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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말리아 대기근 10년 만에 다시?…갓난아기들이 죽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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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만에 찾아온 최악 가뭄 상황

25만명 숨진 2011년 대기근 떠올려

가뭄에 우크라 전쟁으로 식량 위기


한겨레

지난 24일 소말리아 게도 지역 돌로에 있는 칵사리 난민 캠프.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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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는 현재 영양실조 상태며 두 아이는 굶주림으로 죽었다.”

동아프리카 소말리아의 남부 돌로 마을에 사는 압둘라히 할머니는 최근 한순간에 쌍둥이 손녀 둘을 잃었다. 기아에 시달리던 며느리가 조산한 두 손녀는 채 하루를 견디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장티푸스에 걸린 채 난산을 한 며느리는 담요에 누운 채, 이름을 불러도 고개조차 들지 못하고 있다.

압둘라히의 가족은 두달 전 물과 식량을 찾아 이곳 칵사리(Kaxareey) 피란민 캠프에 왔다. 임시 캠프로 가면 오렌지색 방수포로 만들어진 텐트에 머물 수 있고, 기본 식량을 공급받을 수 있다. 가족들은 이곳에 오기 전까지 죽 한그릇과 동전 몇개를 구하기 위해 구걸해야 했다.

<로이터> 통신은 25일 극심한 기아에 시달리는 소말리아 구호캠프의 풍경을 전하며 장기화된 기근으로 갓 태어난 아기들이 죽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곳에 머물고 있는 스물다섯살 여성 오스만도 한달 전 홍역에 걸린 3살, 4살 아이를 잃었다. 가장 어린 막내 아기만 요람에 남아 있을 뿐이다. 오스만은 “모유 수유조차 할 수 없어 고통스럽다. 아이들이 배고플 때 주변에 설탕물을 구걸하지만 그저 누워 울기만 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아프리카의 뿔’로 불리는 소말리아, 케냐, 에티오피아 등 동아프리카 지역에서 3년 연속 우기가 찾아오지 않아 40여년 만에 가장 건조한 상태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오랜 가뭄으로 콩과 옥수수 등 주요 작물이 메말랐고, 염소나 당나귀 등 가축들도 물을 마시지 못해 곳곳에 숨진 채 쓰러져 방치돼 있다. 이들은 현재 소말리아에 긴급 식량 지원이 필요한 인구가 600만명(전체 인구의 48%)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중 5살 미만의 아동 140만명이 급성 영양실조에 처해 있으며, 가뭄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피난을 간 이들은 올해 1분기에만 50만명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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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과 국제구호단체 등은 소말리아 6개 지역에 번지고 있는 기근을 막기 위해 국제사회의 조기 개입이 중요하다고 알리고 있다. 지난 24일 이 캠프를 방문한 루키아 야쿠브 세계식량계획 동아프리카 부국장은 “기아 위기에서 이들을 구하기 위한 현금 원조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가뭄은 2011년 소말리아를 덮친 대기근에 비견될 재앙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고 이들은 보고 있다. 당시 대기근으로 25만명 이상이 굶주림에 숨졌는데 희생자는 절반 이상이 5살 미만의 아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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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13일 소말리아 주발랜드주 게도 지역 난민캠프를 하늘에서 내려다본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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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국제적십자사가 발표한 ‘소말리아 기아 위기 보고서’(2021~2022)를 보면, 소말리아의 가뭄 상황은 수십년에 걸친 내전과 급격한 기후변화에 최근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겹치면서 더욱 심각해졌다. 지난해 3월 소말리아 정부는 극심한 가뭄으로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올 2월 말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발발하면서 식량 위기가 더욱 심화됐다. 오데사 등 우크라이나 흑해 연안을 출발한 밀은 지중해~수에즈 운하~홍해 거쳐 소말리아를 포함한 동아프리카 국가에 수출된다. 현재 러시아의 흑해 봉쇄로 이 수출길이 막힌 상태다. 유엔무역개발기구(UNCTAD) 자료를 보면, 2018~2020년 아프리카 국가들이 수입한 밀 가운데 우크라이나의 비중은 12%(약 14억달러), 러시아는 32%(37억달러)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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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소말리아 게도 지역 돌로에 있는 칵사리 난민캠프.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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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말리아 북부 도시 부라오의 압둘 리사악 시장은 21일 영국 <텔레그래프>와 한 통화에서 “어떤 곳에선 식량 가격이 우크라이나 전쟁 전에 비해 5배나 올랐다. 우린 매우 불행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세계식량계획은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케냐 등 동아프리카 3국이 이번 전쟁으로 인한 밀 공급 불안정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 내다봤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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