 루나와 테라는 살아날 수 있을까.

루나 사태 이후 권도형 테라폼랩스 CEO가 테라 블록체인 부활 계획을 밝히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권도형 CEO는 지난 5월 18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테라 블록체인과 루나의 부활을 위한 거버넌스 투표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그는 앞서 지난 5월 16일 “실패한 테라 USD 코인을 없애고 테라 블록체인의 코드를 복사해 새로운 네트워크를 만들고 싶다”며 테라 생태계 부활 계획을 직접 내놨다. 기술적인 결함 등을 해결하기 위한 블록체인 업그레이드 작업을 뜻하는 하드포크(hard fork)를 통해 새 블록체인을 만들자는 것이다. 이 경우 기존 블록체인은 ‘테라 클래식’과 ‘토큰 루나 클래식’이 되고, 새 블록체인은 ‘테라’와 ‘토큰 루나’가 된다.

투자자들은 이에 “테라 부활은 고래(큰손 투자자)에게만 좋다”며 냉소를 보내고 있다. 테라 블록체인 프로토콜 토론방인 ‘테라 포럼’에 한 회원이 올린 예비 찬반 투표 조사에서 92%가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다만 루나 보유량이 많으면 투표권이 커지는 구조상 소액 투자자의 반대 의견은 반영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루나 전체 보유량 기준 과반인 1억8800만표가 찬성하면 테라 부활 안건은 통과되는데, 실제 투표에서는 90% 가까운 찬성률이 나타났다.

크립토 전문가들도 부정적인 의견이 대다수다.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이자 초기 테라 투자자였던 자오창펑 바이낸스 CEO는 권도형 CEO의 하드포크 제안에 대해 “아무런 가치를 창조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더리움 개발자 비탈릭 부테린 등을 중심으로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이라는 명칭 자체가 과장된 선전용어라는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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