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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 반발에 간호법 제정 '멈칫' ... 왜 이렇게 싸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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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들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간호법 제정 촉구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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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계의 숙원사업이었던 간호법 제정이 과연 성사될 수 있을까.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됐던 간호법 제정안이 결국 상정되지 않았다. 간호법 제정을 주도해온 더불어민주당이 '이달 중 국회 본회의 통과'를 공식화했지만, 의료파업까지 시사한 의사단체 등의 심한 반발을 의식해 국회 차원에서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하지만 법안이 폐기된 것은 아니라서 하반기에 언제든 상정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대확산을 계기로 화두가 된 간호법 제정을 둘러싸고 의료계의 갈등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의협 내부에서도 강성파와 온건파의 의견이 분분해 아직 어떤 행동에 나설 지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앞으로도 간호법 폐기를 위해 간호법의 역효과에 대해 정부·국회 등에 지속적으로 의견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간호협회 측은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간협 관계자는 이날 법사위 상정 불발에 대해 "여야가 정책 협약을 통해 약속한 만큼 간호법 자체에 대한 문제라기 보다는, 국회 법사위 위원장 자리를 놓고 여야가 복잡한 상황인 점이 작용한 것 같다"며 "무조건 강경하게 밀어붙이기만 하면 오히려 반감 여론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으로 당분간 의료계의 뜨거운 감자가 될 간호법의 쟁점과 양측 입장을 들어봤다.

쟁점① 간호사법이 아닌 간호법?


의사들은 간호법의 이름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간호사법, 즉 직업에 관한 법이 아니라 간호 업무를 다루는 직무법이라는 것이다. 의협 관계자는 "변호사법, 공인회계사법, 세무사법 등 모두 직업을 다루고 있으며, 다른 나라들의 간호 관련법도 간호사법, 보건사법 등 직업에 관한 법률"이라며 "간호법은 직업이 아닌 특정 행위를 구분하는 법률인데,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의료와 간호를 구분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간호사 측은 의협의 주장에 대해 트집잡기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간호법 내에는 간호사 뿐만 아니라 전문간호사, 간호조무사에 대한 내용이 함께 묶여 있다. 이들을 별도로 떼어낼 순 없으니 간호법이라는 이름을 지은 것 뿐이라는 것이다. 또 의료과 간호가 행위적으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의료라는 큰 틀에 간호가 포함되며, 다만 의료기관을 중심의 의료법은 만성질환 증가로 확대된 간호의 현실적인 영역을 제대로 담아내기 힘들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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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서울 여의대로에서 열린 '간호법 제정 저지를 위한 공동 궐기대회’에서 대한의사협회 및 대한간호조무사협회원들이 관련 피켓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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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② 의료기관 너머 지역사회까지?


또 다른 논란거리는 간호법 제정안 1조에 들어가 있는 '지역사회'라는 문구다. 제정안에는 '모든 국민은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간호에 관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다'는 표현이 있다.

의협 등은 간호사의 업무 영역이 의료기관 밖으로 확대돼선 안 된다는 논리를 편다. 안 그래도 3교대 체제인 의료기관의 간호사 수급이 어려운 상황인데, 안정적인 출퇴근이 보장되는 노인복지시설, 장기요양기관, 어린이집, 학교 등 지역사회로 영역을 넓힐 경우 인력 유출은 불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또 의사를 배제하고 지역사회로 영역을 넓힌 간호사들이 미숙할 경우 오히려 국민 건강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하지만 간협은 의료기관의 인력 수급 문제는 매년 배출되는 신규 인력을 감안하면 지나친 우려라고 선을 그었다. 게다가 낡은 의료법 때문에 오히려 국민들의 건강이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간협 관계자는 "지자체 등에서 활동하는 간호사들은 의료법 때문에 독거노인을 돌보러 가서도 혈압조차 측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쟁점③ 간호조무사 "우리는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


의협과 함께 간호법 제정을 반대하고 있는 간호조무사협회는 "간호법상 간호조무사가 간호사의 보조업무를 수행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간호조무사의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치과, 한의원 등에서 간호사보다 간호조무사가 월등히 많은데, 간호사 인력 양성만 확대되면 자신들의 설 자리가 없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이시우 변호사는 "간호법은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등 간호인력 모두가 차별 없이 근무환경과 처우개선 등에 관한 정책을 수립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간호조무사가 추가적인 교육을 원할 땐 간호대학에 입학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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