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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기록에서 살라 압도한 ‘진정한 득점왕’ 손흥민, 2연속 등정 열망[최규섭의 청축탁축(淸蹴濁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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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참으로 자랑스러운 ‘한국인’이다. 140년 한국 축구사(史)에 한 획을 그은 ‘전설’, 손흥민(30·토트넘 홋스퍼)이다.

희망봉이 아니었다. 버겁게조차 느껴졌던 꿈은 현실로 나타났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 그 누가 예상했으랴. 마치 편견이라는 듯 끝없는 열정을 불살라 세계 축구계의 으뜸인 EPL을 평정했다. 상상 세계에서 현실 세계로 박차고 나와 “마침내 올라섰노라!” 포효하는 ‘걸물’, 손흥민이다.

축구는 세계인의 공통 언어다. 발로 무엇인가를 참[蹴·축]은 인간의 본능적 행동의 하나다. 따라서, 축구와 비슷한 행위 또는 놀이는 인류사와 더불어 존재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이 맥락에서, 1863년을 원년으로 출범한 현대 축구는 전 세계인으로부터 가장 큰 사랑을 받아 왔다. 그중에서도 1992년 새롭게 닻을 올린 EPL은 제일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그리고 그 EPL 최고의 골잡이에게 주어지는 골든 부트(Golden Boot)를 거머쥔 ‘월드 스타’, 손흥민이다.

한국, 나아가 아시아 축구의 신기원을 열었다. 유럽 5대 리그, 아니 세계를 통틀어 가장 각광받는 무대인 EPL에서, 동양인이 주역을 연기할지 누가 상상했으랴. 결코 등정을 허락지 않았던 EPL 득점왕 고지에 짙게 드리워졌던 구름은 비로소 걷혔다. 6전7기였다. 2015-2016시즌 EPL에 도전의 발걸음을 내딛고 여섯 번 좌절의 쓴맛을 봤다. 일곱 번째 도전에 나선 2021-2022시즌, 드디어 해냈다. 정점에 ‘23(골)’을 아로새긴 ‘대한민국 사나이’, 손흥민이다.

종 기록에서 살라를 압도한 손흥민, 득점왕 2연패도 가능

신은 마지막 막에 이른 그제야 결말을 내놓았다. 그래서 더욱 극적 묘미를 자아낸 한 편의 연극이었다. 싱거운 듯했던 2021-2022시즌 득점왕 레이스 초반부 전개는 시나브로 격정의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려 들어갔다. 그 주역은 물론 손흥민이었다. 줄곧 앞서나가던 모하메드 살라(30·리버풀)는 자칫 ‘희생양’이 될 뻔했던 조역이었다.

갈수록 뜨거워졌던 득점왕 각축은 시즌 마지막 날(23일·한국 일자)에서야 승부가 가려졌다. 신은 누구의 편에 서야 할지 결단을 내리기 어려운 양 공평하게 손흥민과 살라의 손을 함께 들어줬다. 노리치 시티전에서, 손흥민은 후반 중반(25·30분) 연거푸 두 골을 터뜨리며 전세를 역전시켰다. 울버햄프턴 원더러스전에서, 부상을 딛고 후반 13분 교체돼 들어온 살라는 종반부(39분)에 한 골을 뽑아내 기울었던 저울추의 균형을 맞췄다. 홀로 누리던 ‘손흥민 천하’는 몇 분 만에 끝났다. 손흥민과 살라의 양분된 천하로 나타난 이번 시즌 득점왕 경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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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복선을 깔아 놓았다. 물론, 공동 득점왕인 만큼 득점 수는 똑같았다. 이처럼 겉으로 그려진 모양새는 형평을 이뤘다. 그렇지만 한 꺼풀 벗기고 들여다보면 손흥민에게 미소를 보냈음을 뚜렷하게 읽을 수 있다. 세밀한 기록과 순도를 바탕으로 했을 때, 손흥민이 살라를 압도한 시즌이었다.

먼저 팀 득점 공헌도에서, 손흥민이 살라에 훨씬 앞섰다. 손흥민이 터뜨린 골은 토트넘 전체 득점(69골)의 33.34%(표 참조)에 이른다. 이번 시즌 EPL 득점 10걸 가운데 단연 으뜸이다. 반면, 살라는 24.47%로 5위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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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도 면에서도, 손흥민이 단연 우위를 보였다. 손흥민이 23골 모두를 필드골로 장식한 데 비해, 살라는 페널티킥 득점이 5골씩이나 된다. 득점왕 다툼이 불꽃을 튀겼던 시즌 막판, 손흥민이 해리 케인이 도맡아 차는 토트넘의 페널티킥을 한두 개라도 차 성공시켰다면, 어떤 판도가 빚어졌을지 그 결과를 상상하기란 어렵지 않다.

골(슈팅) 성공률에서도, 손흥민은 살라를 압도했다. 총 슈팅 대비 성공률과 유효 슈팅 대비 성공률에서, 손흥민의 일방적 우세였다. 총 슈팅 성공률에선 26.75-16.55%로, 유효 슈팅 대비 성공률에선 46.94-38.34%로 10% 안팎의 우위를 보였다.

축구는 ‘골의 미학’이다. 따라서 골잡이는 슈팅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난사는 곤란하다. ‘절제’의 중용도 중요하다. 이번 시즌에, 살라는 35경기에서 모두 139개의 슈팅을 날렸다. EPL 전체 1위다. 골 욕심을 너무 냈음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손흥민은 같은 35경기에서 86개를 때렸다. 전체 10위다. 역설적으로, 슈팅의 다소와 상관없이 손흥민이 더욱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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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효 슈팅을 살펴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살라는 60개로 총 슈팅 대비 비율이 43.17%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손흥민은 49개로 56.98%로 월등히 높다.

두 명에게 돌아간 골든 부트는 2022-2023시즌 어떤 양상으로 빚어질까? 손흥민의 품에 안길 확률이 아주 높다고 전망할 수 있다. 왜냐하면 객관적 수치인 기록을 바탕으로 내린 예상이기 때문이다. 손흥민이 EPL 득점왕 2연패의 위업을 이룰 그 날이 벌써 그려진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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