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도망치면 사살하라” 중국 공안의 위구르 수용소 자료 대거 유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2021년 4월 23일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다반청 우루무치 제3구치소 바깥 출입구에 경찰관들이 서 있다. /AP통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신장(新彊)위구르자치구에서 위구르족을 비롯한 튀르크계 소수민족 문화를 말살하기 위해 강제수용소를 운영했다는 새로운 증거가 BBC 등 각국 언론을 통해 무더기로 공개됐다. ‘중국공안파일’로 불리는 자료에는 2만명 이상의 수용자 명단과 사진, 수용소 내부 사진, ‘수감자가 도망치려 하면 사살하라’고 전한 중국 공산당 간부의 발언이 포함됐다.

영국 BBC방송·일본 마이니치신문 등 14개 매체는 중국 공안당국이 지난 2018년 1~7월 작성한 자료를 입수했다며 수용자 명단과 사진, 수용소 관리지침 등을 24일 공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자료는 중국 소수민족 전문가인 재미 독일인 아드리안 젠즈 박사가 입수해 언론사들에게 전달했으며 각 언론사들은 독자적 검증을 거쳐 진위 여부를 확인했다. BBC는 “올해 초 자료를 입수해 전문가들과 협의한 결과 진본으로 분석됐으며 수감자 2884명의 신원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신장 남부 카슈가르 지구 슈푸현과 신장 남부 이리카자흐자치주 테케스현의 공안당국 컴퓨터에 저장돼 있던 문서로 제3자가 해킹으로 빼돌려 젠즈 박사에게 전달한 것”이라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수감자 중에는 70대 노인부터 15세 소녀까지 있었다. 일부 무장 경찰이 곤봉을 들고 함께 촬영한 사진도 있었다. 무장경찰이 곤봉을 들과 수감자들과 함께 촬영한 사진도 있었다. 수용자 명단에는 수감번호와 수용 사유, 시설명 등이 기재되어 있다. 주로 위구르족 등 카슈가르 슈푸현에 거주하는 소수민족들이었다. 젠츠 박사는 수천명의 명단이 적힌 452장의 리스트를 분석해 2017~2018년 슈푸현 소수민족 성인 중 12.1%(2만2376명) 이상이 ‘재교육시설’, 형무소, 구치소 등으로 불리는 각종 시설에 수용되어 있다고 추산했다.

경향신문

중국 위구르인 누르시망굴 압둘레시드(34)가 2022년 5월 4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AP통신과 인터뷰하고 있다. 차량 정비소를 운영하던 압둘라지드의 동생 메메탈리 압둘라지드는 ‘시비 걸기, 말썽 일으키기’와 ‘테러 활동 준비’ 혐의로 징역 15년 11개월을 선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수감사유는 석연치 않았다. BBC에 따르면 많은 이들이 무슬림 인구가 많은 국가를 방문했다는 이유 또는 이슬람 신앙을 표출했다는 이유로 감금됐다. 가족 내력을 보니 폭력 가능성이 있다는 공안 판단으로 잡혀 온 여성도 있었다. 이슬람에서 금하는 술과 담배를 멀리한다는 이유로 아들이 테러 혐의로 10년형을 선고받자 어머니도 함께 구금됐다. 1980~1990년대 모스크(이슬람 사원)에서 이슬람 신학을 배웠다고 테러혐의자로 분류돼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은 사람도 있었다. 마아니치신문은 “테러와의 연결이 뚜렷하지 않다”며 “중국 당국이 조금이라도 종교색이 있다고 판단하면 ‘재교육시설’이나 형무소에 수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수용시설은 중범죄좌 감옥과 같은 구조였다. BBC 보도에 따르면 수용소 내 공안은 수감자를 다른 시설이나 병원으로 옮길 때 의무적으로 눈을 가리고 수갑과 족쇄를 채웠다. 수용소 내 전 지역에 무장한 경찰이 배치된 데다가 감시탑에 기관총과 저격용 소총이 설치됐다. 수감자들이 수갑을 차거나 복면을 쓴 상태에서 의자에 앉아 심문을 받고 있는 모습도 있었다. 총을 가진 공안요원들이 수용자의 도주를 막기 위해 훈련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진도 공개됐다. 수감자들이 주사기를 받고 있는 사진도 있었다.

탈출을 시도하는 수감자는 사살한다는 원칙까지 있었다. 천취안궈(陳全國) 신장위구르자치구당위원회 서기는 2017년 5월 28일 화상연설에서 무슬림의 신앙심이 높아지는 라마단 기간 해외 입국자들을 유의해야 한다며 “몇걸음이라도 도망치려 하면 사살하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2017년 5월28일 천취안궈 신장위구르자치구당위원회 서기의 화상연설 기록. 현지공안 컴퓨터에 있는 자료가 해킹으로 유출됐다./마이니치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위구르족에 대한 인권탄압은 전혀 없었다고 주장해 온 중국 정부의 주장을 전면 뒤집는 내용들이다. BBC는 “2017년 이후 신장 전역에 건설된 수용소들이 ‘학교’에 불과하다는 중국 정부의 주장은 공안당국의 내부 지침과 완전히 모순된다”며 “이번 문간들은 위구르족 정체성, 문화, 이슬람 신앙을 거의 모조리 (말살) 표적으로 삼는 정책을 뒷받침하는 지금까지 가장 강력한 증거 가운데 일부”라고 보도했다.

신장의 강제수용소의 존재는 수용소를 탈출한 위구르인들의 증언으로 알려졌다. 이후 서방 매체들의 취재와 위성사진 분석으로 실체가 점차 드러나기 시작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사회는 중국이 신장 지역에 거주하는 위구르족을 집단 학살하며 이들을 대상으로 집단구금, 강제노동, 산아제한 등 조직적인 탄압정책을 자행하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이에 중국 정부는 신장 위구르족 말살 주장은 “세기의 거짓말”이라고 부인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2019년 “신장에 있는 ‘직업기능교육훈련센터’는 사람들이 극단주의에서 해방되도록 돕는 학교”라고 주장한 바 있다.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가 신장을 방문한 기간에 문건이 공개돼 파장이 예상된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바첼레트 대표의 방문이 기자단 수행없이 ‘폐쇄적’으로 진행되고 중국 정부가 방문 목적을 ‘조사’가 아닌 ‘우호’로 제약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중국 정부의 선전에 이용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20일 “중국이 신장의 인권상황에 대해 완전하고 통제되지 않은 평가를 하는 데 필요한 접근을 허용할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출문서를 검증한 14개 언론은 내용에 대해 공동으로 중국 외무성에 의견을 요구했다. 주미중국대사관은 “신장 문제는 본질적으로 반테러, 탈과격화, 반분열주의에 관한 것으로, 인권이나 종교 문제는 아니다”라며 “신장은 사회안정과 번영을 누리고 있다”고 답했으며 개별적 질문에는 응답하지 않았다고 마이니치신문이 전했다.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자료 원문 : BBC, 마이니치신문

박은하·김혜리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 [뉴스레터]좋은 식습관을 만드는 맛있는 정보
▶ ‘눈에 띄는 경제’와 함께 경제 상식을 레벨 업 해보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