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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인사이드 스토리]롯데 '37조 베팅' 이번엔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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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업 중심으로 역대급 투자 '잃어버린 5년' 끊어낼지 관심 '혁신'으로 '구 롯데' 청산해야 [비즈니스워치] 한전진 기자 noretreat@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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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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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가 '역대급' 베팅을 결정했습니다. 바이오·모빌리티 등 신사업을 중심으로 5년간 37조원을 투자키로 했습니다. 업계는 롯데가 혁신을 위해 돌파구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롯데는 최근 수년간 여러 악재가 겹치며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그룹의 양축인 유통과 화학 모두 흔들리며 '위기'라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이에 따라 롯데는 '새 먹거리' 찾기에 집중해 왔습니다. 이번 투자를 토대로 '뉴롯데'로 거듭나겠다는 것이 롯데의 목표입니다.

이번 투자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혁신 의지가 강하게 녹아있습니다. 신 회장은 "신규 시장 창출"을 매번 강조해 왔습니다. 지난 2월 VCM(옛 사장단회의)에선 "시대 변화를 읽는 미래지향적 경영을 통해 신규 고객과 시장을 창출하는 데에 투자를 집중하겠다"고 했습니다. 지난해 12월 열린 VCM에서도 신 회장은 "양적으로 의미있는 사업보다 고부가 가치 사업을 먼저 우선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투자는 '신사업'에 방점이 찍혀있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바이오‧모빌리티' 진출입니다. 전체 투자의 총 41%인 15조원을 사용합니다. 롯데는 조만간 바이오 신사업을 위해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출범할 예정입니다. 최근에는 글로벌 제약사인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미국 현지 바이오 의약품 생산 공장을 인수했습니다. 롯데는 국내에도 1조원을 투자해 의약품 위탁개발생산을 위한 공장을 신설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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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t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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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 사업 진출도 본격화합니다. 롯데렌탈이 8조원을 투자해 전기차 24만대를 도입합니다. 유통 매장과 연계된 전기차 충전 인프라 사업도 펼칩니다. 이외에도 '하늘을 나는 자동차' 도심교통항공(UAM) 인프라 구축에도 투자합니다. 올해 실증 비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롯데는 미래 모빌리티와 오프라인 매장간의 시너지를 노리고 있습니다. 백화점·마트·편의점·호텔에서 전기차를 충전하고, 더 나아가 UAM의 거점까지 되겠다는 구상입니다.

기존 핵심 사업에 대한 투자도 이어갑니다. 화학 사업에만 9조원 이상을 투입할 계획입니다. 롯데케미칼은 범용 석유화학 사업, 고부가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7조8000억원을 투자해 생산 설비 증설에 나섭니다. 수소‧전지 사업에도 5년간 1조6000억원을 투자합니다.

유통 사업에도 8조1000억원을 쏟아붓습니다. 서울 상암동, 인천 송도 등에서 대규모 복합쇼핑몰 개발을 추진합니다. 백화점에서는 본점과 잠실점 등 주요 지점을 리뉴얼 합니다. 롯데마트는 제타플렉스, 창고형 할인점 맥스, 와인 전문점 보틀벙커 등 특화 매장 확대에 1조원을 투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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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의 매출은 계속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다. /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t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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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투자에 큰 의미가 있는 것은 롯데의 미래 전략이 담긴 '청사진'이 공개됐기 때문입니다. 롯데그룹은 그동안 부침이 많았습니다. 지난 5년은 롯데에게 '잃어버린 시간'과 마찬가지입니다. 2015년 롯데는 경영권 분쟁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란에 곤욕을 치렀습니다.

2018년에도 '국정 농단' 등 정치적 문제로 신 회장이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죠. 이후에도 2019년 일본 불매운동과 코로나19가 확산으로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실제로 롯데그룹의 매출은 2018년부터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번 투자는 그 고리를 끊겠다는 선언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롯데의 앞날은 장밋빛으로 가득할까요. 롯데는 보수적이고 움직임이 무겁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의사 결정 과정이 느린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롯데의 변화에는 긴 시간과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롯데는 여러 차례 혁신을 시도했지만 성공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과거 롯데의 성장을 견인했던 기업문화가 이제는 롯데의 혁신을 가로막는 벽이 됐던 겁니다.

이런 탓에 롯데는 신사업에 진출할 때마다 유독 약한 모습을 많이 드러냈습니다. 진출이 너무 늦거나, 인내심이 부족했던 순간도 많았습니다. 롯데가 최근 진출을 선언한 바이오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드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바이오 사업은 이미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혁신적인 경쟁자들이 입지를 다져놓은 시장입니다. 모빌리티 사업 역시 쉽지 않습니다. 당장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업입니다.

바이오 사업과 모비리티 사업 모두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하지만 빛을 발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겁니다. 롯데가 신사업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의 여부는 '인내심'에 달린 셈입니다. 업계 등에서는 롯데가 과거의 방식을 고집한다면 신사업에서 성공하기가 힘들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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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등 악재가 겹치며 롯데그룹의 주력인 롯데쇼핑의 타격이 컸다. /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t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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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롯데의 대규모 투자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신 회장은 2018년 10월 집행유예 석방 당시 직접 50조원 투자를 선언했습니다. 당시 신 회장은 화학과 건설, 온라인 이커머스에 대대적인 투자를 예고했습니다. 화학과 건설에 20조, 이커머스 사업에도 12조5000억원을 투입해 온라인 사업을 확대한다고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5년 뒤를 돌아보면 양쪽 분야 모두 롯데에겐 아쉬운 결과만 남았습니다.

롯데는 이제 새 출발을 선언했습니다. '뉴 롯데'를 구상하는 만큼 어떤 방식으로든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애를 쓸 겁니다. 화학을 성공시켰던 경험으로 바이오 사업에서도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까요. '유통 맹주'의 위상도 되찾아 올 수 있을까요. '하늘을 나는 차'로 롯데호텔을 가는 날이 정말 올까요.

얼마 전 롯데제과는 '국민껌'으로 불렸던 후레쉬민트를 단종시켰습니다. 껌으로 성장했던 롯데에겐 큰 의미가 있는 일입니다. 껌의 시대 끝났음을 롯데도 인정한 겁니다. 롯데제과가 껌과 이별했듯 롯데그룹은 과거의 롯데와 단절할 수 있을지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롯데그룹의 이번 대규모 투자 성과가 중요한 진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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