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통 앞둔 신림선 일대 가보니… “매물 거둬서 거래 뜸해요”

“서남권 일대가 그동안 교통 사각지대였거든요. 도심에 나가려면 마을 버스 타고 내려서 지하철을 여러번 갈아타야 해서 힘들었어요. 신림선이 개통되면 도심 접근성이 좋아지고 차량 정체도 풀릴 거라 기대가 됩니다.”

지난 24일 찾은 서울 관악구 신림동 관악산역 인근 주민들은 신림선 개통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들뜬 분위기였다. 11년째 관악산역 일대에 살고 있는 박모(64)씨는 “관악산역 일대는 서울 다른 지역보다 물가가 저렴하다”면서 “노선이 샛강까지 이어지니 여의도 근무자들이 살기 좋을 것”이라고 했다.

28일 개통을 앞두고 마무리 공사 중인 신림선 관악산역의 모습 / 김송이 기자

오는 28일 개통 예정인 신림선 도시철도는 서울 서남권 지역인 여의도 샛강역에서 관악산(서울대)역까지 환승정거장 4개소를 포함한 11개 정거장을 연결하는 총 7.76㎞ 노선이다. 9호선 샛강역에서 시작해 1호선 대방역, 7호선 보라매역, 2호선 신림역을 경유, 관악산(서울대)역까지 연결된다.

주민들은 신림선 개통의 가장 큰 장점으로 ‘도심 접근성’을 꼽는다. 신림선이 개통되면 여의도 샛강역에서 관악산(서울대)역까지 출퇴근 시간대 버스로 약 50분 소요되던 통행시간이 16분으로 단축된다. 이 구간은 좁은 지하터널과 골목 등이 얽혀 상시 교통 체증이 발생하는 곳이기도 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신림선 개통 이후 정차역 일대 아파트 가격이 또 한번 반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2017년 3월 신림선 착공 이후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렸던 일대 아파트 단지들은 거래 침체기인 올 초에도 신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작년 말부터 서울 중저가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신림선 서원역 도보권인 신림현대아파트 전용면적 105㎡는 지난 3월 10억3000만원에 매매됐다. 해당 평형 매매가가 10억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직전 거래인 작년 9월 8억9500만원에 매매된 것과 비교하면 반년간 상승률이 15%에 달한다.

28일 개통 예정인 신림선 서원역 도보권 한 아파트의 모습 / 김송이 기자

신림선이 지나는 다른 단지 사정도 마찬가지다. 신림선 당곡역 역세권인 서울 관악구 봉천동 보라매 삼성아파트 전용 84㎡는 지난 1월 9억5000만원에 거래된 데 이어 지난달에는 9억8500만원에 매매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서울지방병무청역이 단지 앞에 개통하는 동작구 대방동 대방대림아파트 전용 164㎡도 지난 3월 역대 최고가인 19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다만 신림선 개통을 앞두고 호가가 너무 높아지면서 최근에는 매매가 뜸한 분위기다. 관악산역 인근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개통이 다가오면서 매도자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나와있는 매물은 직전 거래보다 2억 이상 높은 가격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면서 “매수 희망자들은 많은데 호가가 너무 높다 보니 거래가 잘 체결되지는 않는다”고 했다.

서원역 인근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도 “대출규제와 금리인상 등의 영향으로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매수자들과 매도자들의 간극이 크다”면서 “매도자들은 호가를 수억원씩 올리고 있는데, 직전 실거래가를 아는 매수자들은 그 금액을 주면서까지 집을 사려고 하진 않고 있어 거래가 뜸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래픽=이은현

전문가들은 신림선 개통 이후 신림동 일대가 새로운 주거 선호지로 탈바꿈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고준석 제이에듀 투자자문 대표는 “현재는 신림선 개통을 앞두고 매매든 전세든 관망세가 짙은 과도기적 상황”이라며 “신림선 개통 이후에는 노후 주거지역 재개발과 맞물려 신림동 일대가 과거와 다른 마을로 변모하고, 매도자 우위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신림선 개통으로 여의도 출퇴근 수요가 기존 동작구 신대방에서 관악구 봉천동과 신림동 일대까지 확장될 것”이라며 “임대차 수요가 확대되면서 일대 임대료 상승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특히 노선 중간과 끝단에 위치하고 아파트가 비교적 많이 밀집한 보라매공원역과 관악산역 등이 주목된다”고 했다.

김송이 기자(grap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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