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쿨파] 바이든 "대만 군사개입하겠다" 의도된 실수일 수도

조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3일 공동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원태성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군사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고 발언하자 국제 외교가에서 그 진의를 두고 각종 주장이 난무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3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에서 한 기자가 ‘중국의 대만 공격이 있을 경우, 미국이 대만을 방어하기 위해 군사적 개입을 할 수 있냐’고 묻자 바이든 대통령은 "그렇다"며 "그것은 우리가 약속한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과 펜타곤은 즉각 미국의 대만 정책은 변화가 없다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 관계법에 따라 유사시 대만이 스스로 방어할 수 있도록 군사적 원조를 제공하겠다는 우리의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말한 것”이라며 “우리의 대중 외교 원칙은 바뀌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대만과 관련 두 가지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할 당시, 중국과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대만과 단교했다.

미국은 그러나 대만관계법을 제정,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대만이 스스로 방어할 수 있도록 무기 등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미국은 대만 문제와 관련 모호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전략적 모호성’이란 말이 나온 것이다.

그러나 로이터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실수란 정치인들이 그들의 진심을 말할 때 쓰는 표현"이라는 미국 정치권의 오래된 속담을 거론하며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중국의 대만 침공시 미국이 군사적 개입을 할 것이란 점을 대내외에 분명히 천명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미국 외교협회 데이비드 색스 연구원도 Δ 바이든 대통령이 외교의 달인인 점 Δ 발언 당시 일본 총리가 바로 옆에 있었다는 점 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발언 직후 문제의 발언이 나왔다는 점 등을 들어 바이든 대통령 발언이 실수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중화권의 대표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바이든의 발언이 의도적이든 아니든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미국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중국에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SCMP는 바이든 행정부가 대만 전략과 관련, ‘전략적 모호성’에서 ‘전략적 명확성’으로 방향을 선회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미중 데탕트 시대를 연 ‘세기의 외교관’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이와 관련, “대만이 미중 문제의 핵심이 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그는 이날 세계경제포럼(WEF) 기조연설에서 “미중 갈등 고조는 세계평화의 가장 큰 위험요소”라며 “양국이 불필요한 갈등을 피하려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이른바 ‘핑퐁외교’를 통해 중국에 접근했을 당시, 중국의 요구는 단 하나였다. 바로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하라는 것이었다.

미중 데탕트 시대를 연 주역들. 저우언라이 외교부장이 키신저 국무장관에게 젓가락질을 가르쳐 주고 있다.

대만은 중국 공산당에 ‘아픈 손가락’이다. 공산당이 중국을 통일한 것은 1949년이다. 당시 인민해방군엔 해군이 없었다. 공산당은 배가 마련되는 대로 해군을 창설, 대만을 정벌해 천하통일을 완성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했다. 당시 미국 조야는 공산주의에 대한 위기감이 한껏 고조됐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나라인 소련이,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중국이 모두 공산화됐다. 세계의 절반이 공산화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에 미국은 더 이상 공산주의 세력을 좌시할 수 없다며 한국이 '에치슨라인'(당시 미국의 방어라인) 밖에 위치해 있었지만 참전했다. 미국과 중국은 한반도를 무대로 전쟁을 벌였고, 결과는 무승부였다.(중국은 승리라고 주장한다)

이후 중국의 힘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절감한 미국은 중국을 감시할 수 있는 최적의 위치인 대만에 미군을 주둔시켰다. 미국은 한국전쟁 직후인 1954년부터 대만에 미군을 주둔시켰다.

그랬던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함에 따라 대만에서 미군을 철수했다. 당시 미국의 최고의 라이벌은 구소련이었다. 미국은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을 미국편으로 끌어들인 대신 대만을 버렸다.

그런데 지금 구소련의 후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하나 정복하지 못해 쩔쩔매고 있다. 대신 중국은 미국의 패권에 도전할 정도로 커버렸다.

현재 미국의 최대 라이벌은 러시아가 아니라 중국이다. 그런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지정학적으로 천혜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대만을 미국편으로 확실히 끌어들여야 할 형편이다.

국제 사회에선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다. 국익만 있을 뿐이다. 이런 맥락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실수는 의도됐을 가능성이 있고,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폐기하는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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