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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3세 딸 폭염 속 사흘 방치, 숨지게 한 엄마 '징역 15년'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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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특보'에 남자친구·지인 만난다며 사흘 외출
2L 물통 있었지만, 뚜껑 열 수 없던 세살배기
탈수 등으로 사망… 모친, 숨어 있다 2주 뒤 신고
1심, 20년 선고… 항소심 "미숙함 고려" 5년 감형
한국일보

대법원 청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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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여성 A씨는 2018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남자친구와 사귀게 되면서 딸을 얻었다. 남자친구와 헤어진 뒤 미혼모로 살게 된 A씨는 센터 도움을 받아 임대주택에서 딸과 생활했다.

2017년 4월께부터 A씨는 SNS 오픈채팅방에서 사귀게 된 새 남자친구와 지인들과 거의 매일 밤마다 '번개모임'을 즐겼다. 처음에는 집으로 초대했지만, 모임이 야외로 잡히면서 A씨는 딸을 집에 방치하기 시작했다.

사고 당일인 7월 21일도 마찬가지였다. 외부 최고기온이 33도에 달했지만, A씨는 세 살짜리 딸을 집에 혼자 두고 남자친구 등을 만나러 나갔다. 과자 한 봉지와 빵, 아기용 주스 2개 정도면 괜찮을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A씨가 사흘 만에 집에 돌아왔을 때 딸은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폭염에 77시간이나 방치됐던 딸은 탈수로 숨을 거뒀다. 집에는 2L짜리 생수병이 있었지만, A씨의 딸은 너무 어려서 뚜껑을 열 수가 없었다. A씨는 이후 남자친구 집에 숨었다가 딸이 사망한 지 2주 뒤에야 경찰에 신고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딸을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40시간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10년 동안 아동 관련 기관 취업제한 명령도 확정됐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폭염경보가 내려진 상황에서 어린이가 사흘 이상 수분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사실을 A씨가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봤다. A씨에게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은 A씨의 미숙한 상황판단이 사고에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며 징역 15년으로 감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처음부터 피해자에게 아무런 애정도 주지 않고 양육을 근본적으로 포기했던 것은 아닌 걸로 보인다"며 "범행의 불법성이 매우 커서 엄벌함이 마땅하지만 형량을 정할 때 이 같은 사정도 고려돼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도 2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A씨의 연령·성행·환경,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 동기 및 수단과 결과, 범행 이후 정황 등 여러 사정들을 살펴보면 징역 15년을 선고한 것이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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