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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테라 재탄생' 투표에 찬성 66%, 반대표 12% 불과…권도형 부활시도 통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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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홍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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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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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제안한 '테라(Terra) 2.0' 구축안 투표에서 종료 하루를 앞두고 절반이 넘는 찬성표가 나오고 있다. 사실상 '코인개미'들의 의사는 배제된 가운데, 권도형 대표의 의도대로 테라 부활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테라2.0' 거버넌스 투표에 찬성표 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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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테라 스테이션'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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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3시 기준 '테라 네트워크의 부활'(Rebirth Terra Network)이란 제목의 '테라 2.0' 구축 투표의 총 투표율은 76.41%로, 이 중 찬성표를 던진 비율은 66.33%에 달했다. 거부권(No with veto) 행사 등 반대표 비율은 12.84%, 기권표는 20.83%로 집계됐다. 테라 생태계 복원에 과반이 지지 의사를 드러낸 셈이다. 이번 투표 결과는 테라 블록체인 노드(네트워크 참여자)인 검증인(Validator)들의 투표로 결정된다. 검증인은 블록 안에 담긴 거래가 정상 거래인지 판단하는 존재다. 디지털 원본 파일을 복사해 2번 이상 자금 사용이 발생하는 '이중 거래' 등 비정상적인 거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블록체인상 거래 과정을 확인하는 역할을 한다.

앞서 지난 17일 권 대표는 테라 커뮤니티 '테라 리서치 포럼'에 기존 테라 블록체인을 하드포크(Hard Fork·블록체인 가상화폐에서 새로운 가상화폐가 갈라져 나오는 것)해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이 없는 새 블록체인과 코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권 대표 제안대로 테라 생태계가 다시 만들어지면 기존 테라와 루나(LUNA)는 각각 '테라 클래식' '루나 클래식'이 되고 새 체인이 테라와 루나가 된다. 지난 18일 시작된 투표는 25일 종료된다. 표결 결과 정족수를 만족하고 지금처럼 찬성률 과반이 유지될 경우 이르면 오는 27일 테라 2.0 출범이 현실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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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사진=머니투데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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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투자자들 사이에선 정작 '테라 개미'들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표 구조상 루나 보유량이 많을수록 투표권도 커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실제 모든 테라 커뮤니티 회원을 대상으로 진행된 또 다른 투표에선 반대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지난 17일 테라 리서치 포럼의 한 회원이 올린 테라 블록체인 하드포크 관련 찬반 투표를 보면 24일 오후 12시 기준 투표에 참여한 7277명 중 91%가 반대표를 던졌다. 이 투표는 루나·테라 코인 보유 여부과 관계 없이 가입만 돼 있으면 누구나 참여가 가능한 구조였다.

이에 대부분의 개인 투자자들은 권 대표를 향해 날선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투자자는 권 대표의 트위터 계정에 "많은 사람들이 당신과 루나 (화폐)를 믿고 투자했지만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날 믿어달라'는 얘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투자자들도 "한 번 속지 두 번 속겠나" "이번 사태로 2만달러(약 2500만원)가량 잃었다" "투자자들의 막대한 피해는 해결되지 않았다" 등 비판하는 글을 남겼다.


"테라 2.0, 통과 가능성에 개미들 비판 목소리…전문가들 "성공전망은 낮아"

업계에선 테라 2.0 제안 통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투표권 비중이 큰 검증인들의 표심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지만 거부권 효과를 기대하기엔 늦었다는 분석이다. 제안 통과를 막으려면 투표 종료 전까지 거부권 비율 33.4%가 충족돼야 하지만, 24일 오후 3시 기준 거부권 행사 비율은 12.48%에 그쳤다. 국내 인프라 서비스 업체 'DSRV'를 비롯해 해외 소프트웨어 업체 '올노즈'(Allnodes), 가상화폐 스테이킹 서비스 제공업체 '솔리드스테이크'(SolidStake) 등 총 6곳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현재까지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검증인은 '해시드'(3.59%)와 '딜라이트'(2.23%), '세르투스 원'(2.10%) 등 총 53곳이다.

한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잔여표의 대부분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거부권이 발동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결과가 달라질 것 같진 않다"며 "기존 테라에 존재하던 많은 프로젝트들이 테라 2.0에 합류할 것이라고 밝힌 상황이라 어느정도 희망은 걸어볼 수 있지만 성장동력의 원천이 되었던 UST가 빠진만큼 큰 기대를 하고 있진 않다"고 말했다.

최화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도 "테라 2.0 구축안이 부결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며 "검증인이 되려면 테라나 루나를 상당량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데, 그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방법으로 테라 2.0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테라 2.0이 출범한다고 해도 이미 블록체인 시장에서의 자산 가치를 상실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앤드어스 대표)은 "(테라) 회생을 위해선 권 대표가 벌어진 사태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선제돼야 한다"며 "구체적인 상황 설명 없이 갑자기 테라 생태계를 재건하겠다고 하는 건 결국 또 다른 피해자들을 양산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센터장은 "권 대표가 내놓은 방안이 과연 현실적인지 의문"이라며 "만일 통과가 돼 테라 2.0이 구축되더라도 이미 신뢰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시장 경쟁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효진 기자 hyos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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