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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봉하마을 총집결한 與野… 尹대통령 “정치사에 안타까운 일” 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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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13주기 추도식 열려

與지도부 참석… ‘5·18’ 이어 파격 행보

이준석, 권양숙 여사와 별도 면담 가져

韓총리 “아직은 성숙한 민주주의 안 돼”

文, 눈시울 붉힌 채 별다른 언급없이 떠나

일부 선거후보들에 “반드시 이겨라” 격려

민주 강성 지지자, 박지현 위원장 공격

與인사엔 “당장 가라” 야유 쏟아내기도

세계일보

헌화하는 文 前대통령 내외와 여야 인사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인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추도식에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와 권양숙 여사(앞줄 왼쪽 세 번째), 정세균 노무현재단 이사장(앞줄 오른쪽) 등 내빈들이 참배와 헌화를 하고 있다. 이날 추도식에는 정부 측에서는 한덕수 국무총리(뒷줄 오른쪽 두번째)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뒷줄 오른쪽) 등이 참석했고,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 등 여야 정치인들도 대거 참석했다. 김해=남제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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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지도부가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13주기 추도식을 맞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집결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2017년 취임 첫해 이후 처음 추도식에 참석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 등 정부 측 인사들도 봉하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을 추모했다.

노무현정부 마지막 국무총리를 지냈던 한 총리는 추도식 후 기자들을 만나 “제도적으로만 민주주의를 가지고 있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정말 대화하고 타협하고 그야말로 국민을 위한 해결책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성숙한 민주주의”라며 “충분히 우리(사회)가 성숙한 민주주의가 됐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하기가 어렵지 않나 (싶다)”라고 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에게 각별한 위로의 뜻을 전하라고 했다면서 “노 전 대통령 서거는 우리나라 정치 역사상 굉장한 정말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런 말씀도 전해달라는 말이 있었다”고 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 등 여당 지도부도 이날 노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했다. 지난 18일 광주민주화운동 42주년 기념식에 현역 의원들이 사실상 전원 참석한 데 이어 ‘화합과 통합’ 메시지를 내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권 여사와 별도 면담도 했다. 이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지금은 지방선거 때문에 많은 분이 못 오셨지만, 오늘 같이 와 주신 의원님들처럼 노 전 대통령 기념행사에 자주 참여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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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추도식 나란히 참석한 여야 대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오른쪽)와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도식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해=남제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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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과 윤호중·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 박홍근 원내대표 등 야권 인사들도 대거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고위급 회의 일정상 참석하지 못했다. 대신 이날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한국 정치에 참 안타깝고 비극적인 일”이라며 노 전 대통령을 추모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드러낸 바 있다. 그는 지난 2월 제주 일정 중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추진한 노 전 대통령을 거론하며 “고뇌와 결단을 가슴에 새긴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잠시 울먹이는 모습을 보여 관심을 끌었다. 지난해 9월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노 전 대통령 추모곡으로 많이 불리는 이승철의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를 직접 불렀다. 그는 “대구지검에 있을 때, 5월23일 노 전 대통령이 돌아가셨다. 그때 내가 이 노래를 많이 불렀다”고 했다. 부인 김건희 여사가 “(윤 대통령이) 노무현 영화 보고 혼자 2시간 동안 울었다”고 발언한 통화 녹취가 공개되기도 했다.

묘소 참배를 마친 문 전 대통령은 눈시울을 붉힌 채 권 여사와 한 총리, 정세균 노무현재단 이사장, 노 전 대통령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 등과 악수를 한 뒤 봉하마을을 조용히 빠져나갔다. 문 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감회가 깊다”며 소감을 남겼다. 그는 2017년 추도식 때 “성공한 대통령이 된 뒤에 다시 찾아뵙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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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가운데)와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오른쪽)이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엄수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도식에서 참배를 마친 뒤 행사장을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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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에서의 앙금과 박 위원장을 향한 당내 강성 지지자들의 공격도 여전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를 향해 ‘수박’이라 하는 강성지지층과, 박 위원장을 향해 “내부총질을 그만하라”는 야유도 있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에게도 “당장 나가”라며 야유와 고함이 쏟아졌다.

앞서 이날 점심에는 문 전 대통령 내외와 권 여사,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과 정 이사장이 함께 도시락 식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석자들은 문 전 대통령이 정치 현안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문 전 대통령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를 묻는 질문에 “여러 말씀을 함께 나눴는데, 정치적 의미가 있는 말씀은 없던 것 같다”고 답을 피했다. 그러나 문 전 대통령이 일부 지방선거 후보들에게는 격려의 말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연 경기지사 후보는 이날 SNS에 올린 글에서 “문 전 대통령께서 ‘반드시 이겨라, 힘내라, 응원한다’고 말씀해주셨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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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 묘역에서 분향하고 있다. 공동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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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 추도식에 보수 정부 총리가 첫 참석한 데 대해 “국민 통합과 여야 협치에 있어서 일단 긍정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안일규 부산경남미래정책 사무처장은 “보수 정당의 추도식 참배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이라고 했다. 김영만 민주항쟁정신계승시민단체연대 상임대표는 “보수 정부 인사들이 참석하는 건 좋지만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배민영 기자, 김해=김현우·강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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