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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너의 야구 이야기 9] 우리 가족에게 야구는 저녁반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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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경씨 가족들이 야구장을 찾아 엘지 트윈스를 응원하는 모습.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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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출범 40주년을 맞아 〈한겨레〉 스포츠팀은 나와 너, 우리들의 야구 이야기를 전합니다. 당신의 ‘찐’한 야구 이야기를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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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공기에 옷깃을 여밀 즈음…. 야구 시즌이 끝나면 ‘아! 이제 무슨 재미로 살지?’라고 생각할 만큼 우리 가족은 야구광이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어제의 야구 이야기로 하루를 시작하고 전날 경기 하이라이트와 선수들 인터뷰도 챙겨본다. 저녁에는 야구 중계시간에 딱 맞춰 약속이라도 한 듯 스포츠 채널을 틀고, 오늘의 야구 이야기를 하다가 잠이 드니 온 가족이 야구광이라고 할 만하다.

이제 중학교 3학년, 초등학교 5학년이 된 아들 둘도 뱃속에서부터 야구로 태교했고, 만삭이 되어서도 야구장 ‘직관’을 갔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또래들처럼 동요를 배우고 따라 부르는 대신, 야구선수 응원가를 부르며 자랐다. 엄마와 아빠가 엘지(LG) 트윈스 팬이기 때문에, 응원할 팀을 선택할 여지조차도 주어지지 않았다. 아이들은 ‘본 투 비 엘지 트윈스 팬’이라고 하겠다.

뱃속부터 ‘엘린이’(엘지+어린이)였던 아이들은 이젠 엄마, 아빠보다 더 야구를 잘 알고 선수들의 이름은 물론 프로필까지 쫙 꿰고 있는 반 야구 전문가가 다 됐다. 공부를 그렇게 하라고 하면 못했을 텐데, 야구 용어는 어찌 그리 달달 외우고 이해하고 잘 알고 있는지…. 야구 시험이라도 있으면 세계 1등을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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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경씨 아이들이 잠실야구장에서 경기 시작 전에 선수들이 몸을 푸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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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가 야구를 좋아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 하나를 꼽으라면 야구는 투수·포수·야수는 물론 더그아웃 스태프 코치진까지 하나가 되어야 하는 팀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야구는 누구 한 명의 능력으로 이길 수 있는 경기가 결코 아니다. 주자가 나가 있다면 누군가 번트라도 대서 진루를 시켜줘야 하고, 또 3루에 있는 주자를 불러들이기 위해 누군가는 희생플라이를 쳐줘야만 한다. 개인의 희생이 팀에 승리를 가져다줄 수 있는 스포츠이고, 팀을 위해 희생하기를 두려워하거나 피해서는 안 되는 스포츠이기도 하다.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이 있듯이, 이기고 있다고 해서 절대 방심해서도 안 된다. 끝까지 점수를 지키기 위하여, 선발투수는 아니어도 팀을 위해 중간계투를 맡는 투수들이 그래서 참 중요하고 꼭 필요하다. 야구는 선발투수만 잘 던져서는 절대 승리를 장담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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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속부터 엘지 트윈스 팬이었다는 송은경 씨 아들.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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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들은 야구의 이런 매력을 알고 있을까? 세상을 살면서 나만 잘났다고 잘 사는 게 아니고, 나도 누군가를 위해 희생을 해야만 하는 때에 기꺼이 나를 버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기에 매사에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과정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까지.

무슨 야구 하나 보면서 인생을 이야기 하나 싶기도 하지만, 야구를 알면 알수록 거기에 착 붙어 떨어지지 않는 인생이 보인다. 그래서 이제는 야구를 보고 나의 팀 엘지 트윈스를 열렬히 응원하면서도 홈런 하나, 스트라이크 하나, 아웃 하나에 일희일비하지 않게 된다. 그냥 그 자체로 야구가 좋다. 내 인생 같아서. 내가 앞으로 살아갈, 앞으로 펼쳐질 나의 미래 같아서. 나의 아들들도 야구를 사랑하며, 야구를 통해 자연스럽게 인생을 보았으면 한다.

오늘도 저녁 식탁 앞 맛있는 반찬으로 야구 중계가 흘러나온다. 맛있는 고기반찬은 없어도 괜찮지만, 이제 야구 중계는 꼭 있어야만 하는 저녁 반찬이 되었다. 어제와 똑같은 반찬이라도, 야구와 함께라면 오늘도 맛있다. 아마, 내일도 맛있을 것이다. 야구 시즌이 끝나서 다음 해의 반찬을 그리워할 때까지.

송은경(경기 고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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