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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박해일 “‘헤어질 결심’ 촬영하며 이렇게 행복한 적 언제였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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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에서 첫 레드 카펫 밟아
한국일보

박해일은 '헤어질 결심' 이외에도 촬영 완료 후 개봉하지 않은 영화가 2편('한산: 용의 출현' '행복의 나라로') 더 있다며 요즘 극장가가 살아난다고 하니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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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넘게 영화에 출연해 왔다. ‘살인의 추억’(2003)과 ‘괴물’(2006), ‘최종병기 활’(2011), ‘덕혜옹주’(2016) 등으로 충무로 대표 배우 중 하나로 꼽혔다. 봉준호 김한민 허진호 장률 등 유명 감독과 작업도 종종 했다. 하지만 해외 유수 영화제와는 인연이 없었다. 지난 23일 오후(현지시간) 제75회 칸영화제 ‘헤어질 결심’ 공식 상영회에서 레드 카펫을 밟는 모습이 특별해 보였다. 24일 오후 박해일을 칸 한 호텔에서 만났다. 박해일은 “행복하게도 여기 프랑스 칸에 와서 인터뷰하게 돼서 너무 좋다”고 말했다.

박해일은 ‘헤어질 결심’에서 엘리트 형사 해준을 연기했다. 여느 영화들 속 형사들과는 다른 인물이다. 말쑥하게 입었고 예의 바르며 원칙을 준수하고 성실하다. 어느 날 살인사건이 발생하자 피해자의 아내 서래(탕웨이)를 수사하게 된다. 해준이 수상쩍고 매력적인 서래에 빠져들면서 이야기는 본궤도에 오른다. 박해일은 “성실한 회사원 같은 형사로 세상 어딘가에 의외로 많이 있을 것 같은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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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해준(왼쪽)은 서래를 수사한다. 후배 형사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해준은 서래를 무죄라 여긴다. 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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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과는 처음 함께 했다. 박 감독과는 “시사회 뒤풀이 등에서 최민식 선배 등과 만나며 안부 문자를 주고 받는 정도 사이”였다. 시나리오가 완성되지 않은 채 출연 제안을 받았다. “30분 정도 내용을 들은 뒤 오래 고민하지 않고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저한테 같이 하자고 손을 내미셨을 때 저라는 배우가 감독님 세계 안에서 어떻게 섞일까 하는 호기심이 있었어요. 감독님 전작들처럼 훌륭하게 나와야 한다는 부담이 동시에 존재했고요.”

박 감독은 칸영화제와 인연이 깊다. 별명이 ‘깐느(칸에 대한 대중적인 표현) 박’일 정도다. ‘헤어질 결심’은 박 감독의 네 번째 칸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작이다. 박해일 역시 출연 결정을 내리며 칸영화제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그는 “없었다 말하면 거짓말”이라고 했다. “제가 잘해야 칸에 갈 수 있겠다는 숙제가 생긴 꼴”이라며 “남한테 말하지 못하는 책임감과 부담이 생겼으나 그만큼 영광스러운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해일은 박 감독을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는 방식으로 같은 이야기를 하는 접근 방식을 가진 창작자”라고 했다. “익숙함에서 탈피해야 해서 어려웠으나 적응하니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하며 재미를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촬영하면서 언제 이렇게 행복한 적이 있었나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돌아봤다.

함께 호흡을 맞춘 탕웨이에 대해선 “내면에 단단한 기운이 있으며 기품 있고 단아하고 담백한 연기를 하는 배우”라고 평가했다. 박해일은 “탕웨이가 중국 중앙희극원이라는 학교에서 연출을 전공했다고 하니 어떻게 연기할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그는 “탕웨이가 촬영 들어가기 전 이성적으로 섬세하게 논의를 하다가 카메라가 작동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감성적으로 딴 사람이 되는 걸 보고 놀라곤 했다”고 말했다.


칸=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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