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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금리 오르고 대출 조이니… '영끌·빚투' 대신 빚 갚았다 [가계부채 9년만에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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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상승세 주춤·증시 약세에
주담대 8조1000억 증가 그치고
신용대출은 9조6000억 감소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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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이 처음으로 줄어든 것은 금융당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대출 조이기 등의 정책 효과가 먹혀들어가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또한 주택가격 상승과 주식시장 호황 등 자산시장의 거품이 진정되면서 대출 수요가 주춤한 것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지속된 '영끌'(빚내서 주택구입)과 '빚투'(빚내서 투자) 역시 주택 매매거래가 둔화되고 투자수요도 줄어드는 모습이다.

■당국규제·기준금리 인상 약발 통해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1·4분기 중 가계신용(잠정)' 결과 가계신용 감소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2·4분기 가계신용은 전분기보다 무려 43조5000억원 증가하며 정점을 찍었지만 3·4분기에는 34조9000억원 늘고, 4·4분기 17조1000억원 늘면서 증가폭을 점차 줄였다. 이어 올해 1·4분기 6000억원이 줄면서 9년 만에 감소로 전환했다.

통계 집계 이래 처음 감소한 가계대출 역시 지난해 하반기부터 서서히 증가폭이 줄기 시작했다. 전분기 대비 증가액이 41조원 증가한 지난해 2·4분기 이후 3·4분기와 4·4분기에는 증가액이 각각 34조7000억원, 11조8000억원으로 줄었다. 결국 올해 1·4분기에는 전분기보다 1조5000억원 감소했다.

이 같은 감소세에는 우선 금융당국과 금융기관을 포함한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가 그대로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하반기 은행들이 가계대출 총량을 제한하면서 가계대출 관리에 나섰다. 주요 시중은행의 대출한도가 제한됐고 신규대출도 줄어들었다. 여기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도 본격화되면서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이후 양적완화 조치가 정상화를 시작하면서 지난해 8월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25%p 인상했다. 이어 같은 해 11월과 올해 1월, 4월까지 0.25%p씩 총 네 차례 금리를 인상하면서 현재 기준금리는 1.5%로 올랐다.

송재창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장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이 4월 들어 소폭 증가로 전환되는 모습으로, 금융기관이 어느 정도 대출완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보여진다"며 "다만 향후에도 대출금리가 상승될 것으로 예상되고 주택매매거래도 당분간 활발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집값상승 주춤·주가약세에 대출 감소

무엇보다 '영끌'과 '빚투'로 대변되던 투자 움직임도 줄어드는 데 한몫했다. 코로나19 이후 지난해 초까지 주택가격 상승과 주식시장 호황이 이어지면서 투자 움직임이 활발했다. 이는 가계대출 급증으로 이어졌지만 지난해 하반기 들어 집값 상승세가 둔화되고 증시가 하락하면서 점차 축소됐다.

실제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지난해 3·4분기 20조8000억원이 증가했지만 4·4분기에는 12조7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마저도 올해 1·4분기에는 8조1000억원으로 증가폭이 줄었다. 이 기간 주택가격 역시 상승세가 주춤했다.

KB국민은행의 주택가격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주택(아파트·연립·다세대·단독주택 포함)의 평균매매가격은 지난해 11월 이후 4개월간 상승폭이 줄었다. 11월 1.1% 상승률을 기록한 이후 12월 0.50%로 줄고 올해 1월과 2월에는 각각 0.28%, 0.21%에서 3월 0.10%로 상승폭이 줄었다. 4월 0.21%로 매매가격 상승폭이 다시 상승했지만 주택공급 증가 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는 주춤한 상태다.

신용대출로 주식투자를 이어가던 빚투족의 투자도 줄었다. 공모주 청약 열풍이 이어진 지난해 2·4분기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 증가액은 23조8000억원에 달했지만 4·4분기에는 9000억원 줄면서 감소 전환했다.

올해 1·4분기 감소폭을 확대하며 다시 9조6000억원이 줄었다. 지난해 초 국내외 주식시장이 호황을 기록하면서 서학개미를 비롯한 증권투자가 활발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통화긴축으로 코스피지수가 2600 선으로 내려가는 등 주식시장이 주춤하면서 투자수요도 둔화된 모습이다.

■시장금리 고공행진도 영향

올 들어 시장 대출금리가 고공행진하면서 차주들의 부담이 커진 것도 가계부채 감소의 이유로 꼽혔다. 실제로 지난달 국내 은행이 신규취급한 주택담보대출의 평균금리가 전월 대비 소폭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세계적인 물가상승세 속에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인해 시장금리가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은행연합회 공시를 보면 지난 4월 국내 은행 18곳이 신규취급한 분할상환식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3.75~4.31% 수준이다. 이는 전월 평균금리가 3.5~4.18%였던 것과 비교해 소폭 오른 수치다. 실제로 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의 준거금리로 작용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지난달 큰 폭으로 올랐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신규 취급액 기준 4월 코픽스는 전월 대비 0.12%p 오른 0.84%로 2019년 5월(1.85%) 이후 2년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융권에서는 코픽스와 함께 변동형 주담대 금리의 오름세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2%를 훌쩍 넘어설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은행권 주담대 금리도 현재 상단 기준으로 5~6%대에서 연말에 7~8%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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