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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위기 넘고 중공업 떼고… ‘4대 신사업’ 동력 재도약 꿈꾼다 [K브랜드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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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두산에너빌리티

2022년 창립 60년… 부침 겪고 우뚝

코로나로 유동성 위기… 뼈깎는 구조조정

23개월만에 채권단 졸업… 2022년 사명도 변경

발전설비 기술 보유… ‘에너지 행보’ 순조

새정부 원전 사업 기대감도 ↑

가스터빈·차세대 원전 등 성장사업 주축

2022년 1분기 수주액 13조원… 부채도 절반 뚝

美 업체와 협약 ‘소형모듈원전’ 제작 돌입

세계일보

두산에너빌리티의 액화천연가스 발전용 가스터빈의 모습. 두산에너빌리티는 美,獨 등에 이어 세계 5번째로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독자모델 개발에 성공했다. 두산에너빌리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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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창립 60주년을 맞는 두산에너빌리티는 주인과 사명이 바뀌는 부침을 겪으면서도 위기에 굴하지 않고 묵묵히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끌며 발전설비와 플랜트 분야 국내 대표 기업으로 성장했다. 시초는 원자재 설비를 수입하는 한라그룹 무역회사 현대양행이었다. 1970년대 주조·기계 공장과 단조시설 등의 중공업 설비를 갖추며 규모를 키워 나가던 와중에 정부의 중화학공업 통폐합 정책에 직격탄을 맞았다. 1980년 공기업 체제로 전환되면서 한국중공업으로 간판을 바꿨고, 2001년에는 다시 정부의 민영화 방침에 따라 두산이 인수하면서 두산중공업이 됐다. 올해 3월에는 21년간 써 온 이름을 ‘두산에너빌리티’로 변경했다. 채권단 관리를 졸업한 이후 회사의 분위기를 일신하고 미래 사업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꺼내 든 카드다.

◆위기 넘고 새 이름으로 재도약

24일 두산에너빌리티에 따르면, 새로운 사명의 에너빌리티(Enerbility)는 에너지(Energy)와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합친 단어다. 에너지와 지속가능성의 결합을 가능케 한다는 ‘Enable’의 의미도 포함됐는데, 이는 과거 두산중공업 시절부터 에너지 관련 기술로 지속가능한 지구의 가치를 높이겠다고 강조해 온 기업의 핵심 가치를 반영한 작명이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기존의 사명은 회사의 현재 모습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을 담아내기에 충분치 않은 면이 있었다”며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 부합하면서도 회사의 미래 지향점을 제시할 수 있는 사명이 두산에너빌리티라고 판단해 사명을 변경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사명 변경을 계기로 올해를 재도약의 원년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20년 초 갑작스러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에 따른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결국 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으로부터 3조원의 긴급 자금을 수혈받은 뒤 뼈를 깎는 자구안을 실행하면서 올해 초 불과 23개월 만에 모든 구조조정을 마쳤다. 최근 10년 새 가장 빠른 시간에 채권단 관리를 졸업한 사례다.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건설, 두산타워 등 자산을 매각했고,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 2020년 말 260%에 달했던 부채비율도 올해 1분기에는 거의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유동성 위기를 넘으면서 두산에너빌리티의 실적도 빛을 보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두산에너빌리티의 수주잔액은 13조598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매출을 기준으로 하면, 2년5개월분의 일감을 확보해 둔 상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해상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와 가스터빈, 수소, 소형모듈원전(SMR) 등 차세대 원전의 4가지 성장사업을 주축으로 올해 8조9000억원의 수주계획을 설정했다. 현재 36% 수준인 성장사업 비중도 2026년까지 절반 이상으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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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력의 근본은 원천기술

몇 차례 위기에도 두산에너빌리티가 뚝심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꾸준한 투자를 통해 확보한 자체 기술 덕분이다. 1980년 공기업 체제 전환 이후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발전설비 사업에 진출했고, 해외에 부품을 수출하면서 기술과 노하우를 쌓아 나갔다. 민영화 이후에도 꾸준한 투자를 이어 가면서 화력, 원자력 등의 발전설비와 해수담수화 플랜트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유지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확보한 대표적인 원천기술로는 가스터빈이 꼽힌다. 발전용 가스터빈은 항공기 제트엔진 기술을 활용해 제작되는 만큼 ‘기계공학의 꽃’이라고 불린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13년 정부 국책과제로 추진된 한국형 가스터빈 개발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했고, 6년간 약 1조원의 연구개발비를 쏟아부은 끝에 가스터빈 자체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우리나라 외에 발전용 가스터빈 기술을 확보한 국가는 미국, 독일, 일본, 이탈리아 등 4개국뿐이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제작을 마친 국산 1호 270㎿(메가와트)급 가스터빈은 김포열병합발전소에 공급돼 2025년까지 실증운전을 거칠 예정이다. 2030년까지 국내에 가스터빈이 필요한 복합발전소 신규 건설 규모는 18GW(기가와트)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그간 전량 해외에 의존했던 설비를 국산으로 바꾸면, 10조원대의 수출대체 효과가 발생하는 셈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 기술을 활용해 기존 화석연료 대신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수소 가스터빈 개발도 추진 중이다. 기존 복합화력발전소의 인프라를 그대로 두고 노후설비를 수소 가스터빈으로 대체하는 방식으로 친환경 발전소 전환을 추진 중이다. 현재 독자 기술로 5㎿급 수소 가스터빈용 수소전소연소기 개발을 진행하고 있고, 한국기계연구원과 300㎿급 수소혼소연소기도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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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 출범으로 원전사업도 기대감

