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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월드리포트] 손흥민 극찬한 중국 매체…"중국 축구 탈바꿈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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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23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공동 득점왕에 오른 손흥민 관련 기사를 대서특필했습니다. '아시아 선수들이 유럽 축구계를 빛내는 것이 우리에게 어떤 시사점을 주는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손흥민의 활약상과 성공 요인을 집중 조명했습니다. 아시아 선수가 EPL 골든 부트를 수상한 것은 사상 처음이라고 전했고, 공동 득점왕 리버풀의 살라흐가 페널티킥으로 5골을 넣은 반면 손흥민은 페널티킥 없이 필드 골로만 23골을 넣은 사실을 부각했습니다. 손흥민의 골든 부트가 더욱 빛날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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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의 활약상을 전한 신화통신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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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통신, 손흥민 성공 스토리 조명…"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신화통신은 손흥민의 성공 요인으로 근면을 꼽았습니다. "경기장에서 1분을 위해, 경기장 밖에서 10년을 노력했다"고 했습니다. 손흥민이 어릴 때 아버지 손웅정 씨로부터 기본기와 체력 훈련을 받은 사실을 언급하면서, 지금의 뛰어난 기본기와 체력은 이때 만들어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신화통신은 손흥민을 온두라스 출신 엘리스와 비교하기도 했습니다. 손흥민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016년 리우올림픽 축구 8강전에서 온두라스에 1대 0으로 패했는데, 당시 결승 골을 넣은 선수가 엘리스였습니다. 손흥민은 선제 골을 넣은 온두라스의 이른바 '침대 축구'에 막혀 경기가 끝난 후 오열했습니다. 신화통신은 이제 손흥민은 골든 부트 공동 수상자가 됐지만, 엘리스는 프랑스 리그에 묻혀 사라졌다고 했습니다. 손흥민은 오랫동안 꾸준한 기량을 유지하고 수준 높은 리그에서 빛을 발하며 '아시아의 맏형', '아시아의 일인자'가 됐다고 했습니다. 손흥민의 스토리는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것을 우리(중국)에게 알려준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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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리우올림픽 8강전에서 온두라스에 패한 뒤 오열하는 손흥민(왼쪽)과 이른바 '침대 축구'로 경기장에 누워 있는 엘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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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네티즌 "손흥민, 아시아인 가능성 보여줘"…반한 감정 찾기 어려워



중국의 다른 매체들도 거들었습니다. 봉황망은 '아시아의 빛 손흥민, 한국인이 어떻게 세계를 정복했나'라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손흥민 아버지의 '엄격한' 훈련 방식을 상세히 서술했습니다. 매일 왼발 500회, 오른발 500회 슈팅 연습을 시켰고, 심지어 훈련 시간을 아끼기 위해 광고 CF마저 짧은 시간 안에 찍도록 했다는 일화까지 소개했습니다. 손흥민이 독일 리그에서는 독일어를, EPL에서는 영어를 빨리 습득한 것도 유럽 축구에 쉽게 적응한 비결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연습과 겸손, 자신감이 아시아 일인자가 된 지름길"이라는 글로 기사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중국신문망 역시 "손흥민이 새로운 축구 역사를 만들었다"고 썼고, 샤오샹천바오는 "손흥민이 왼발로 12골, 오른발로 11골을 기록했으며, EPL 역사상 한 시즌에 페널티킥 골 없이 득점왕에 오른 10번째 선수가 됐다"고 극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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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황망은 '아시아의 빛 손흥민, 한국인이 어떻게 세계를 정복했나'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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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의 득점왕 소식은 중국 SNS에서도 단연 화제가 됐습니다. 중국 최대 SNS인 웨이보에는 #손흥민 살라흐 EPL 공동 득점왕#, #손흥민 EPL 골든 부트 역사 창조#라는 해시태그가 올라왔고, 이들의 조회수는 24일 오후 현재 각각 1억 회와 1,700여만 회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댓글도 거의 칭찬 일색입니다. "페널티킥 골 없이도 골든 부트를 차지했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 정말 잘했다", "아시아인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손흥민은 개인보다 팀을 우선한다", "골을 넣었을 때 나도 좋아서 울었다" 등입니다. 손흥민 관련 글에서만큼은 반한(反韓) 감정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중국 "축구의 발상지는 중국"…시진핑 '축구 굴기' 내세워



