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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달라진 尹대통령…할당제 없다→여성 전문가 셋 한번에 발탁(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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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애·김승희 임명땐 女장관 5명…"약속 지켜 변화 계기 보여드렸다"

WP 기자 질문 '도화선' 분석…어제 軍 인사 땐 지역 안배도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인사 원칙이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오직 능력만 보겠다던 기존 입장에서 '젠더' 등 사회적 요인도 함께 고려하는 쪽으로 방향을 트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은 26일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박순애 서울대 교수를,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김승희 전 의원을 각각 지명했다.

차관급인 식품의약품안전처장으로 오유경 서울대 교수를 낙점했다.

이날 인선이 발표된 세 사람 모두 '여성 전문가' 콘셉트다.

앞서 윤 대통령은 "남은 부처 장·차관을 임명할 때 여성을 우선으로 고려하고, 정 없으면 그때 남성으로 하라"고 인사라인에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다소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일부 있더라도 과감히 여성을 발탁하자는 분위기가 내부에서 형성됐다"고 전했다.

이는 윤 대통령이 그동안 고수해온 인사 원칙과 배치된다.

인수위 단계부터 능력 본위의 인사를 강조하며, 인위적으로 내각의 30%를 여성으로 채우려 했던 문재인 정부와의 단절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그 영향으로 이날까지 임명된 16개 부처 장관 가운데 여성은 김현숙 여성가족부·이영 중소벤처기업부·한화진 환경부 장관 등 3명(19%)에 그쳤다.

하지만, 박순애·김승희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 절차를 무사히 통과해 임명되면 18개 부처 중 5개 부처(28%) 장관이 여성으로 채워지게 된다. 30%에 육박하는 셈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 첫 조각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마지막 개각 때 여성 장관이 18개 부처 중 4곳(22%)이었던 것 보다 높은 비율이기도 하다.

'여성 장관 30%'를 표방했던 문재인 정부 초대 내각 때에는 장관급으로 격상된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을 비롯, 장관급 19명 중 6명(32%)이 여성이었다. 보훈처장을 빼면 장관 18명 중 5명으로 같은 비율이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 교육부 장관 박순애 지명
(서울=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26일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박순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왼쪽부터)를, 보건복지부 후보자에 김승희 전 의원,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 오유경 서울대 약학대학장을 각각 지명했다.2022.5.26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jeong@yna.co.kr


여성 할당뿐 아니라 지역 안배까지 고려하지 않겠다던 애초 원칙에도 균열이 엿보인다.

윤 대통령은 전날 군 수뇌부 인사를 통해 전군 대장 7명을 모두 교체하면서 출신 지역을 서울, 경북(2명), 전북, 부산(2명), 충남 등으로 안배했다.

인사 패러다임 변화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먼저 지난 21일 한미정상회담 후 회견에서 워싱턴포스트(WP) 기자가 "지금 (한국의) 내각에는 여자보다는 남자만 있다"고 지적한 것을 뼈아프게 받아들였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전 세계로 생중계되는 첫 외교 무대 데뷔전에서 새 정부의 양성평등 노력이 부족하다는 '쓴소리'를 도화선으로, 생각을 달리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남성이 지나치게 많은 인사에 대해 거의 모든 언론이 지적했다"며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나온 질문도 거기에 하나를 더 얹는 게 됐다"고 언급했다.

김상희 국회부의장은 지난 24일 윤 대통령 초청 만찬에서 "유감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젠더 갈등"이라며 "선거 때와 대선 이후는 다르다"고 꼬집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당시 "공직 인사에서 여성에게 과감한 기회를 부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선 캠페인 때부터 이른바 '반페미 포퓰리즘'에 경도됐다는 지적이 있어왔다는 점을 의식,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노선을 변경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대남(20대 남성) 구애에 과감히 선을 긋고,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식 선거 전략과 결별했다는 정치적 해석까지 나온다.

강인선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최근 여성에게 공정한 기회를 더 적극 보장하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을 지키는 인사"라며 "최근 국회의장단 만찬에서 한 약속을 실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여러분이 쓴 기사들, 국내외에서 받은 지적들, 야당, 그리고 여당과 대통령실 내부 의견을 차곡차곡 수렴해 변화의 계기를 보여드린 것"이라고 부연했다.

서울대 출신 위주 인사가 여전하다는 비판에는 "그런 지적도 아프게 받겠다"며 "앞으로 인사가 많이 남아있는데 그런 지적을 소화할 수 있는 또다른 후보자들을 찾기 위해 노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번 인사는 정호영 보건복지 장관 후보자 자진사퇴 후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이 관계자는 정호영 전 복지부 장관 후보자 낙마 전부터 여성 발탁에 대한 고민이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여성을 우선으로 발탁하겠다는 기조는 이날 발표된 인선으로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용산에서 새로운 참모들과 함께 일하면서 인사 철학도 조금씩 바뀌는 것 같다"고 말했다.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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