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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무겁게 가라앉은 5월 금통위…아무런 표정도, 미동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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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이후 처음으로 금통위 회의실 공개

기준금리 결정 6인 금통위원 사이에선 침묵만

뉴스1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운데)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2.5.26/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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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성은 기자 = 물가상승률이 5%마저 넘보며 엄중한 상황으로 치달은 5월26일, 우리나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장 분위기는 착 가라앉았다.

우리나라 기준금리를 다수결로 결정하는 금통위원들이 지난 4월에 이어 5월에도 기준금리를 올리면 2007년 7, 8월 이후 15년 만의 두 달 연속 인상 사례로 남게 된다. 역사의 한 장으로 남을 수 있는 이날, 금통위 회의장에는 역력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26일 오전 8시56분 서울 중구 한은 본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실에 박기영·서영경·이승헌·조윤제·주상영 금통위원이 일제히 모습을 드러냈다. 금통위 회의실이 공개된 것은 2020년 1월 이후 처음이다.

이들은 자신의 명패가 놓인 자리에 앉은 뒤 손을 그대로 무릎 위로 내려놓은 채 좀처럼 미동도 하지 않았다. 한은의 부총재인 이승헌 위원이 서영경 위원에게 짧은 인사를 건넸을 뿐이었다.

조윤제 위원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려는 듯 종이에 펜으로 무엇인가를 적었다. 이들 사이에선 침묵만이 흘렀다.

이윽고 8시59분 이창용 한은 총재가 회의장에 들어섰다. 연두색 넥타이를 맨 이 총재 표정에도 역력한 긴장감이 읽혔다. 평소 쾌활한 성격으로 알려진 그 역시 이날만큼은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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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2.5.26/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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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재는 금통위원들과 별다른 대화 없이 의사봉을 두드리며 회의 시작을 알렸다.

"다 수고 많으십니다. 이따가 11시에 뵙겠습니다."

이 총재의 짧은 발언 이후 회의실에서 취재진이 모두 빠져나갈 때까지도 금통위원 사이에선 고요함만이 감돌았다.

이번 회의에는 이 총재를 포함해 금통위원 총 6명이 참석해 다수결로 기준금리를 결정할 예정이다. 금통위 정원은 원래 7명이지만 지난 12일 임지원 금통위원이 임기를 마치면서 1석이 비게 됐다.

현재 금통위는 10여년 만에 최악의 물가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다.

국내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10월 3.2%로 3%대에 접어든 뒤 11월 3.8%, 12월 3.7%에 이어 올해 1월 3.6%, 2월 3.7%를 기록했다. 3월 들어 4.1%로 4% 선을 뚫었으며 4월에는 이보다 더 높은 4.8%로 뛰어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 10월(4.8%) 이후 13년6개월 만의 최대 상승률이다.

향후 물가가 더 오를 것이란 기대 심리 또한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 한은에 따르면 5월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전월 대비 0.2%p 오른 3.3%를 기록했다. 2012년 10월(3.3%) 이후 9년7개월 만의 최고치다. 이로써 기대 인플레이션은 지난 4월(3.1%)에 이어 2개월 연속 3%대를 기록하게 됐다. 한은의 물가 안정 목표치인 2%를 훌쩍 상회한다.

물가가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 심리가 제때 꺾이지 않을 경우 우리나라는 지금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물가 대란에 직면할 수 있다.

이에 금통위의 매파적 발언 수위는 높은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4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한 금통위원은 "물가 기대심리 안정에 최우선을 두고 완화 정도 축소를 선제적으로 일관되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는 매파적 견해를 제시하기도 했다.

시장은 금통위가 이날 기준금리 0.25%p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다.

최근 금융투자협회가 채권운용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가운데 94%는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동결을 전망한 응답자는 6.0%에 불과했다.
se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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