원자력산업 분야에서 두산에너빌리티의 입지는 국내 민간기업 중 단연 독보적인 수준이다. 원자로, 증기발생기 등 원자력발전소용 핵심 기자재를 제작할 수 있는 사실상 국내 유일한 업체로 알려져 있다. 원전 강화를 내세운 윤석열정부 출범을 계기로 두산에너빌리티의 원전사업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는 상황이다.

정부는 최근 원전업계와 간담회에서 경북 울진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방침을 재확인했다. 2030년까지 해외 원전 10기 이상의 수출을 지원한다는 목표도 세워 놓고 있어 두산에너빌리티의 수주물량도 늘어날 전망이다. SMR를 비롯한 차세대 원전 개발의 성과도 가시화하는 단계다. SMR는 발전용량이 300㎿ 이하로 대형 원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만큼 공사 기간과 비용도 적게 든다. 주요 부품이 배관으로 연결된 기존 원전과 달리 일체형으로 제작되는 구조여서 상대적으로 방사능 유출 위험이 낮다는 장점도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의 뉴스케일파워로부터 SMR 기자재 공급권을 확보해 미국 아이다호에서 추진 중인 UAMPS 프로젝트에 공급할 시제품을 제작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중에는 SMR 본제품 제작에 돌입할 예정이다.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은 “뉴스케일파워와 전략적 협력관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한편, SMR 제작을 위한 준비도 빈틈없이 진행해 왔다”며 “앞으로 SMR 제작물량이 본격적으로 확대되면, 협력사들의 참여 기회도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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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용량 해상풍력발전기 개발… 상용화 눈앞

두산에너빌리티는 해상풍력 사업을 중심으로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빠르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24일 윤석열정부의 110대 국정과제에 따르면, 정부는 태양광, 풍력 산업을 고도화하고 고효율·저소비형 에너지 수요관리 혁신, 4차 산업 기술과 연계한 신산업 육성을 추진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주요 글로벌 기업이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달성을 목표로 하는 캠페인 ‘RE100’을 도입하고, 협력사들에까지 이를 요구하는 추세여서 국내에서도 해상풍력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수요가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글로벌 풍력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입지는 이제 걸음마를 막 뗀 단계다. 풍력발전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바람개비의 날개 부분에 해당하는 블레이드의 크기가 커질 수밖에 없다. 대형 블레이드가 돌아가면 진동과 소음 등이 발생하기 때문에 당연히 도심지에는 설치할 수 없다. 우리나라가 육지 대신 해상풍력에 눈을 돌리게 된 이유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11년 아시아 최초로 3㎿(메가와트)급 해상풍력발전기를 개발해 국제인증을 받았고, 2019년에는 5.5㎿ 해상풍력발전시스템 국제기술인증을 획득했다. 2018년엔 국책과제로 8㎿급 대용량 해상풍력발전기 개발에 착수해, 올해 실증에 들어갔으며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우리나라 풍속환경에 적합한 모델 개발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해외 해상풍력발전 지역의 평균 풍속이 10㎧ 수준인 데 비해 우리나라의 해상 평균 풍속은 7.0㎧ 정도로 바람이 약한 편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블레이드 길이를 늘려 높은 이용률을 달성하는 해상풍력 모델을 개발해 왔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에는 총 142.1㎿ 규모의 해상풍력설비가 운영 중인데 연구개발(R&D) 목적과 연안 설치 등을 제외하고, 30㎿ 규모 탐라해상풍력단지와 60㎿ 규모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 두 곳에 모두 두산에너빌리티가 풍력발전기를 공급했다. 지난달 말 착공한 국내 최대(100㎿) 규모 제주 한림해상풍력발전단지와도 두산에너빌리티가 기자재 공급과 장기유지보수 계약을 체결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부품 국산화를 위한 노력도 계속하고 있다. 사업 초기 30% 수준이던 풍력발전기의 국산 부품 사용률이 현재는 70%대로 높아졌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블레이드와 타워 등 풍력발전기 부품 생산에 130여개 국내 중소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며 “두산에너빌리티가 기술 개발과 수주를 계속해 국내 풍력발전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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