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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슈 미술의 세계

탕웨이 “박찬욱 감독 빅팬… 칸에서 영화 보며 인생 완성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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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헤어질 결심'으로 칸영화제 갈채
한국일보

탕웨이는 '헤어질 결심'으로 인생이 완성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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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 제안이 들어왔을 때 ‘진짜? 그럴 리가…’라고 생각했어요. 너무 좋았어요.”

배우 탕웨이는 영화 ‘헤어질 결심’ 출연 결정 당시를 돌아보며 환한 미소를 띠었다. 24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칸 해변가 한 호텔에서였다. ‘헤어질 결심’은 “개봉만 하면 매번 찾아봤고, ‘어찌 이렇게 매번 다르게 찍을 수 있을까’ 감탄하게 했던” 박찬욱 감독의 신작이었다. 만남을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박 감독님의 사무실에 찾아가 1시간 30분가량 영화 내용을 들었다”고 했다. 시나리오가 완성되지 않은 시기였다. 탕웨이는 “박 감독님의 설명만으로도 너무나 재미있어서 출연 결정을 바로 내렸다”고 말했다.

‘헤어질 결심’은 지난 17일 개막한 제75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23일 오후 첫 공식 상영회를 마쳤다. 7분가량 기립박수를 받았다. 환호 중 많은 부분이 탕웨이를 향했다. 그는 “박 감독님과 (동료 배우) 박해일을 오랜만에 만난 곳이 칸이라서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상영 후 외국언론 반응이 좋아 기분이 더 좋다”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영화를 알리려 칸에 온 목적이 충족됐다”고 덧붙였다.


탕웨이는 “공식 상영회에서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인생이 완성됐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고 했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마음속이 무언가로 꽉 찬 느낌이었다”며 “바로 박 감독에게 말씀드렸다”고 전했다(탕웨이는 이날 오전 공식 기자회견에서 같은 말을 했는데, 박 감독은 “똑같은 말을 들려주고 싶어요, 반사!”라고 화답했다).

‘헤어질 결심’은 성실하고 고지식한 형사 해준(박해일)과 남편의 급작스러운 죽음으로 용의선상에 오른 여인 서래(탕웨이)의 농밀한 감정 교환을 그렸다. 살인사건을 둘러싼 미스터리가 긴장을 빚어내고, 두 남녀의 애절한 사연이 물기로 만들어낸다.

서래는 중국에서 한국으로 밀항해 정착했다. 탕웨이는 서툰 한국어를 쓰는 서래로 변신하기 위해 한국어를 기초부터 공부했다. 한국어 대사를 단순하게 외워 연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제가 바보여서…”라고 농담을 던진 후 “완전히 새로운 언어로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조금이라도 그 인물이 거쳤을 과정을 겪어봐야 역할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촬영장에서도 온 신경을 한국어에 쏟았다. “중국어 시나리오를 읽어서인지 상대방이 한국어로 말하면 그 내용이 자꾸 머릿속에 중국어로 떠올라 한국어로 반응할 수 없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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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에서 산과 바다는 주요 공간인 동시에 상징성을 띤다. 서래(탕웨이) 뒤 벽지를 산인듯 바다인 듯 묘사한 미술이 인상적이다. 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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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언어를 어렵게 배워 촬영에 임해서일까. 그는 ‘헤어질 결심’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로 ‘한마디라도 하려면 살인사건 정도는 일어나야죠’(그는 한국어로 또박또박 말했다)를 꼽았다. “‘살인사건’이 계속 입에 붙지 않아 애를 먹었고 이제는 잊히지 않는 말이 되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한국어를 만든 분이 ‘살인사건’이란 단어는 쉬 잊지 않게 하기 위해 어려운 발음으로 만든 듯하다”며 웃기도 했다.

‘헤어질 결심’은 상영이 끝난 뒤에도 잔상이 남을 장면이 여럿 있다. 탕웨이는 그중에서도 “사찰 장면과 취조실 장면”을 가장 인상적인 대목으로 꼽았다. “해준과 서래의 미묘한 감정이 보이는 대목이라 굉장히 짜릿했고, 박 감독님이 가장 잘 찍는 스타일의 장면”이라는 이유에서였다.

탕웨이에게 박 감독은 현장에서 “믿음과 안정감을 주는” 인물이었다. 일단 “콘티(그림과 대사 등으로 촬영 계획이 상세하게 표시된 책자)가 너무 좋았다”고 했다. “만화책을 좋아하는데 만화책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섬세했다”며 “손을 어디까지 들어야 하는지 등이 정확하게 묘사돼 있었다”고도 말했다. “감독님 의사를 추측할 필요 없이 제가 촬영을 잘 준비할 수 있었어요. 박 감독님은 어느 나라 누구하고 작품을 함께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분입니다. 촬영 당시 주 52시간제가 영화현장에서 도입돼 혼란스러울 만도 했는데 감독님은 아무런 동요가 없었어요.”


칸=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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