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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중징계 대상 '국정교과서 책임자' 요직에 또 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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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화 비밀 TF’ 단장이었던 오석환 씨, 교육부 기조실장으로 영전

청와대 지시 받고 국정화 홍보 영상 불법 계약, 찬성 여론 조작 등 총괄

교육부, 국정화 부당 홍보로 ‘중징계’ 요구…"검찰 수사 중"이유로 4년째 징계 보류

윤석열 정부가 불법과 권력 오·남용으로 얼룩졌던 역사교과서 국정화 작업의 책임자들을 잇따라 정부 요직에 임명했다. 대통령의 교육 정책 참모인 권성연 대통령실 교육비서관 임명에 이어 이번엔 오석환 씨가 교육부 요직인 기획조정실장에 올랐다. 두 사람 다 박근혜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한 전력이 있는 공직자다.

이번에 교육부 기획조정실장에 임명된 오석환 씨는 2015년 박근혜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하면서 비밀리에 만든 ‘국정화 비밀 TF’의 단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이후 위법한 TF 운영이 드러나 교육부의 중징계 대상에 올랐다.

그러나 오 씨에 대한 징계는 4년이 다 되도록 보류 중이다. 인사혁신처는 국정화 불법 추진과 관련한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오 씨의 징계를 4년째 보류하고 있다. 그 사이, 정권이 바뀌면서 ‘비위 공직자’가 징계받기는커녕, 더 높은 직급으로 영전한 것인데, 윤석열 정부의 인사 정책이 무엇인지 논란이 예상된다.

‘국정화 비밀 TF’ 단장이었던 오석환 씨, 교육부 기조실장으로 영전
교육부는 5월 18일, 교육부 기획조정실장에 오석환 씨를 인사 발령했다. 기획조정실장은 교육부 장·차관 다음으로 고위직이다. 교육부 장관이 제청하고 대통령실 인사 검증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오 씨는 이번 인사발령으로 국장(고위공무원 나급)에서 실장(가급)으로 영전했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오석환 실장은 과거 박근혜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을 위해 불법적으로 설치했던 ‘국정화 비밀 TF’의 단장을 지낸 것으로 확인됐다. 오 실장은 2015년 10월 5일부터 11월 5일까지, 약 한 달간 비밀 TF 단장을 맡아 청와대와 교육부의 상시 대책 회의, 국정화 홍보 영상의 부당 계약, 국정화 지지 여론의 조작 업무 등을 총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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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10월 27일,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교육부가 비공개로 운영하던 소위 '국정화 비밀 TF'가 야당 의원과 기자들에 의해 발각된 뒤, 오석환 당시 역사교육지원TF 단장이 취재진 앞에서 TF 운영에 대해 답변하던 장면.
앞서, 뉴스타파는 윤석열 정부가 국정 교과서 여론 조작을 주도해 교육부 경고 대상에 오른 권성연 씨를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으로 임명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교육비서관에 이어 교육부 핵심 보직인 기조실장까지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의 책임자를 앉힌 것이다.

2017년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팀’에서 활동했던 한 관계자는 오석환 실장과의 조사 과정을 이렇게 기억했다.

오석환 씨는 2017년 면담 당시, '공무원으로서 무조건 국가의 명령을 따르는 것이 곧 애국이라 생각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계속 해서 굉장히 충격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권력자 한 사람을 위해 교사, 학자들을 좌편향으로 몰며 온갖 선동 자료를 만들고, 권력자가 탄핵되기까지 무리하게 국정화를 추진했던 자들이 애국이었다고 말하고,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것을 보며, 매일 모멸감에 치를 떨어야 했습니다.
-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팀 관계자


오석환 실장이 이끌던 ‘국정화 비밀 TF’는 어떤 조직?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확정하는 행정예고를 일주일 앞둔 2015년 10월 5일. 청와대 지시를 받은 교육부는 몰래 ‘역사교육지원TF’를 만들었다. 이 비밀 TF는 교육부 청사가 아닌 서울 동숭동에 있는 국립국제교육원에 마련됐다.

