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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대리운전 중기업종 지정, 혁신 싹은 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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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상권 보호 필요하나
소비자 편의·후생이 먼저


파이낸셜뉴스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제70차 동반성장위원회 회의를 마치고 관계자들이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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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성장위원회가 24일 대리운전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했다. 앞으로 3년간 대리운전 업종은 대기업이 새로 진출할 수 없고, 이미 진출한 업체는 사업을 확장하지 못한다. 한차례 연장되면 최대 6년간 적용된다. 이미 시장에 진출한 카카오모빌리티와 티맵모빌리티, 그중에서도 점유율이 높은 카카오모빌리티를 겨냥했다.

동반위의 결정은 2020년 타다 사태를 연상시킨다. 기득권 보호를 위해 혁신을 제한했다는 점에서다. 타다의 경우 택시업 종사자들이 들고일어났다. 국회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을 바꿔 사실상 타다를 시장에서 축출하는 강수를 뒀다. 이번엔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를 중심으로 대리운전 종사자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동반위는 '권고'하는 모양새를 갖췄지만 혁신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점에서는 타다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최대 피해자는 소비자다. 소비자는 혁신이 제공하는 편의를 누릴 기회조차 잃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다 잘했다고 말할 순 없다. 카카오가 대리운전 시장에 진출한다는 소식에 많은 이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대리운전은 군소 사업자들이 난립한 전형적 '골목상권'이기 때문이다. 대리운전 말고도 카카오는 곳곳에서 문어발 확장으로 비판을 받았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경영진이 호된 질타를 받은 것도 그래서다. 결국 카카오모빌리티는 콜 대리운전 업체를 추가로 인수한다는 계획을 접었다.

올 들어 카카오는 경영진 교체를 통해 '비욘드 코리아'를 새로운 경영전략으로 내세웠다. 한국을 넘어 세계 시장을 공략한다는 의미다. 카카오가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서 벗어나 진정한 글로벌 혁신기업으로 거듭나려면 불가피한 선택이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동반위의 결정을 흔쾌히 받아들이는 편이 낫다. 실제 카카오모빌리티는 24일 "동반성장위의 적합업종 권고 결정을 존중하며 이를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삼성전자,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을 비롯해 국내 76개 기업이 24일 신(新)기업가정신 선포식을 가진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이들은 5대 실천명제 중 하나로 지역사회 동반성장을 제시했다.

윤석열 정부는 난처한 입장에 빠졌다.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를 추진하려면 혁신은 필수다. 110대 국정과제에는 '시장진입과 사업활동을 제약하는 불필요한 정부규제를 개혁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그런데 동반위는 새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골목상권 보호를 명분으로 시장진입과 사업활동을 제약하는 결정을 내렸다.

최상책은 혁신도 진흥하고, 골목상권도 보호하는 것이다. 하지만 둘을 조화시키기는 여간 어렵지 않다. 전임 문재인 정부도 초반엔 19세기 영국의 '붉은 깃발법' 사례를 내세워 혁신을 강조하는 듯했지만 결국 국회의 타다금지법 강행을 거들었다. 선거철만 되면 정치인들이 숫자가 많은 기득권 종사자 편에 서는 것도 문제다. 골목상권 보호 명분에 밀려 혁신이 설자리를 잃는 일만은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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