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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검사가 1980만원 뇌물받고 기소…법원, 재심청구 첫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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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혐의 피의자 구속 기소한 바로 다음날

검사실에서 고소인 수표 받은 전직 검사

강남 주점 등서 615만원 술 접대도 받아

복역 마친 뒤 뒤늦게 ‘뇌물 사건’ 알게 돼

“수사 검사 직무에 관한 죄 확정” 재심 개시


한겨레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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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기소한 검사가 그 대가로 뇌물을 받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피고인이 청구한 재심을 법원이 받아들였다. ‘검사의 뇌물수수’ 사유로 재심이 개시된 사실이 언론에 알려진 건 처음이다.

서울고법 제7형사부(재판장 성수제)는 ㄱ씨가 낸 재심 청구를 받아들여 지난해 10월 재심을 개시했다. ㄱ씨를 기소했던 김아무개 전 검사 사례가 ‘공소 제기 또는 공소의 기초된 수사에 관여한 검사가 그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것이 확정판결에 증명된 때’라는 형사소송법의 재심 사유에 해당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통상 과거사 사건에서 고문 등 위법 수사를 이유로 인정되는 재심 절차가, ‘사건 청탁’을 이유로 벌어지게 된 셈이다.

사건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게임기 유통업체를 운영하던 ㄱ씨는 회사가 자금난에 빠지자 ㅎ사에 회사 지분을 넘겨 자금난을 극복하려 했다. ㄱ씨가 인수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재무구조 등을 속였다고 여긴 ㅎ사는 ㄱ씨를 고소했다. 당시 서울서부지검에 재직하던 김 전 검사가 담당 검사였다. 그는 2008년 5월7일 ㄱ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사기)로 구속 기소했다. 한달여 뒤인 6월30일에는 사문서 위조 등 혐의로도 추가 기소했다. ㄱ씨는 2010년 징역 3년6개월을 확정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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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대법정 출입구 위쪽에 설치된 정의의 여신상.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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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역을 마치고 출소한 ㄱ씨는 2016년 다른 혐의로 다시 감옥에 들어가게 됐다. 교도소 복역 중 우연히 ㄱ씨는 ‘전직 검사가 고소인에게 금품을 받고 피고소인을 구속했던 사실이 발각됐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게 됐다. 기사 내용을 보니, 이전에 자신이 구속됐던 사건이 떠올랐다. 어렵게 김 전 검사의 뇌물수수 혐의 판결문을 구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자신이 구속됐던 사건이었다. 김 전 검사는 ㄱ씨를 고소했던 ㅎ사의 실질적 운영자인 ㄴ씨에게 기소 대가로 뇌물을 받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880만원과 추징금 1985만원을 2012년 확정 받았다. 검찰이 사건 청탁 혐의로 김 전 검사를 기소하기 전인 2011년 초, 김 전 검사가 징계를 받지 않고 변호사로 개업한 사실도 뒤늦게 알게 됐다.

판결문에는 김 전 검사가 ㄱ씨를 기소한 직후 ㄴ씨 쪽에서 뇌물을 받은 사실이 자세히 적시돼 있었다. 재판부는 김 전 검사가 ㄴ씨에게 모두 8회에 걸쳐 수표 1600만원어치와 385만원 상당의 술접대를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심지어 김 전 검사가 자신의 검사실에서 ㄴ씨에게 처음 뇌물을 건네받은 날짜는, ㄱ씨를 기소한 바로 다음 날인 2008년 5월8일이었다. 6월30일 사문서위조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가 이뤄지기 전에도 김 전 검사는 검사실에서 두차례에 걸쳐 수표 800만원을 받았다. 서울 강남구 한 주점에서 230만원 상당의 술접대를 받기도 했다.

당시 재판부는 김 전 검사 혐의를 두고 “직무와 관련된 뇌물에 해당하고 김씨도 고소사건 처리에 대한 대가로 수수한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수사를 종결한 뒤 범행을 해 뇌물이 업무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ㄱ씨는 “기소 바로 다음 날 검사실에서 뇌물을 주고받은 것을 보면, 사전에 기소의 대가로 뇌물을 받기로 약속한 것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다.

ㄱ씨의 재심 청구가 받아들여지면서 10여년 만에 무죄를 다퉈볼 수 있게 되었지만 난관이 남아있다. 공소권 남용을 입증해 ‘공소 기각’ 판결을 받기 위해 김 전 검사와 관련된 형사기록을 분석해야만 하는데, 검찰이 기록 공개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ㄱ씨의 재심 청구를 받아들여 준 서울고법 재판부는 지난 2월 김 전 검사를 뇌물 혐의로 구속 기소했던 대구지검 서부지청에 문서송부촉탁서를 보냈다. 그런데 100개가 넘는 대상 문서 가운데, 검찰은 김 전 검사 진술서 등 18개 자료에 대해서만 열람 등사를 허가했다. 공소장 등 대다수 자료에 대해서는 ‘사건관계인의 명예나 사생활의 비밀을 해할 우려가 있다’며 모두 불허했다.

ㄱ씨 쪽 변호인은 “검찰이 등사를 허가한 김 전 검사 진술서는 뇌물수수 혐의를 부인하는 변명에 불과하다. 기소 대가로 뇌물을 수수했던 전직 검사에 대한 ‘제 식구 감싸기’”라고 비판했다. 현재 김 전 검사는 한 법무법인의 대표 변호사를 맡고 있다. 김 전 검사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뇌물 사건과 ㄱ씨의 사기 혐의 사건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 재심 판결 결과를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사정에 밝은 한 중견 변호사는 “사기 범죄는 요건 가운데 ‘고의성’ 판단이 매우 중요한 요건이라, 검사의 주관에 따라 기소 여부가 갈리는 경우가 많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는 검사들이 직무상 윤리 의무를 망각했을 때 벌어질 수 있는 폐해가 잘 드러난 사례”라고 말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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