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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칸@SPO]탕웨이 "한국어 대사 너무 어려워 '진짜 대박'…바보라서 문법부터 공부"[인터뷰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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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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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칸(프랑스), 강효진 기자] 배우 탕웨이가 '헤어질 결심'을 통해 한국어 연기를 펼친 소감을 전했다.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지난 23일(이하 현지시간) 오후 6시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됐다. 박찬욱 감독, 주연 탕웨이, 박해일이 참석한 가운데 극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성공적으로 상영을 마쳤다.

탕웨이는 25일 오후 3시 30분께 프랑스 칸에 위치한 르 마제스틱 호텔에서 스포티비뉴스와 만나 "감독님 옆에서 영화를 보고 마지막에 자막 올라가는데 아주 '띵'했다. 아, 완전하다. 뭔가 내 마음 속이 꽉 찬 느낌이었다"고 감상 소감을 밝혔다.

이번 작품에서 탕웨이는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인이자, 간호사 출신의 간병인 역을 맡았다. 일부 번역기의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한 캐릭터인 만큼 절반 이상의 대사를 한국어로 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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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박찬욱 감독은 "탕웨이가 고집스러운 면이 있어서 영화 속에 나오는 대사 발음만 달달 외워서 하는 방식은 못하겠다더라. 한국어 문법을 기본부터 알아야겠다고 해서 선생님을 여러 명 붙여서 오랫동안 연습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사극을 보고 한국어를 배운 서래가 고풍스러운 어투를 쓰는 등 영화 속에서 서래가 한국어를 하는 장면들이 중요한 뉘앙스를 풍기는 만큼 이같은 열정을 보인 것이다.

이에 대해 탕웨이는 "(문법부터 공부한 이유는)바보여서 그렇다"며 장난기 섞인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면서 "완전히 새로운 언어로 어떤 캐릭터를 하는데 한국어를 공부하고 단어의 뜻이나 의미를 파내는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내가 하고자하는 역할을 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더 파고들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한국어 조언해준 사람은 전혀 없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계속 들으며 외웠다"며 "서래는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어를 배운 것 아니냐. 저는 서래처럼 긴 시간 배울 순 없었다. 서래처럼 단어를 이해하기 위해 일일히 사전을 찾아보고 그러기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고, 그렇게 할 수 없는 사람이라 어쩔 수 없었다"고 기초부터 공부를 결심한 이유를 덧붙였다.

특히 그는 극 중 중요 대사인 '살인 사건'이란 단어가 들어간 문장을 언급하며 "이거 진짜 대박이다. 외울 때 엄청 힘들었다. 어떤 건 진짜 딱 입에 붙는 단어가 있는데,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 그래서 그건 안 까먹는다. 잊히지 않는다"고 웃음을 터트렸다.

이어 "그래서 어떤 생각까지 했냐면, 한글을 창조하신 분은 '살인 사건' 이런 단어에 심혈을 기울인 것이 아닌가 싶었다. 내가 까먹지 않으니 말이다. 한국어를 하시는 분들은 이런 기분을 모를 것이다. 어떤 대사는 기억이 전혀 안 난다. 너무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또한 '이번 캐릭터 연기의 차별점'에 대해서는 "그런 걸 생각할 수 없었다. 머리엔 온통 '한국어 대사 틀리지 말자'는 생각 뿐이었다. 어쨌든 내용을 중국어로 읽었으니 머리 속에는 중국어다. 상대방이 한국어로 대사를 치면 나는 바로 머리에 중국어로 들어온다. 나는 그걸 한국어로 반응해야 한다. 어떤 언어든지 상관 없이 이렇게 연기한다. 그래서 머리 속에는 대사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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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칸 영화제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서래같은 인물을 선사해준 박찬욱 감독은 내 삶을 완전하게 만들어 주신 분"이라고 찬사를 보낸 탕웨이는, 박 감독과의 작업에 대해 "굉장히 큰 안정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만화책을 좋아한다"는 탕웨이는 "일단 콘티가 너무 좋았다. 만화책을 보는 느낌이었다. 표현해야 할 움직임, 손을 어디까지 들어야 하는지까지 콘티 안에 너무 정확히 있었다. 그래서 내가 이걸 준비할 수 있었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감독님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내가 이해할 수 없겠다는 걱정은 없었다"며 "그래서 박찬욱 감독님은 아마 어떤 국가, 어떤 사람이든, 누구와 작품을 같이 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만족스러움을 표했다.

이렇게 철저한 준비 끝에 공들여 연기한 서래는 거침없고, 매혹적이면서, 의심스럽고, 섬세하고, 치밀하다는 인상을 주는 복합적 인물로 탄생했다. 이 인물을 통해 위험하고 독특한 사랑을 보여주는 만큼 탕웨이에게도 "서래의 독특한 사랑 방식에 공감이 갔느냐"고 질문을 던졌다.

탕웨이는 "독특한 인생이니까 독특한 사랑이 생기는 거다. 서래의 독특한 인생이, 독특한 형사를 만나, 독특한 사랑을 만든 것이다.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면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시적인 표현을 남겼다.

이어 "서래의 인생은 굉장히 떠도는 것이다. 태어난 배경 등이 그런 삶을 만들었다. 그런 엄마, 그런 사람을 만나서 그렇다. 그래서 살아가고 생존하는 방식이 굉장히 달랐을 것이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여러 단계가 있다면 아마 마지막 단계에 살고 있는 그런 여자가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람이 인생에서 그런 달관을 하게 되면 모든 게 평온해질 수 있지 않나. 큰 부담 없이 '내가 잘 살면 된다'는 것이다. 이번에 칸 영화제에 오면서 파리에 잠깐 있었다. 강가에 비둘기가 강과 길의 경계에 서서 물에 떠 있는 뭔가를 먹는 걸 보며 '아 저거 되게 더러운데 먹어도 되나?' 했다. 나는 그걸 걱정하는데, 저 비둘기는 살기 위해 저걸 먹을 수 밖에 없었다는 생각을 했다. 서래도 그랬을 것이다. 그는 이런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이고, 아마 많은 생각을 하진 않고 사는 사람일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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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은 국내에서 오는 6월 29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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