중국인의 축구 사랑은 유별납니다. 전 세계 축구 팬 16억 명 가운데 중국인이 3억 명 이상입니다. 자국 팀이 본선에 진출하지 못했어도 월드컵 기간에는 거리에서, 술집에서 열광하는 중국인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를 반영하듯, 2018년 러시아월드컵의 국가별 광고비에서 중국이 단연 1위를 차지했습니다. 중국 기업들의 광고비는 러시아월드컵 전체 광고비의 35%를 차지했는데, 금액으로는 우리 돈 105조 원에 달합니다.

중국인들이 축구를 좋아하는 데는 여러가지 분석이 있습니다. 중국인들은 축구의 발상지가 중국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춘추전국시대 제나라에서 축구와 비슷한 형태의 공차기(축국)를 했다는 기록이 나와 있는데, 이를 축구의 기원으로 보는 것입니다. 물론 근대 축구의 발상지는 영국이 분명하지만, 2004년 국제축구연맹(FIFA)까지 나서 "축구의 발상지가 중국이라는 데 동의한다"고 밝히면서 중국인들은 발상지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축구광'으로 알려진 시진핑 국가주석이 '축구 굴기'를 내세운 것도 열기를 돋우었습니다. 시 주석은 지난 2015년 영국을 방문했을 때 축구 클럽을 찾기도 했는데, 2050년까지 중국 축구대표팀을 세계 최강 수준으로 육성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2만 개가 넘는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축구 전문학교로 지정하고 7만 개 이상의 축구장을 건립하는 등 축구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내기를 좋아하는 중국인의 특성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자국 축구 경기는 물론, 유럽 등 전 세계 축구 경기 결과를 놓고 돈을 거는 사이트들이 성행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승패를 넘어 골득실 차, 심지어 어느 팀의 누가 첫 골을 넣느냐와 같은 구체적인 결과를 놓고도 돈이 오갑니다.

중국 남자 대표팀 성적 초라…"물고기 탐내지 말고 그물부터 쳐야"



문제는 이런 국민적 관심과 지원에 남자 축구대표팀이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중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2월 베트남과의 경기에서 1대 3으로 패하며 2022 카타르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중국 남자 대표팀이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것은 2002년 한일월드컵이 유일할 정도로 국제 무대에서의 성적은 초라합니다. 반면 여자 축구대표팀은 아시아컵에서 우승하는 등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 있습니다. 중국 축구 팬들은 남자 대표팀이 베트남에 패하자 "귀국하지 마라"고 격분했고, 여자 대표팀이 우승하자 "남자 대표팀을 쫓아내라"고 조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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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카타르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한 뒤 고개 숙인 중국 남자 축구대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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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통신은 손흥민의 성공이 곤경에 처한 중국 축구에 시사점을 준다고 했습니다. '연못에 가서 물고기를 탐내는 것보다 물러서서 그물을 치는 것이 낫다'. 신화통신이 내린 결론입니다. 당장 성과를 얻으려고 욕심부리지 말고 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중국 축구 개혁 발전 방안'을 착실하게 집행해, 중·단기적으로 냉대를 받더라도 고통을 견뎌야만 중국 축구가 탈바꿈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손흥민의 성공을 교훈 삼아 중국의 젊은 선수들이 일찍 유럽 등 큰 무대에 진출해 3~4류 클럽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손흥민에 대한 14억 인구의 부러움과 때늦은 후회가 읽힙니다. 손흥민의 성공이 중국 축구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지켜볼 일입니다.
김지성 기자(jisu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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