2018년 발간된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 백서’에 따르면, 비밀 TF는 정부 규정과 절차를 무시한 편법으로 급조된 조직이었다. 외부 인력을 차출하고 동원하면서 해당 기관장의 허락도 얻지 않았고, 인사 발령도 따로 내지 않았다. 예산 집행도 교육부 역사교육지원팀 이름으로 편법 처리했으며, 예비비를 불법 사용하는 등 부당하게 회계 처리했다.

당시 청와대는 TF 운영에 청와대와 대통령이 개입돼 있다는 사실을 숨기라고 교육부에 주문했다. 철저히 비공개로 운영된 탓에 ‘역사교육지원 TF’는 ‘국정화 비밀 TF’로 불렸다. 그러나 이 비밀 TF는 활동 20여 일만인 10월 25일, 당시 야당과 언론에 의해 존재가 드러났고, 11월 12일 해체됐다. 2015년 당시, 뉴스타파는 서울 동숭동 비밀 TF팀 컴퓨터 화면에 청와대를 뜻하는 ‘BH’라는 글자가 들어간 폴더가 있는 장면을 포착해 비밀 TF팀이 청와대와 관련된 업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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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10월 26일, 뉴스타파가 보도한 ‘국정교과서 비밀 TF팀’ 직원의 컴퓨터 화면.
오 씨가 단장을 맡은 국정화 비밀 TF는 20명 남짓 구성됐다. 주로 청와대와 교육부 간 협의 창구 기능을 했다. TF에선 매일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과 교육부 관계자들의 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에서 청와대는 정부 편향적인 특정 업체와 국정화 홍보영상 계약을 체결하라고 교육부에 지시했고, 국정화 지지 여론을 조작하라고 주문했다. 당시 TF 단장이었던 오 씨는 청와대의 국정화 홍보 방향 결정 회의에 상시 참석했고, 청와대의 지시를 실행으로 옮기는 업무를 총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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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뉴스타파가 입수했던 소위 ‘국정화 비밀 TF’ 조직도와 업무 내용. 이 계획 안에 당시 국정화 비밀 TF가 했던 일이 상세히 나와 있다.
청와대 지시받고 국정화 홍보업체 부당 계약, 국정화 지지 선언 지원
‘국정화 비밀 TF’ 업무 중 크게 문제가 된 건 국정화 홍보 영상의 불법 수의계약 건이었다. ‘백서’에 따르면 교육부는 2015년 10월경부터 10월 12일경까지,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을 위해 배정받은 예비비 43억 8,700만 원 중 홍보비로 24억 8,000만 원을 편성·집행했다. 이 중 10억 9,000만 원을 당시 청와대 김상률 교육문화수석이 지정한 홍보대행사 등에 수의계약으로 맡겼다.

