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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로로, 타요 없이 아이와 외출하기 [삶과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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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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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이 꺾이고 엔데믹으로 접어들면서 배달 대신 식당을 직접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북적이는 식당에서 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의 손님들을 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미취학 아동의 자리 앞에 가지런히 세워져 있는 스마트기기다. 심지어 아이가 울지 않는데도 당연한 듯이 자리에 앉자마자 설치하는 부모도 있다.

안타깝게도 부모들에게 이런 식의 스마트기기 사용은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이다. 아이가 식당에서 시끄럽게 울거나 짜증을 내면 본의 아니게 다른 손님들에게 피해를 준다. 차분하게 달래서 문제를 해결하면 좋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다. 고된 육아를 벗어나 모처럼 외식하러 나온 부모 입장에서는 이렇게 분위기를 망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이런 총체적 난국에서 스마트기기는 아주 손쉬운 해결책이다. 이 마법의 기계 하나면 아이의 울음과 고성 그리고 돌발행동을 완벽하게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공장소에서 자녀를 통제하기 위한 용도의 스마트기기 사용비율은 48.6%에 달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용도라 할지라도 어린아이에게 전자기기를 오랜 시간 사용하게 하는 것은 생각보다 큰 부작용을 낳는다. 어린 시절부터 중독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세계보건기구(WHO)가 만 2세 미만의 아이에게 전자기기 노출은 치명적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게다가 장시간 사용할 때는 폭력성, 공격성, 충동성을 증가시키는 것은 물론 자기 조절력이나 학습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가벼운 문제로 넘길 수 없다. 2021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영유아(만 3세~9세)의 스마트기기에 대한 과의존 위험군 비율은 28.4%로 조사되었다. 무엇보다 장기간 전자기기에 노출되더라도 아이에게 어떤 부정적 변화가 생겼는지 부모의 눈으로 확인할 방법이 전혀 없다는 사실은 더욱 심각한 부분이다.

필자 역시 쌍둥이가 어렸을 때는 뽀로로와 타요에 큰 신세를 졌다. 쌍둥이 남자아이들을 데리고 식당을 간다는 것은 커다란 도전이었기에, 한때 스마트기기는 필수였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위험한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사실을 여러 매체를 통해 깨달을 수 있었다. 그래서 빠르게 행동을 바꿔 나가기 시작했다. 어른들조차도 사용량을 조절하기 어려운 것이 스마트기기다. 스스로 통제할 훈련이 되지 않은 아이에게는 독이나 다름없다.

일단 병원이나 식당처럼 대기시간이 필요한 곳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이나 장난감, 색연필과 종이 등을 챙겨 나갔다. 이것들로 대기하는 시간을 재미있게 보내는 것이다. 물론 이미 습관이 형성돼 영상을 틀어 달라고 떼를 쓸 수도 있다. 하지만 단호한 태도로 아이를 타이르면 생각보다 빠르게 수긍할 수 있다. 이런 행동이 빠르게 습관이 되면 어렸을 때부터 스마트기기 의존도는 확실히 떨어뜨릴 수 있다.

물론 귀찮고 힘든 방법이다. 하지만 부모가 먼저 스마트폰을 꺼내서 습관처럼 들여다보고 있지만 않는다면 아이는 생각보다 바뀐 환경에 잘 적응할 것이다. 어떤 분야든 간에 어른들이 중독되어 있을수록 아이도 중독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자명하다. 오늘 당장 아이와 식당이나 병원을 갈 때 다른 준비물을 챙겨 보면 어떨까. 어렵게 느껴지는 이 방법이 생각보다 좋은 습관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금방 깨닫게 될 것이다.
한국일보

양원주 수필가·한국전력공사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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