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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손흥민 보유국’의 위용…벤투호, 까다로운 A매치 대타 찾기도 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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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어있던 6월 4연전 마지막 상대

아프리카 3개국과 동시 협상 진행

EPL 득점왕의 ‘보이지 않는 힘’

경향신문

파울루 벤투 한국축구대표팀 감독(53)은 지난 23일 6월 A매치 4연전에 나설 28명의 태극전사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한 가지 질문에 대해선 답변을 꺼렸다. 아르헨티나의 방한 취소로 아직 결정되지 않은 6월14일 마지막 상대에 대한 이야기였다. 거침없는 화법으로 유명한 그도 “이 부분에 대해선 대한축구협회가 준비하는 팀을 기다린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내비쳤다.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에 걸맞은 수준의 스파링 파트너를 갑자기 구하는 게 쉽지 않다는 사실을 그도 잘 알고 있어서다.

그런데 대한축구협회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들은 가까운 시일 내에 그 상대가 결정돼 벤투 감독이 부담을 덜 것이라 입을 모은다. 협회는 카타르 월드컵 본선에서 만날 가상의 가나로 볼 수 있는 아프리카 국가들과 협상을 벌여왔고, 막바지 단계에 돌입했다. 이 관계자들에 따르면 협회는 이번 평가전 기간에 기꺼이 한국을 방문하겠다는 국가만 최소 세 나라를 확보했으며,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 불발된 아르헨티나와 같은 일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이번주까지 최종 결론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흥미로운 것은 협회가 벤투 감독도 인정하는 까다로운 상황에서 아프리카 3개국과 동시에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보통 A매치 기간에 평가전 상대를 물색할 땐 출전 대가로 지급하는 초청료 등 부대 조건을 따진다. 이번처럼 급하게 팀을 구할 땐 경제 논리에 따라 이 금액이 천정부지로 치솟다보니 상대 국가를 설득하기에도 바쁘다. 그런데 협회는 상식 밖의 금액을 제시하지 않고도 아프리카 3개국과 협상을 풀어내고 있다.

그 비결은 협상장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α’ 같은 존재에 있다. 아시아에서 첫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에 등극한 ‘캡틴’ 손흥민(30·토트넘)의 보이지 않는 힘이다. “상대국 협회들도 사령탑과 선수들을 설득할 땐 그 팀의 얼굴마담 격인 선수가 있어야 한다. 이번엔 중국과 일본 등 주변 국가가 이미 A매치 일정을 확정지어 한 경기만 치르러 아시아에 오는 어려운 상황인데도 손흥민이 뛰는 한국이라니 바로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예컨대 브라질을 부를 땐 네이마르(파리 생제르맹), 아르헨티나는 리오넬 메시(파리 생제르맹)가 떠오르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손흥민이 EPL 최종전에서 극적으로 득점왕에 오르면서 존재감을 높인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원래 유럽 무대에서도 톱클래스로 꼽혔지만, 협회가 도움이 절실할 때 각국 선수들이 상대해보고 싶은 월드클래스로 올라섰으니 고마울 따름이다. 축구 팬들이 최근 자랑처럼 말하는 ‘EPL 득점왕 손흥민 보유국’의 위용을 실감한 것이다. 벤투 감독은 “우리 모두 손흥민이 EPL 득점왕이 돼 행복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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