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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민주, 괘씸해 못찍어" vs "이재명에 기회줘야"···다윗과 골리앗, 뚜껑 열어야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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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선핫플-인천 계양 가보니]

초반 이재명 승리 예상됐지만

격차 급속히 좁혀져 민주 비상

野 텃밭 흔들···2010년 판박이

李 "더 크게 써달라" 지지 호소

尹 "지지율에 일희일비 않겠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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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양은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무조건 찍는 곳입니까? 주민들 자존심에 그렇게 상처 내는 게 수십 년 민주당을 밀어준 지역에 할 짓이냐 이 말입니다. 송영길은 서울로 가버리고 이재명은 연고도 없이 와서 국회의원 하겠다. 괘씸해서 못 찍어요.” (60대 김 모 씨)

“아깝게 대선 패배했는데 큰 인물 키워줘야죠. 경기도의 이재명이 아니라 인천의 이재명이 되는 건데 기회를 줘야 한다고 봐요.” (20대 하 모 씨)

6·1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계양은 선거 초반만 해도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압도적인 인지도로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와의 승부에서 손쉽게 승리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갈수록 선거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가 10%포인트 이상이던 이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를 한 주 만에 따라잡은 것으로 나타나자 민주당은 비상등이 켜졌다.

이 후보 캠프는 압도적인 지역 공약과 인물론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전략이다. 24일 인천 계양구 임학동에 위치한 선거 캠프에서 이 후보는 계양 테크노밸리 마스터플랜을 발표하는 등 지역 민심 공략에 집중했다.

계양을 제2의 판교 테크노밸리로 만들겠다는 이 후보는 △지하철 9호선 연장 △개발이익 계양구 재투자 등을 약속하며 “계양에는 큰 유능한 일꾼이 필요하다. 실력과 성과를 입증한 제가 반드시 실천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접전 양상인 윤 후보와의 여론조사와 관련해서는 “큰 물길을 보는 전화 면접 조사와 표면의 파도 같은 변동성을 보는 자동응답(ARS) 조사의 차이로 본다”며 “대통령 취임 컨벤션 효과와 한미정상회담으로 정당 지지율이 벌어진 점에 우려가 있지만 다시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상가 번영회, 신대초등학교 학부모회, 전통시장 상인들과의 만남 등 지역 밀착 행보를 이어갔다. 그동안 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을 겸한 탓에 계양을 비우고 전국 지원 유세에 나섰던 것과는 대비되는 행보였다. 상가 번영회 간담회 이후 이동 차량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이어간 이 후보는 “아침 거리 인사 때 시민들의 반응이나 거리에서 만날 때 손잡아주는 주민들의 모습에서 바닥 민심을 확인할 수 있다”며 “(대선 때) 새로운 희망을 꿈꿨던 분들이 슬픔과 절망감·좌절에 기력을 찾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많은데 결집해서 ‘투표하면 이긴다’”고 강조했다. ‘정치 생명’을 건 이번 선거에 “‘더’ 크게 써달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다만 이 후보가 지역 밀착 행보에 나선 데는 최근 여론 흐름이 심상치 않다는 긴장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계양을은 2004년 분구 이후 송영길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네 차례나 국회의원에 당선된 곳이다. 가장 최근 선거만 봐도 송 후보가 2020년 총선에서 58.6%의 득표율로 윤 후보(38.7%)를 크게 앞섰다. 올 3월 대선에서도 계양구에서는 이 후보가 52.3%의 득표율로 윤석열 대통령(43.5%)을 제쳤다. 2010년 송 후보의 인천시장 출마로 실시된 보궐선거에서 이상권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후보가 당선된 게 보수 정당의 유일한 승리다. 당시에도 민주당 강세 지역이라는 평가에 의지해 민주당은 지역 연고가 적은 후보를 공천했다가 ‘지역 일꾼론’을 내세운 이상권 후보에게 패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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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계양에서만 세 번째 국회의원에 도전하는 윤 후보는 밑바닥 민심부터 파고들었다. 윤 후보 캠프는 최근 지지율 상승세에 고무적인 분위기였다. 캠프 회의를 마친 직후 기자와 만난 윤 후보는 “이 후보가 명분 없이 계양에 출마한 것 자체가 비정상적인 상황”이라며 “계양에서 분란을 일으키는 이 후보를 빨리 분당으로 보내 정상화시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변에 ‘정말 우리 계양이 만만한가. 우리가 범죄 피의자의 피난처냐’며 굉장히 언짢아하시는 분들이 많다”고 이 후보를 향해 날을 세웠다.

이 후보와 역전된 지지율 조사에 대해서는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며 “다만 지역 유권자들을 만나면서 밑바닥 정서는 처음부터 ‘찐’계양 사람인 자신을 향해 있었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계양에서만 내과 병원을 25년간 운영한 동네 의사다. 일각에서 제기한 서울 목동에서 최근 계양으로 주소지를 옮겼다는 지적에 대해 “계양에 전세로 살았는데 21대 총선 직후 집주인이 집을 팔아야 한다며 비워달라고 해서 목동 집으로 주소를 잠시 이전했을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박빙세의 여론조사 결과에 이 후보가 초조해 하는 것 같다”며 “이번 선거는 25년간 계양의 현재와 미래를 고민해온 사람과 25일 된 사람의 선거”라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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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송종호 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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