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국민연금 수익률 석달째 마이너스…열달치 연금 25조 날렸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위기의 국민연금 ◆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내외 증시 부진으로 국민연금 수익률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가뜩이나 고령화와 저출산 심화로 국민연금 고갈 시점이 앞당겨지고 있는 가운데 수익을 내도 모자랄 판에 대규모 손실 위기에 직면했다.

연금개혁을 국정과제로 제시한 윤석열정부가 수익성 제고를 위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대체투자 활성화를 통한 수익률 제고는 물론, 고질적인 연금의 지배구조 리스크도 서둘러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5일 국민연금공단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올 들어 3월까지 국민연금 누적 수익률은 -2.66%로 확인됐다. 국민연금은 27일 기금운용위원회를 열고 1분기 최종 수익률을 확정·발표한다.

국민연금 수익률은 지난 1월(-3.82%) 사상 최악을 기록했다가 2월 -3.57%, 3월 -2.66%로 평가손실이 다소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마이너스 수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월까지 국민연금 투자 손실 규모는 34조259억원에 달한다. 3월 말 기준 손실 규모는 25조3579억원으로 집계됐다. 4월과 5월 국내외 증시가 다시 큰 폭으로 조정받아 5월까지 누적 손실은 이보다 훨씬 커질 전망이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매달 592만명에게 2조6000억원(3월 기준) 규모의 연금이 지급되고 있다. 3월까지 누적 손실 규모는 592만명의 연금 수급자들에게 10개월 동안 지급할 수 있는 연금 규모와 맞먹는다.

2019~2021년 국민연금은 눈부신 성과를 거뒀다. 수익률은 2019년 11.31%, 2020년 9.70%, 2021년 10.77% 등으로 두 자릿수 수익률을 오르내렸다. 수익금 규모는 2019년 73조4000억원, 2020년 72조100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무려 91조2000억원을 거뒀다. 3년간 운용 수익금만 236조원에 달한다. 그러나 이는 미국 증시의 S&P지수가 매년 20% 안팎으로 상승하는 등 호경기에 힘입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올 들어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미국 등 주요국들의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며 채권 가격이 곤두박질쳤고 우크라이나 사태, 전 세계 공급망 위기 등으로 주식시장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외 주식과 채권 비중이 86%에 달할 정도로 절대적인 국민연금 특성상 고스란히 수익률 하락으로 이어졌다.

2000년대 들어 연간 수익률 기준 국민연금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해는 2008년과 2018년 단 두 번뿐이다. 2008년 -0.18%로 4000억원, 2018년에는 -0.92%로 5조9000억원 손실을 봤다. 2018년 이후 4년 만에 또다시 연간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익률을 제고하기 위해 대체투자 비중을 높여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여전히 국민연금의 대체투자 비중은 13%에 머물러 있다. 3월 말 기준 국민연금은 대체투자에서만 유일하게 플러스 수익률(2.37%)을 올리며 2조8000억원 수익을 거뒀다. 국내외 채권, 주식에서 대규모 손실을 봤지만 대체투자가 유일하게 '효자' 노릇을 한 셈이다.

세계적인 국부펀드·연기금 분석기관 글로벌SWF에 따르면 국민연금과 운용 자산 규모가 비슷한 네덜란드연기금(APG)의 대체투자 비중은 21%에 달한다. 국민연금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국민연금 운용자금 규모는 927조원이다. 국민연금 운용 자산의 절반 수준인 캐나다국민연금(CPP)은 절반 이상(52%)을 부동산, 인프라스트럭처 등 대체자산에 투자하고 있다.

전직 국민연금 관계자는 "대체투자의 한 분야인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데 기안부터 최종 투자까지 수년이 걸리기도 했다"며 "국민연금이 장기 투자자는 맞지만 시시각각으로 급변하는 전 세계 투자 환경에서 민첩하게 움직이지 못하는 단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이 문재인정부 당시 수익률 제고라는 국민을 위한 '본업'보다 스튜어드십코드, 대표소송 등 엉뚱하게 국내 기업을 옥죄는 수단으로 악용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수익률에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문지웅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