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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아파트 전셋값 못맞춰"…송파·광진 빌라 세입자 20%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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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대차 3법 후폭풍 ◆

매일경제

임대차3법 시행 2년을 앞두고 `전세 대란`이 현실화되면서 서울지역 세입자들이 인근 지역 빌라로 밀려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진은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부동산중개업소 모습.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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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했던 임차인들이 지금 크게 오른 전셋값을 못 맞춰주다 보니 평수를 줄이거나 빌라로 가든지, 아니면 의정부나 구리 등 인근 외곽 지역을 알아보고 있습니다."(서울 상계동 A공인중개사 대표)

8월 임대차3법 시행 2년이 다가오며 아파트 전월세 물량은 줄고 있고, 전월세가격은 올라가는 '전세 대란'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전세를 구하지 못한 서울 지역 세입자들이 아파트 대신에 상대적으로 계약 가격이 저렴한 인근 지역 빌라(연립·다세대)로 밀려나거나 아예 수도권 외곽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세시장 동요는 매매시장까지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전세 대책을 시급히 세워 시장 안정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영등포구 신길동 소재 B공인중개사 대표는 "전셋값이 급등한 탓에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할 수 있는 이들은 갱신기간이 되면 대부분 계약 갱신을 하고, 전세 수요는 꾸준한 상황이라 갈수록 매물 찾기가 힘들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최근 서울 전셋값은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16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07% 올랐다. 3월 14일(0.01%) 이후 10주 연속 상승이며, 상승폭 또한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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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파트 전월세에서 쫓겨나 빌라를 찾는 이들이 늘며 1분기 서울 빌라 전월세 거래량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25일 부동산 정보업체 경제만랩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빌라 전월세 거래량은 3만1676건으로 조사됐다. 전년 동기 대비 7.9% 상승했고,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분기 기준 가장 높은 수치다. 자치구별로는 송파구(27.0%), 광진구(21.1%), 강남구(20.9%) 등에서 1년 전보다 빌라 전월세 거래가 20% 넘게 급등했고, 중랑구(15.4%), 서초구(13.4%), 마포구(11.6%) 등에서도 상대적으로 빌라 거래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학군과 학원가 등을 이유로 강남권을 떠날 수 없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송파, 강남, 서초 등 강남권에서 빌라 전월세 거래량이 상대적으로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상담 고객 중에 송파구에서 전세살이하던 공무원 부부가 2년 전 임대차3법 시행 시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이후 새 전셋집을 찾아야 하는데 최소 3억원 이상 올려줘야 돼서 인근 빌라로 옮겨야 하는지, 서울 외곽으로 가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도 최근 서울 전월세 시장에서 쫓겨나 빌라 매매나 전월세를 알아보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 네티즌은 "아파트 전세가격이 너무 올라 인근 서대문구 주변 빌라를 알아보고 있다"며 "신축은 별로 없고 오래된 빌라가 많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최근 서울 아파트 전세난의 주요 원인으로 서울 아파트 공급 부족과 함께 2020년 7월 31일부터 시행된 임대차3법을 꼽는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 지역 빌라 전월세 거래 증가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본다. 임대차법 시행 2년이 도래하는 8월 집주인들이 4년치 전셋값을 한 번에 반영하거나 월세로 전환해 전세가격이 오르면, 결국 비교적 저렴한 빌라로 임대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20년 4만9478가구를 기록했던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올해 2만520가구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임대차3법 시행으로 임대인들이 한 번 전세를 주면 4년 동안 5%밖에 전세금을 올릴 수 없다는 생각에 새롭게 임차인을 맞을 때마다 전셋값을 크게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령 노원구 상계주공11단지 전용면적 79㎡는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전세의 경우 3억5000만원 전후에 전셋값이 형성됐지만 새롭게 전세를 맺는 경우에는 전셋값이 1억원 정도 비싼 4억5000만원 전후를 기록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가난한 임차인들을 위한 것뿐만 아니라 전세시장이 불안하면 매매로 수요가 옮겨가 매매가격 상승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의 시급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아파트 공급 확대가 우선돼야 하지만 이는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금융 차원에서 지원할 필요가 있다"며 "전세자금 대출 규제 완화, 금리 혜택, 월세입자들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 등을 우선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준석 대표는 "임대사업자에게 부여했던 세제 혜택을 부활해 이들이 많은 매물을 시장에 내놓도록 하든지, 전셋값을 낮게 올리는 이들에 대한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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