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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공소권 남용’ 판단에도…검찰 “유우성 기소 문제 없었다” 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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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의 피해자 유우성씨.


서울시공무원 간첩 사건 증거 조작이 드러난 직후 유우성씨를 추가 기소한 검사가 당시 검찰 수사는 “보복 기소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유씨를 기소한 것은 “공소권 남용”이라는 대법원의 확정 판결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검찰권 행사’였다고 옹호한 것이다. 공소장으로 말해야 할 검사가 혐의 입증에 실패하고도 장외 여론전을 통해 법원 판단을 부정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간첩조작 사건의 책임자가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에 임명되고, ‘보복 기소’ 사건의 책임자가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되는 현실이 반영됐다는 평가도 있다.

■공소권 남용 이유로 무죄 확정한 첫 사례

안동완 서울동부지검 형사1부장(52·사법연수원 32기)은 지난 19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공소권 남용이라는 법원의 판단에 대해서는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국가보안법 사건이 무죄가 선고되거나 공판 검사들이 징계를 당했기 때문에 수사해 기소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안 부장검사는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당시 부장검사 이두봉) 수석 검사이던 2014년 5월 화교출신 탈북자인 유우성씨를 대북송금 혐의,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했다.

당시에도 형사2부의 기소를 두고 ‘별건 기소’, ‘보복 기소’라는 지적이 나왔다. 시기도, 내용도 의구심을 살 만했다. 형사2부는 그 해 2월 유씨의 간첩사건 항소심에서 증거조작이 드러나자 탈북자단체의 고발을 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유씨에 대한 기소는 이시원 당시 검사(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등 증거조작 사건의 책임자들에 대한 징계가 확정된 지 8일만에 이뤄졌다.

기소된 혐의 사실은 탈북자들이 북한 가족에게 보내는 돈을 유씨가 1600여차례에 걸쳐 중개했다는 것인데, 서울동부지검이 2010년 수사하고도 ‘기소유예’했던 사안과 동일했다. 4년 전 검찰 스스로 “초범이고, 가담 내용이 경미하며, 반성하고 있다”며 불기소 처분한 건을 다시 끄집어내 기소한 것이다. 검찰이 증거조작 사건으로 망신을 당하자 유씨를 범죄자로 만들기 위해 보복 기소를 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대법원은 “검사의 자의적인 공소권 행사로써 피고인이 실질적인 불이익을 받았음이 명백하므로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유씨의 대북송금 혐의에 대한 검찰 공소를 기각했다. 대법원이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이유로 무죄를 확정한 첫 사례였다.

■2심 재판부 “검찰이 각하 처분했어야”

안 부장검사는 이프로스에 올린 13쪽 분량의 글을 통해 대법원의 ‘공소권 남용’ 판단을 사실상 부인했다. 그의 주장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당시 수사를 통해 추가 범행이 발견돼 기소가 불가피했고, 검찰 자체 판단으로 재수사한 것이 아니라 시민단체 고발장을 접수해 수사한 것이며, 기소가 늦어진 것일 뿐 검사 징계에 대응한 기소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검찰이 재판 과정에서 펼친 논리와 유사하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1심에서는 배심원 과반이 ‘공소권 남용’으로 판단했음에도 불구하고 재판부가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의 주장을 배척하고 1심 판단을 뒤집었다. 기소유예 후 추가 범행이 발견됐다는 검찰 측 주장에 대해서는 “기소할 만한 사정변경이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동부지검이 기소유예한 범죄사실은 2007~2009년 사이 1646회에 걸쳐 26억4000만원을 송금했다는 것인데, 형사2부는 유씨가 2005~2009년 사이 1655회에 걸쳐 25억9500만원을 송금했다고 봤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거래기간이 앞으로 당겨졌으나 총 거래액수는 오히려 감소됐다”고 지적했다. 또 유씨가 조직적으로 가담했다는 증거가 없고, 유씨가 ‘환치기’한 금액 일부를 착복했다는 검찰의 증명도 부족하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고발장이 접수돼 수사에 착수했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서도 ‘검찰이 각하 처분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검찰사건사무규칙은 검사가 불기소 처분한 사건과 동일한 사건이 고소·고발되는 경우 원칙적으로 각하 처분한다고 규정한다. 예외적으로 고소·고발인이 새로운 주요 증거를 소명하는 경우에만 각하하지 않고 다시 수사한다. 그런데 수사의 단초가 된 고발장은 ‘유씨가 2007~2009년 불법 대북송금을 통해 26억원을 북한으로 송금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울동부지검이 기소유예한 범죄사실을 그대로 고발한 것이다. 고발인이 새로운 증거를 내놓지도 못했다. 고발장에는 언론 기사 2건이 첨부됐고, 고발인은 조사 과정에서 “고발 사실을 입증할 다른 자료는 없다”고 진술했다. 그런데도 검찰은 고발을 각하하지 않고 수사해 과거 범죄까지 보탠 것이다.

