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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인도, 설탕 곳간도 잠근다…세계로 번지는 '식량 보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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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밀 이어 설탕 수출 규모 제한…"영향 제한적" 평가도]

머니투데이

인도의 한 설탕공장/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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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설탕 생산국인 인도가 설탕 수출 규제에 나선다. 자국 내 설탕 가격 급등을 막기 위한 조처다. 인도가 밀에 이어 설탕까지 수출을 제한하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세계 식량 위기가 더욱 악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24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인도 식품부는 이날 2021-2022 마케팅연도(첫 수확 후 1년·매년 10월 시작)의 설탕 수출량을 최대 1000만톤(t)으로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이 조처는 다음 달 1일부터 적용된다. 식품부는 "이번 설탕 수출 제한은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물량을 확보하고 가격을 안정화해 소비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인도의 설탕 수출 제한은 6년 만에 처음이다. 인도 정부는 2006년 국내 공급을 늘리기 위해 6개월간 설탕 수출을 제한한 바 있다.

인도는 세계 설탕 생산 1위 국가이자 브라질에 이은 수출 2위 국가다. 이번 마케팅연도에 약 900만t의 설탕 수출 계약이 체결된 상태며, 이 중 780만t은 이미 출하됐다. 이는 기록적인 수출량이라고 AFP는 설명했다. 파라곤글로벌마켓의 마이클 맥더갈 총괄이사는 블룸버그에 "인도가 최대 1100만t의 설탕을 수출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정부의 수출 제한으로 공급 제한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최근 브라질의 생산량이 감소한 상황에서 인도까지 수출 제한 카드를 꺼내 들자 설탕 가격이 급등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인도 정부의 설탕 수출 제한 움직임이 알려지자 이날 런던 선물 거래소 설탕 가격이 약 1% 오르는 등 벌써부터 충격파가 일고 있다.

반면 설탕 수출 제한 조처의 파급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뭄바이의 한 무역상은 로이터에 "(수출 제한량) 1000만t은 상당히 큰 규모"라며 "생산자나 정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양"이라고 말했다.

인도 현지매체 비즈니스스탠더드에 따르면 인도의 2019∼2020, 2020∼2021 마케팅연도 설탕 수출량은 각각 596만t, 700만t 수준으로 이번 제한량에 비해 훨씬 적었다. 이전에 비해 수출량이 급증하자 정부가 국내 가격 안정을 위해 상한선을 정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의 곡물 및 비료 수출길이 막히고 생산량이 줄면서 세계 식량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다. 이에 자국의 식량 안보를 이유로 특정 식품의 수출을 제한하는 사례가 '식량 보호주의'가 확산하는 추세다. 인도는 앞서 식량 안보 확보를 이유로 밀 수출을 금지하는 조처도 내놨다. 발표 당일인 지난 13일부터 즉각 밀 수출이 금지됐고, 국제 밀 가격은 급등을 초래했다. 말레이시아는 다음 달부터 닭고기 수출을 중단할 예정이며, 인도네시아는 팜유 수출을 일시 중단했다가 지난 23일 재개했다.

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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