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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대출 쉽게 권하는 빅테크…괜찮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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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맞춤형 대출' 포장하지만 실상은 '수익원' 금리 점점 올라가는데…위험경고 규제서도 사각 [비즈니스워치] 이경남 기자 lkn@bizwatch.co.kr

지인들에게 가장 받기 싫은 스팸 전화가 뭐냐 물으니 한결같이 '대출권유' 전화라고 한다. 통신사들의 정책에서도 나타난다. 통신사들은 일부 전화번호를 '대출권유', '스팸'으로 분류해 전화 수신자가 전화를 받기 이전에 차단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만큼 대출권유는 상대방을 성가시게 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출을 적극 권하는 곳이 있다. 카카오페이, 토스, 페이코 등 간편한 금융서비스로 시작해 고객을 끌어모아 금융에 깊숙이 발을 들인 '빅테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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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페이는 현재(23일)까지 69주째 대출지원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카카오페이를 통해 제휴된 금융사로부터 대출을 받으면 추첨을 통해 카카오페이 포인트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는 아예 '대출이자 지원중'이라며 대출을 권한다.

토스와 페이코는 카카오페이만큼 적극적으로 대출을 권유하고 있지는 않지만 자연스럽게 대출을 '고려'하도록 유인한다. 금융정보를 하나의 모바일 금융 앱에서 볼 수 있게된 이후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서비스인 '내 신용정보 확인'을 누르면 가장 인접한 곳에 '맞춤형 대출' 메뉴가 뜬다.

이들은 이런 대출 안내를 제공하는 것에 긍정적 의미도 부여하고 있다. 타 금융기관의 데이터를 가지고 올 수 있게 된(마이데이터 사업) 이후 고객의 소득, 금융정보를 한 번에 검토할 수 있어 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금리와 한도의 대출을 소개시켜 줄 수 있게 된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란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이들 회사들이 추천해주는 대출상품은 저축은행, 카드사, 캐피탈 등 2금융권의 대출이었다. 작년 9월 들어서야 일부 시중은행들의 대출상품을 취급하기 시작했다. 1금융권인 은행에서 대출이 가능했던 대출차주들에게 금리도 높고 신용점수가 크게 하락할 가능성이 큰 2금융권 대출상품을 소개해왔던 셈이다.

이제는 일부 시중은행들의 상품도 추천해주는 상품 라인업에 포함되긴 했지만 여전히 제2금융권 대출 중심이다. 빅테크가 자랑하는 '혁신'이라는 단어가 민망할 지경이다.

실제 기자가 사용해보고, 또 주변 지인들의 경험을 들어보니 빅테크 추천 대출 가운데 은행 상품은 많아야 5~6개다. 나머지 수십개는 2금융권 대출이었다.

심지어 한 지인의 경우 직장인 신용대출의 가장 기본적인 정보중 하나인 직장정보와 근속기간이 탄탄했으며(중견기업 10년 이상 근무), 기존 대출도 없고 밀린 카드대금도 없어 나이스, KCB 모두 신용점수 만점이었지만 2금융권 대출 추천이 많았다고 한다. 대한민국 경제주체 중 신용점수 0.1%에 해당하는 사람에게 2금융권의 대출을 추천해준 것을 '혁신'이라고 내세우는 셈이다.

빅테크 기업들의 대출 추천 서비스의 속내에는 금융소비자의 편의성과 금융혜택 확대보다는 기업의 수익성 확보에 무게추가 가있다는 생각까지 든다.

이들 빅테크 기업들은 '대출중개법인'으로 등록돼 있다. 은행연합회 대출성 상품모집인 조회 서비스에서 조회하면 카카오페이는 50곳이 넘는 금융회사의 대출중개법인으로 등록돼 있다. 토스의 정식 등록법인명인 비바리퍼블리카와 NHN페이코도 마찬가지다.

통상 대출중개인 혹은 대출중개법인이 제휴 혹은 계약관계에 있는 금융회사의 대출상품 판매의 중개 역할을 했다면 해당 금융회사로부터 대출금액의 일정 액수를 수수료로 받는다. 약 2%로 알려져 있다. 한명이 5000만원의 대출을 빅테크 기업을 통해 받는다면 그 기업은 금융회사로부터 100만원을 받는다는 얘기다. 포장은 '맞춤형 대출 추천'이지만 결국 수익사업이라는 얘기다.

일례로 올해 1분기 카카오페이는 카카오페이증권과 대출중개 등을 통해 238억11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리고 카카오페이 측은 IR자료를 통해 이를 "대출중개 서비스는 전분기 대비 매출 회복 추세가 확인되고 있다"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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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비즈니스워치


이렇게 빅테크가 제공하는 '맞춤형 대출 추천' 서비스에는 대출에 대한 '위험성 경고'도 전무하다. 금융 소비자를 전혀 배려하지 않고 있는 규제의 사각지대다.

이들이 추천해준 대출 상품에는 금리와 한도만 강조될 뿐 대출에 대한 경각심에 대한 그 어떠한 메시지도 찾아보기 힘들다. 대출을 내어주는 금융회사에서 제공하는 대출 약정서의 일부를 아주 작은 글씨로 '붙여넣기'해놓은게 전부다.

특히 한국은행은 앞으로 기준금리를 연이어 인상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이에 대출금리는 이미 상승세다. 대출차주들의 이자부담은 현재시점보다 크게 커질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속에서 빅테크 기업들은 100% 변동금리 대출 상품을 소개하면서도 지금보다 이자부담이 더 커질 것이란 경고는 전혀 하고 있지 않다. 대형 플랫폼 기업으로서도, 금융상품중개인으로서도 책임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이는 빅테크 기업 뿐만 아니라 금융당국의 책임도 있다. 금융사들에게 엄격한 잣대를 유독 빅테크 기업에게는 적용하고 있지 않다.

일례로 금융감독원은 금융회사나 기존 대출중개법인이 대출광고를 할 경우 '과도한 빚은 당신에게 큰 불행을 안겨줄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사용하도록 했다. 청소년들에게 대출 광고가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일부 시간대에 2금융권의 대출광고 중단도 했다.

이런 금융당국이 유독 빅테크의 대출 권유에는 무관심이다. 빅테크 기업의 주 사용자가 금융경험이 부족한 2030세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해할 수 없다.

특히나 가계부채가 1800조원을 넘어서면서 금융당국이 가계부채에 대한 경고를 연일 날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쯤 하면 금융당국의 무관심은 도를 넘는다. 무책임한 직무유기 수준이다.

자신의 재무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꼼꼼한 상환계획을 세워둘에만 때 대출은 경제 생활의 지렛대가 될 수 있다. 누군가의 권유나 유혹이 적어야 금융생활은 더 건강할 수 있다. 차주 스스로 현재 상황을 돌아보고 결정해야 할 문제란 얘기다. 대출을 쉽게 권유하는 빅테크들의 영업행태에 대해 해당 기업 스스로뿐만 아니라 금융당국 역시 다시 한 번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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