■고개 숙인 문무일 검찰총장

2심 재판부는 검사 징계에 대응한 기소가 아니라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안 부장검사는 2014년 수사로 유씨가 화교인 점, 중국에 있는 송금책이 유씨의 친인척인 점 등을 새로 밝혀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검찰이 유씨를 국가보안법상 간첩 혐의로 기소한 2013년 2월 이미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당시에도 현재 사건의 사실관계를 충분히 파악하고 있었다고 보여지므로 (2013년 2월 기소한) 국가보안법 위반 등 사건과 함께 현재 사건을 기소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당시에는 기소하지 않았다가 증거조작과 관련한 검사 징계가 시작되자 뒤늦게 기소한 정황으로 본 것이다.

대법원은 이 같은 2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했다. 대법원이 무죄선고를 한 후 유씨는 안 부장검사와 이두봉 인천지검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검찰이 증거조작 사실이 탄로나자 과잉 대처한 정황은 또 있다. “그래도 유우성은 간첩이다”라는 판단 아래 사건 본질보다 ‘유우성 흠집내기’에 주력했다. 항소심 선고가 임박하자 공소장 변경을 신청해 피고인 성명을 유우성에서 ‘리우찌아강’으로, 등록기준지를 ‘서대문구’에서 ‘외국(중국)’으로 변경했다. 검찰은 중국 사람임을 드러내기 위한 조치라고 했다. 형사2부의 수사도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고발장 접수 직후 배당이 이뤄졌고, 바로 고발인 조사를 진행했다. 초범일 경우 벌금 1000만원 안팎의 형이 선고되는 외국환거래법위반 사건으로는 이례적으로 수사초기부터 대검찰청이 계좌추적 인력 2명을 수사팀에 파견했다. 당시 이 사건에 참여한 수사관은 법정에서 “(이런 수준의 범죄에 추가 인력 파견은) 경험한 적 없다”고 했다.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2019년 2월 형사2부의 기소를 “공소권을 남용한 사실상 피해자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며 검찰총장의 사과를 권고했고, 문무일 당시 총장은 고개를 숙였다.

■검찰의 달라진 태도

그러나 검찰총장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 취임과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임명을 기점으로 이 사건을 둘러싼 검찰의 태도가 바뀌고 있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의 ‘공소권 남용’ 판단 이후 숨 죽이던 담당 검사는 7개월 만에 억울함을 호소하고 나섰다. 그의 옛 직속 상관으로 이 사건을 지휘한 이두봉 인천지검장은 유력한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된다. 증거조작 및 보복기소에 관여한 검사들의 잇단 행보가 반성없는 검찰의 맨 얼굴을 고스란히 보여준다는 평가도 있다.

유씨를 변호한 김진형 변호사는 24일 “안 부장검사의 주장은 이미 재판에서 주장했고 재판부가 배척한 내용”이라며 “공직자로서 대법원의 공소권 남용 판단에 대해 마치 새로운 내용인 것처럼 반대 글을 올리는 것 자체가 부적절해 보인다”고 했다. 장경욱 변호사는 “수사로 말해야 할 검사가 입증에 실패하고도 피고인을 욕보이려고 하고 있다”며 “ ‘이만하면 해결됐다’고 생각하고 끝까지 진상규명을 하지 않아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이효상·허진무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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