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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말 보다 행동 신호에 '한번 보자'한 격" 北대응 시험대 선 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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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5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3발을 섞어 쐈다. 핵 기폭장치 작동 시험 등 북한의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징후도 구체적으로 포착됐다. 출범 보름 된 윤석열 정부는 핵탄두를 장·단거리에 실어 나르기 위한 미사일 발사 실험,또 제7차 핵실험까지 북한의 다중 도발을 목전에 두게 됐다.

김태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은 이날 오후 용산 청사 브리핑에서 “풍계리 핵실험장과, 다른 장소에서 7차 핵실험을 준비하기 위한 핵 기폭 장치 작동 시험을 하는 것이 탐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풍계리 핵실험장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며 “하루 이틀 내에 핵실험이 실시될 가능성은 작지만, 그 이후 시점에선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국가안보실 1차장을 겸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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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전 서울 용산 청사에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열렸다.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가운데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하여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 박진 외교부 장관, 권영세 통일부 장관, 이종섭 국방부 장관, 국가안보실 김태효 제1차장 등이 참석했다. 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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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처장은 핵실험 시점에 대해선 “아마 북한 지도자도 스스로 결정을 안 했을 것”이라며 “북한 나름대로 당국이 원하는 규모와 성능을 평가하는 핵실험을 위해 마지막 준비 단계가 임박해 있는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7차 핵실험을 위한 준비를 사실상 끝낸 상황으로, 실제 도발시기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판단에 달렸다는 의미다.

합참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평양 순안비행장 일대에서 오전 6시에 ICBM 탄도미사일 1발을 쏜 것을 시작으로 약 37분 뒤에는 SRBM 2발을 5분 간격으로 발사했다. 북한이 과거 단거리 미사일이나 방사포 등 기종이나 사거리가 다른 미사일을 여러 발 섞어 발사한 적은 있지만, ICBM까지 섞어 쏜 건 처음이다.

이를 김 처장은 “한·미동맹에 대한 동시 위협”으로 규정했다. 핵탄두를 장착해 짧게는 국내로, 멀리는 미국 본토까지 쏠 수도 있다는 능력을 북한이 과시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김 처장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 능력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며 “SRBM에 핵탄두를 실을 것이냐 말 것이냐는 북한 선택이다. 모든 미사일은 핵을 염두에 두고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도발 의도에 대해선 “임박한 대한민국의 국내 정치 일정에 개입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생각해봤다”고 말했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6·1 지방 선거를 염두에 뒀을 가능성을 시사한 분석이다. 김 처장은 이어 “새 정부의 안보 태세를 시험해보고자 하는 정치적 의도도 포함돼 있을 것”이라며 “한국과 일본 순방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라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자국 영공에 진입하는 시점과 비슷하게 도발을 시작한 것은 한·미에 함께 던지는 전략적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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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2022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서 5대 그룹 총수 등 참석자들과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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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BM 추정 미사일은 북한이 개발 중인 신형 ‘화성-17형’으로, 뒤이은 2발은 ‘북한판 이스칸데르’라고 불리는 KN-23으로 대통령실은 추정하고 있다. 김 처장은 화성-17형 시험 발사에 대해선 “정상 발사가 아닌 고각 발사로, 멀리 보내는 대신 본인들이 하고자 했던 분리 추진체의 성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었나 판단한다”고 말했다. 뒤이어 발사한 KN-23 2발에 대해선 “핵 장착 후 투발을 할 수 있는 성능 개량의 의도가 내포됐다 본다”고 분석했다.

취임 보름 만에 윤석열 정부의 북핵 위기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새 정부는 말뿐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신호를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보냈더니, 북한이 ‘한번 보자’라며 미사일을 쏜 격”이라며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윤석열식 대북 대응법을 보여주는 숙제를 안게 됐다”고 전했다.

김 처장은 이날 윤석열 정부의 '북한의 군사행동에 대한 3원칙'도 내놨다. ①발사체가 미사일인지 방사포인지 탄도미사일인지 ICBM인지에 대한 정확한 기술②군사 조치엔 반드시 상응하는 후속 조치가 따른다는 것③한·미 군사 협조 태세를 통한 실천과 유엔을 포함한 국제 사회와의 긴밀한 공조를 통한 상황 관리 세가지다. 문재인 정부 시절의 ‘불상 발사체’ 같은 표현을 배제하고, 한·미 연합방위력을 통해 반드시 응징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우리 군은 강원 강릉 인근에서 동해 상으로 현무2 지대지 미사일을 발사했다. F-15 전투기 30여 대를 출격시켜 ‘엘리펀트 워크’(코끼리 행진)를 하는 영상도 공개됐고, 별도로 미군도 에이태킴스 지대지 미사일을 발사했다.

김 처장은 윤 대통령이 확장 억제 실행력의 실질적 조치를 이행하라고 지시한 것과 관련,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가동해 실제 시뮬레이션을 해본다든지 그동안 파행을 겪었던 야외기동훈련을 정해진 일정에 맞춰 정상화할 것”이라며 핵무기를 장착하고 투발할 수 있는 전투기와 핵잠수함, 핵 항공모함 등도 예시로 들었다. 다만 “지금 계획하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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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에 따르면 안보실 권영호 위기관리센터장은 미사일 발사 3분 만인 오전 6시 3분 윤 대통령에게 전화 보고했고, 10여 분 후 김성한 안보실장이 윤 대통령에게 전화로 조기 출근을 권유했다. 오전 7시 10분 출근한 윤 대통령은 오전 7시 35분부터 NSC를 주재했다. 취임 후 첫 NSC 주재였다. 윤 대통령은 “한·미 정상 간 합의된 확장억제 실행력과 한·미 연합방위태세 강화 등 실질적 조치를 이행하라”고 지시했다. 이와 별개로, 대통령실은 정부 성명을 통해 이번 발사를 “중대한 도발”로 규정했다.

이날 북한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3각 공조도 가동됐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우리 국가안보실은 미국의 국가안보실과 협의를 했고, 외교부의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에서 미국 및 일본과 긴밀한 정보공유를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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