TF는 이 홍보대행사와 수의계약을 맺으면서 서면 계약을 사후에 진행하는 식으로 불법적으로 업무를 처리했다. 광고 제작비뿐만 아니라 지상파 3사 송출료 중 일부 금액(10~12%)을 대행사에 부당 지급하는 이면계약을 체결했고, 웃돈까지 줬다. TF에서 체결한 대부분의 광고 계약 금액은 건당 1억 원 이상이었지만 예산 집행 절차는 지키지 않았다. 1억 원이 넘는 계약일 경우, 교육부 실·국장의 결재를 받도록 한 ‘교육부 위임 전결 규정’을 위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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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국정화 비밀 TF에서 청와대가 지시한 홍보 업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해 제작한 국정교과서 홍보동영상 화면 중
역사교과서 국정화 행정예고(2015.10.12) 이후, TF는 집중적으로 여론을 조작했다. 대표적인 게 2015년 10월 16일 열린 ‘102인 지식인 선언’이다. ‘백서’에 따르면, 이병기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은 “2015년 10월 16일 국정화 지지 교수, 교사, 교육계 원로들의 지지 표명, 기자회견 등이 집중적으로 실행되도록 조치”하라고 교육부에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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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 지시사항 이행 및 대책(안) 중. (자료 :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 백서 39p)
2015년 10월 16일, 관련 행사가 실제로 열렸다.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지지하는 교수 모임’ 명의의 성명 발표와 기자회견이 그것이다. 역사 관련 교수들이 자발적으로 국정화 지지 선언했던 것처럼 꾸몄던 이날 행사의 배경엔 청와대와 국정화 비밀 TF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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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기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 지시에 따라 실행된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지지하는 교수모임’의 국정화 지지 선언 당시 장면.
뉴스타파가 입수한 진상조사 문건에 따르면, ‘102인 지식인 선언’의 기자회견 장소 섭외와 관련 유인물 제작 작업을 TF가 맡았다. 오 씨는 진상 조사에서 “교육부 차관 등 몇몇이 연락해서 들어온 (교수) 명단을 정리하고 유인물 만들어서 발표하는 분들에게 드리는 작업을 했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국정화 지지 102인’ 성명서에는 국정화에 동의하지 않은 학자들의 명단이 잘못 들어가 항의를 받는 등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교육부, 국정화 부당 홍보로 ‘중징계’ 요구…4년째 보류 중
정권이 바뀐 뒤, 역사 교과서 국정화 정책은 독재 찬양과 친일 미화라는 비판을 받으며 폐기됐다. 2017년 9월, 오 씨는 교육부가 꾸린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를 받았다. 조사 결과, 교육부는 2018년 6월 위법·부당한 행위로 범죄 혐의가 있던 청와대 관계자 5명, 교육부 관련자 8명 등 17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또 교육부와 소속기관의 고위 공무원 6명(중징계 2명, 경징계 4명)에 대한 징계 처분을 인사혁신처에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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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강득구 의원실에 제출한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 관련자 징계 현황. 오석환 기획조정실장을 제외한 사람들은 뉴스타파에서 임의로 익명 처리했다. (자료 : 강득구 의원실)
이렇게 교육부의 중징계 대상에 올랐던 2명 중 1명이 바로 오석환 씨다. 오 씨의 징계 요구 사유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홍보영상 제작비 및 방송료 집행 부당 △역사교과서 국정화 여론조사 부당 진행 등이다. 하지만 4년이 다 되도록 오 씨에 대한 교육부 징계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뉴스타파가 강득구 의원실과 협업해 입수한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 관련자 징계 현황’에 따르면,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는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오 씨의 징계 의결을 보류했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징계 의결이 보류됐다는 건 징계가 끝난 게 아니라 징계 요구가 계속 진행 중이라는 뜻이다. 결국, 교육부는 자신들이 중징계를 요구한 인사를 정권이 바뀐 뒤 제재하기는커녕 더 높은 직급(고위직 가급)으로 영전시킨 것이다.

뉴스타파는 오석환 교육부 기획조정실장에게 연락해 당시 비밀 TF의 운영이 공무원의 정당한 직무였다고 생각하는지, TF 위법 운영 등으로 중징계 요구를 받은 교육부의 처분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지, 당시 국정화 추진이 지금도 정당했다고 생각하는지 등을 물었다. 여러 차례 전화하고 문자를 보냈지만, 답변은 오지 않았다. 교육부에도 오석환 실장의 징계 의결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사 발령한 이유는 무엇인지, 징계 절차는 언제 재개되는지 확인을 요청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이번 인사를 두고 교육계에선 역사 왜곡 세력의 부활이라고 비판했다. 2018년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에서 활동했던 한 관계자는 “전 정부에서 당시 이들에 대해 제대로 처벌하지 않고, 면죄부를 주었기에, 충성스러움이 입증된 공무원들이 계속 요직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교육부 전직 공무원은 “윤석열 정부가 국정화에 부역한 대표적인 인물들을 영전시키는 걸 보면서 박근혜 정부가 했던 역사 왜곡 시도가 되풀이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권성연 교육비서관에 이어 교육부 기조실장까지 박근혜 정부 국정교과서 논란의 주역들을 교육 정책의 최정점에 앉혔는데, 이는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을 이념적으로 보겠다는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공정과 상식을 이야기했는데, 교육 고위직에 공정과 상식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사과하고, 교육비서관과 교육부 기조실장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타파 홍여진 sarang@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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