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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파괴 VS. 문학적 허용, 반복되는 TV 프로그램 제목 표기 논란[SS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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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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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황혜정기자] 한글 파괴인가 문학적 허용인가. 드라마·영화·예능의 제목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2012년 KBS 드라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차칸남자’가 한글단체의 반대로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로 제목을 변경한 이후 한글 맞춤법 표기에 어긋나는 제목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방송된 MBC 오디션 프로그램 ‘방과후 설렘’은 프로그램 론칭 전 ‘방과후 설레임’(2021)이라는 제목으로 홍보했지만 국문표기법에 맞추어 ‘설렘’으로 변경됐다.

한글 맞춤법 표기에 부적절한 제목을 고수하는 작품도 적지 않다. tvN 드라마 ‘우와한 녀’(2013)는 표준어 ‘우아한’ 대신 ‘우와한’이란 당시 유행어를 차용, 논란이 일었으나 제목을 끝까지 고수했다. 영화 ‘반창꼬’(2012) 역시 상업적인 이유로 ‘반창꼬’로 제목을 지었다고 알려져 한글 단체로부터 비판받았으나 끝내 제목을 고수했다.

지난해 인기리에 방영한 댄스 배틀 예능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와 곧 방송을 시작할 ‘스트릿 맨 파이터’ 역시 ‘길거리’를 의미하는 ‘street’의 정확한 외래어 표기
‘스트리트’ 대신 ‘스트릿’이라는 축약어를 사용했다. TV조선 ‘미스트롯’·‘미스터트롯’의 ‘트롯’의 표준어 표기는 ‘트로트’다.

지난달 종영한 Mnet 예능 ‘Zㅏ떼는 말이야’는 Z세대의 면면을 속속들이 알아가는 예능으로 ‘Z세대’(1990년 중반부터 2000년 초반에 출생한 젊은 세대)를 강조하기 위해 ‘라떼’를 ‘Zㅏ떼’로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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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방송을 시작한 KBS 드라마 ‘너에게 가는 속도 493㎞’(이하 ‘너가속’)는 제목 논란의 화룡정점을 찍었다.

제목에 사용된 ‘493’은 배드민턴 경기에서 나온 셔틀콕 최고 속력 비공식 세계기록인 493km/h를 말하는데 속도를 표현하려면 ‘㎞/h’가 정식 명칭이기 때문이다.

이에 다수의 물리학자들은 ‘너가속’ 제목 표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는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물리학자가 보기에 드라마 제목 ‘너에게 가는 속도 493km’는 다음과 비슷하다”며 “최근 정치계 최대 이슈 검수완‘바’, 유 퀴즈 온 더 블럭 진행자 유재‘서’, 대한민국 최고 지식 예능 알쓸신‘자’”라고 적었다.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같은 취지의 의견을 밝혔다. 정 교수는 “세상에나. 이 드라마가 만들어지는 동안 km를 km/h로 표기해야 한다는 걸 제대로 지적한 사람이 없었거나 무시돼 결국 이런 제목이 세상에 나왔다는 게 오히려 신기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속도가 아니라 속력이라고 써야 한다는 건 백번 양보한다 쳐도”라며 “문과 출신을 위한 시적 허용으로 이해해주자는 의견도, 시속인지 초속인지 과학적 열린 결말이라는 의견도 주셨지만 전 접수가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최근 한 언론사의 수습 공채 시험에까지 ‘너가속’의 제목이 문학적 허용인지 묻는 논제가 등장해 기자 준비생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KBS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이라는 점에서 맞춤법을 확고히 지켜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스포츠서울과 통화에서 “공영방송과 민영방송의 언어적 잣대를 달리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KBS가 신중히 판단할 일이라고 본다”며 “문학적 허용이 의미적으로 모순되는 건 맞지만, 그에 대한 허용여부는 다른 영역이다”고 즉답을 피했다.

방송 프로그램 제목에 대해 유연하게 문학적 표현을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윤석진 충남대학교 국문과 교수는 스포츠서울과 통화에서 “‘너가속’은 상징적 비유적 의미로 쓰였던 것이기 때문에 제목상으로만 보면 이것이 ‘배드민턴 셔틀곡 속도’라 얘기한다 하더라도 이정도를 가지고 문제 삼는게 너무 경직된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어 “이렇게 문제제기가 계속되면 문학적 비유나 상징을 쓰기가 어려워진다. 이게 스포츠나 과학 쪽에서 쓰는 용어라면 그럴 수 있는데, 드라마 제목 속에서는 문학적 부분이 더 강하기 때문에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et1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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