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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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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새 총리 취임 이튿날 쿼드 회의…中, 기다렸단 듯 러브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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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24일 회담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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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쿼드(Quad) 정상회의는 호주 신임 총리의 대중국 외교 정책 방향성을 확인하는 시험 무대이기도 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속한 중도 좌파 성향의 노동당은 호주에서 중국에 비교적 우호적인 정당으로 분류돼 왔기 때문이다. 앨버니지 총리는 취임 이튿날인 이날 쿼드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쿼드는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으로 구성된 중국 견제 성격의 안보협의체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3일 미·일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대만을 군사적으로 방어하는 데 개입할 것이냐"는 질문에 "예"라고 답해 미국과 중국의 신경전이 한층 커진 상황이다. 가디언은 "바이든의 이런 발언은 앨버니지를 가장 골치 아픈 외교 문제로 몰아넣었다"고 평했다.

앨버니지 총리는 23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중국과의 관계 변화에 대한 질문에 "여전히 어려운 관계로 유지될 것"이란 답을 내놨다. "변한 것은 중국이지 호주가 아니다"며 "호주는 항상 우리의 가치를 옹호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호주의 국익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고 국가 안보 문제로 정치를 하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로 전임 스콧 모리슨 정부의 대중 정책을 겨냥하며 미묘한 입장 변화를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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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도쿄에서 열린 쿼드 정상회담.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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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호주의 정부 교체를 관계 개선의 기회로 삼으려는 듯 앨버니지 정부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중국의 리커창 총리는 앨버니지 총리에게 선거 승리 축전을 보냈다고 호주 현지 언론이 24일 전했다. 시드니 모닝 헤럴드 등에 따르면 중국 고위급이 호주에 외교적 접촉을 해온 건 약 2년 6개월 만이다.

리커창 총리는 축전에서 "중국은 호주와 과거를 되돌아보고, 미래를 바라보며 상호 존중과 상호 이익의 원칙을 견지해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건전하고 꾸준한 성장을 촉진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전했다. 리 총리는 호주 노동당이 1970년대 집권 당시 중국과 수교한 사실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호주ABC는 "베이징이 호주의 새 정부와 화해할 용의가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빠르게 움직였다"고 평했다.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의 영문판 글로벌 타임스는 22일 '캔버라(호주)가 하루빨리 중국에 대한 합리성을 되찾길 바란다"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했다. 매체는 "앨버니지의 승리는 현재 침체된 중국과 호주 관계에 대한 전환점"이라며 "우린 호주의 새 정부가 양국 관계를 옳은 길로 되돌릴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호주가 갑자기 강경한 반중 기조로 선회한 것은 최근 몇 년간 국제 관계에서 가장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라며 전임 모리슨 총리의 대중국 정책을 비판하고 나섰다. "모리슨은 중국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선거전 전면에 내세웠지만, 이번 선거 결과는 호주인들이 반중 노선보다 기후 변화나 임금 문제에 더 관심을 갖는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호주인들이 우려하는 경제적 번영이든, 기후변화 대처든 중국은 분명 좋은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글로벌 타임스는 또 다른 기사에선 "쿼드 정상회담은 호주 새 총리의 정치적 지혜를 시험한다"며 앨버니지를 압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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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과 앨버니지 총리가 24일 인사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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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슨 총리 집권 기간 호주는 서방의 반중 움직임에 동참하며 중국과 사이가 멀어졌다. 중국에 코로나19 기원 조사를 요구하는 한편,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보이콧했고,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자국 5G 통신망에서 배제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이 호주에 보복성

관세를 부과해 무역 갈등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에 대한 경계심이 높은 호주 내 분위기와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앨버니지 정부가 대중국 외교 정책 기조를 크게 바꾸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앨버니지 역시 그동안 호주의 중국 정책엔 변화가 없을 것이며, 모리슨 총리가 미국·영국과 함께 중국에 맞서 창설한 안보협의체 오커스(AUKUS)를 강력히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이날 쿼드 정상들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이뤄지는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을 차단하는 대응책에 합의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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