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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강남·서초 ‘1등’ 송파·강동 ‘꼴찌’… 강남4구 아파트값 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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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지난 10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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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과 비(非)강남의 아파트값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는 가운데, 최근엔 가격 상승을 주도해온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안에서도 지역별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 주 강남구와 서초구의 아파트값은 서울 25개구 중 전주 대비 가장 크게 오른 반면, 송파구와 강동구는 가장 크게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부동산정보제공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주 강남구와 서초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각각 0.10%, 0.09% 올랐다. 서울 25개구 중 상승률 1, 2위다. 반대로 송파구와 강동구는 각각 -0.05%, -0.13%로 최하위권인 24위와 25위를 기록했다.

다른 조사기관인 한국부동산원 조사에서도 두 지역 간 가격 차이가 벌어지는 추세다. 서초구는 지난달 첫째주 0.02%에서 지난주 0.07%로 상승폭을 꾸준히 키웠다. 강남구도 같은 기간 매주 0.02~0.04% 상승했다. 반면 송파구(-0.01~0.01%)와 강동구(0.00~0.02%)는 보합권에 머물렀다.

실거래 사례에서도 지역간 온도차가 나타났다. 지난달 한달 간 서초구 반포동에서 이뤄진 거래 37건 중 절반에 가까운 16건이 신고가 거래였다. 지난달 20일 래미안퍼스티지 198㎡는 71억5000만원(21층)에 거래, 지난해 8월 55억2000만원(25층)보다 16억3000만원 올랐다. 아크로리버파크 112㎡는 지난해 12월보다 5억원 높은 54억원에, 반포힐스테이트 155㎡는 지난해 4월보다 8억5000만원 높은 47억5000만원에 신고가 거래됐다.

반면 같은 기간 송파구 내 상급지로 꼽히는 잠실동·가락동에선 20건 중 신고가 거래가 3건에 불과했다. 지난해 10월 최고가 27억원을 찍었던 잠실엘스 84㎡는 가격이 꾸준히 내려 지난달 17일엔 한 달 전보다 2억5000만원 낮은 24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헬리오시티 84㎡는 지난 14일 20억6000만원에 거래, 지난 3월보다 8500만원 내렸다.

매물 수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정부가 양도세 중과 한시 배제를 예고한 직후인 지난달 1일부터 전날까지 송파구의 아파트 매물 수는 25.8% 늘었다. 서울 25개구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강남·서초구는 10%대였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사람들의 ‘똘똘한 한 채’ 선호가 심해진 데 따른 현상으로 봤다.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 등에 꾸준히 시세가 오르는 상급지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심해지면서 ‘최상급지’인 강남·서초구와 그렇지 않은 송파·강동구 간에도 옥석가리기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대출 규제가 강화한 현 시점 강남권에서 이뤄지는 거래는 이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부자 중의 부자들’의 게임”이라면서 “이들이 ‘전국구 입지’인 강남·서초구에 투자하는 시기다. 송파·강동구는 전국구 입지까진 아니기 때문에 이들의 투자 대상에서 예외로 분류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돌아가는 상황으로는 중심지의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 올랐지 빠질 것 같지 않다”면서 “정권이 바뀌었지만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기조는 이전과 똑같다. ‘같은 값이면 여러 채보다 똘똘한 한 채’가 낫다는 생각에 상급지 수요가 계속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강남4구 내) 양극화 현상은 당분간 심해질 것”이라고 했다.

부동산 시장이 재건축 단지 중심으로 매매되는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윤석열 정부는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재건축 규제 완화를 후보시절부터 강조한 바 있다. 강남·서초구에 비해 송파구는 잠실주공5단지 정도를 빼면 지역 시세를 견인할 재건축 단지가 없고, 강동구는 둔촌주공 사태로 재건축 추진이 더딘 상황이 영향을 줬다는 뜻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재건축 단지 가격만 놓고 보면 강남·서초구가 지난주 각각 0.14%, 0.02% 오를 때 송파·강동구는 제자리(0.00%)에 머물렀다.

다만 송파·강동구의 반등 가능성도 점쳐진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통상 송파·강동구의 시세는 강남·서초구가 먼저 오르면 따라 오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다시 오를 여지가 있다”고 했다.

김윤수 기자(kysm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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