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게릿 콜에게 홈런 쳤던 유망주, 그 기억을 머금은 세포들이 깨어난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티비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타자 유망주였던 예전의 기억을 조금씩 찾아가고 있는 SSG 하재훈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지금은 메이저리그 최고 투수 중 하나이자, 메이저리그 투수 중 가장 많은 돈을 버는 선수로 성장한 게릿 콜(뉴욕 양키스)에게도 마이너리그 시절은 있었다. 그리고 그 마이너리그 시절, 콜에게 홈런을 친 유망주가 지금 한국에 있다.

10년 전인 2012년, 마이너리그 퓨처스게임이라는 큰 무대에서 콜을 상대로 홈런을 때린 하재훈(32SSG)이 그 주인공이었다. 고교 졸업 후 곧바로 미국 진출을 택한 하재훈은 공수주 3박자를 두루 갖춘 야수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다. 펀치력이 있었고, 발도 빨랐고, 강한 어깨도 가지고 있었다. 흔히 말하는 ‘5툴 플레이어’의 전형이었다. 더블A까지는 구단 내부에서도 상위 유망주이기도 했다. 퓨처스게임 출전이 이를 증명했다.

하재훈은 마이너리그 통산 627경기에서 38개의 홈런과 58개의 도루를 기록했고, 어깨는 항상 플러스 평가를 받았다. 2013년에는 트리플A 무대까지 승격하며 메이저리그를 눈앞에 뒀다. 그러나 부상 등 이런 저런 문제로 결국 그 꿈을 이루지는 못했고, 이후 일본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 가는 등 어려운 시기를 보내기도 했다.

콜에게 홈런을 쳤던 방망이는 2019년 SSG 입단 이후에 잠시 내려놔야 했다. SSG는 그를 야수가 아닌, 투수로 생각했다. 해외파 트라이아웃 당시에도 야수로 테스트를 받았던 하재훈으로서는 놀랄 일이었다. 그러나 구단의 방침은 방침이었고, 2019년 깜짝 구원왕에 오르며 새로운 인생이 시작됐다. 하지만 하재훈의 마음 한 켠에는 항상 야수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

스스로는 투수보다는 야수가 더 맞는 기량과 성격이라고 생각했다. 2019년 투수로 전향해 구원왕을 차지하기는 했지만, 투수로 이렇게 빡빡한 일정을 소화한 적이 없는 하재훈은 항상 어깨가 아팠다. 그라운드에서의 화려한 모습과 달리, 클럽하우스에서는 항상 어깨 치료를 받으며 고통스러워했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팔이 제대로 올라가지 않았다. 결국 시즌 뒤 용기를 내 김원형 감독에게 포지션 변경을 건의했고, 하재훈의 노력을 아는 김 감독은 이를 수락했다.

그런 하재훈은 24일 인천 롯데전에서 롯데 에이스 찰리 반즈를 상대로 우중월 솔로포를 때렸다. 맞는 순간 확신을 할 수는 없었지만, “베이스가 반가워하더라. 원래 알고 지내던 사이처럼 이야기를 하며 돌았다”고 웃는 하재훈의 타자 귀환 신고식이었다. 수비에서도 7회 좌익수 키를 넘기는 안타를 친 김민수의 2루행을 저지하는 강하고 정확한 어깨를 뽐냈다.

하재훈은 이에 대해 “나도 모르게 내 몸에 감이 있었다. 각도 등 2루가 저기 있다는 감이 오더라”면서 “할수록 감각이 살아나 더 잘할 수 있는 자신감이 있다”고 했다. 김원형 SSG 감독 또한 “첫 선발 출장 당시(잠실 두산전) 볼을 쫓아다니는 것과 타구 판단이 괜찮았다. 지금까지는 비교적 평범한 타구지만, 안정적으로 외야 수비를 해주고 있다”고 칭찬했다.

3~4년 정도의 야수 공백이 있었던 만큼, 아직 예전의 기량을 찾지는 못했다. 이진영 SSG 타격코치는 “아직 부족한 점이 있다”고 웃으면서도 “미국과 일본에서 야구를 했지만, 그쪽과 우리 투수의 성향이 조금 다르다. 타격 전 정보를 주는 게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도 생초보 타자는 아니라 잘 이해한다. 그리고 자신감이 있다”고 격려했다.

당분간은 더 고생할지 모른다. 그러나 마이너리그 시절 유망주로 뽑히며 게릿 콜을 상대로 홈런을 쳐 냈던 이 선수의 ‘야수 DNA’는 아직 몸 깊은 곳 어딘가에 있다. 공격과 수비 모두 이 세포들을 빨리 깨우는 게 관건이다. 그 시기가 빠르면 빠를수록, 하재훈은 더 빨리 예전의 모습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