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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단독]'김학의 불법 출금' 피고인 차규근, 기소 13개월만 직위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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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차규근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지난 4월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7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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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재직 당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불법 긴급 출국금지한 혐의로 기소된 차규근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재판에 넘겨진 지 13개월여 만에 보직에서 직위해제된 것으로 파악됐다.

25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차 위원은 최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으로 발령을 받은 뒤 직위해제됐다고 한다.

직위해제는 징계 처분은 아니지만 업무에서 배제되고 승급·보수 등 인사상 불이익 처분을 받게 된다. 직무수행의 의무가 없기 때문에 출근할 필요도 없는 일종의 대기발령이다. 국가공무원법은 임용권자가 형사 사건으로 기소된 공무원에게 직위해제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직위해제는 3개월 범위에서 할 수 있으며 징계를 하기 전 선행적으로 이뤄지는 게 보통이다. 향후 차 위원에 대한 징계 절차가 개시된다면 해임·파면 등의 중징계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차 위원은 박범계 전 법무부 장관 재직 때인 지난해 4월 직무상 범죄(직권남용·출입국관리법 위반 등)혐의로 기소됐지만, 계속 본부장 직무를 수행해 논란이 됐다. 당시 함께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금 사건에 연루돼 기소된 이규원 전 대검찰청 검찰과거진상조사단 파견 검사와 독직폭행 혐의로 기소된 정진웅 차장검사도 즉각적인 직무배제가 이뤄지지 않았다. 불법 출금 의혹 수사를 중단시키기 위해 외압을 가한 혐의로 기소된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오히려 서울고검장으로 영전했다. 반면 채널A 사건에 연루 의혹을 받았던 한동훈 장관(당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기소 전 수사 단계에서 직무배제된 바 있다. 이 때문에 법무부와 검찰 내 친정권 인사들에게만 관대한 인사 기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법무부는 차 위원이 기소된 지 3개월이 지난 지난해 7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했다.

차 위원을 장관정책보좌관으로 발령한 뒤 직위해제한 것은 한 장관이 취임 직후 단행한 첫 검찰 간부 인사에서 문재인 정부 때 중용된 검찰 고위직 6명을 법무연수원으로 좌천한 것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법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규정에 따라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7명 이내로만 둘 수 있어 자리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일선 부처에서도 기소되거나 징계를 위해 장관정책보좌관직으로 인사발령을 내 현업에서 배제하는 경우가 있다.

차 위원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출신 변호사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2017년 9월 출입국본부장에 임명돼 2021년 6월까지 3년 9개월 자리를 지켰다. 출입국본부장 직을 2년 넘게 수행한 인물은 차 위원이 유일했던 만큼 최장수 본부장으로 기록됐다. 그는 문재인 정부에서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이 법무실장에 임명된 데 이어 법무부 탈검찰화 방침에 따라 검사만 맡던 법무부 간부직에 채용된 두 번째 사례였다.

차 위원은 법무부 출입국심사과 공무원들을 통해 2019년 3월 19일 오전부터 같은 달 22일 오후까지 177차례에 걸쳐 김 전 차관의 개인정보 조회 내용을 보고받은 혐의를 받는다. 또 이규원 검사가 김 전 차관에 대해 불법적으로 긴급 출금 조치한 사정을 알면서도 하루 뒤인 23일 오전 출금 요청을 승인한 혐의도 받고 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기소된 공무원이 직위해제되는 당연한 일이 시행되는 데 1년이 넘게 걸렸다"고 말했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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