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7 (수)

민주당 복당 철회 양향자 "이재명·송영길 분노의 질주 멈춰야" [스팟인터뷰]

댓글 9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지난달 말 양향자 무소속 의원(광주 서구을)은 여·야 모두의 이목을 블랙홀처럼 끌어당겼다. 지난달 7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강행처리에 우군이 되어줄 것이라는 더불어민주당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법제사법위원이 된 그가 ‘졸속심사’를 비판하며 법안처리 반대 입장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양 의원은 검수완박 법안의 본회의 표결에서도 기권표를 던졌다.

중앙일보

양향자 무소속 의원(오른쪽)은 지난달 8일 민주당 주도로 법사위에 사보임됐다. 안건조정위가 열리면 민주당 편을 들거란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양 의원이 '비협조' 의사를 내비치자 민주당은 민형배 의원(왼쪽)을 '꼼수 탈당' 시켰다. 사진은 지난달 26일 법사위 전체회의 모습. 중앙포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달 19일 입장문에도 “이번 판단이 제 정치적 기반을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음을 잘 안다”고 했던 양 의원은 지난 18일 민주당에 냈던 복당 신청을 철회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바라는 민주당은 지금의 민주당이 아니다” “‘개딸’(이재명 극성 지지자)에 환호하는 민주당의 모습은 ‘슈퍼챗’(후원금)에 춤추는 유튜버와 같다”는 고언이 담긴 장문의 글을 SNS에 띄웠다.

중앙일보는 2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홀로서기’에 나선 양 의원을 만났다. 그는 “민주당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갖고 당의 잘못된 부분을 고민 끝에 담은 글”이라며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에 맞춰 한 문장 한 문장을 다듬었다”고 말했다.

Q : 2016년 1월 문재인 대표에게 영입될 당시의 민주당과 지금의 민주당, 뭐가 다른가

A : “표에 급급한 당이 됐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한 방향으로만 가고 있다고 국민에게 인식되고 있다.”

Q : 검수완박 법안 강행 당시 지켜본 민주당은

A : “저에게 죄가 있다면 검수완박 법안(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을 꼼꼼하게 보면서 부작용을 너무나 자세하게 알아본 것이다. 이런 문제점을 제기했을 때 의원 대다수는 제대로 답변을 안 하더라. 제가 국민의 시각에서 물어봤는데도 돌아온 것은 ‘법을 통과시켜놓고 해도 늦지 않다’ ‘닥치고 검수완박’이라는 답뿐이었다.”

중앙일보

양향자 무소속의원은 2016년 1월 문재인 대표(오른쪽) 시절 영입된 인사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상무 출신인 그는 삼성전자 최초 고졸 여성 임원이기도 했다. 중앙포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기획재정위 소속이던 양 의원이 법사위로 들어간 것은 안건조정위가 열리면 무소속 몫으로 들어가 ‘거수기’ 역할을 해줄 거란 민주당의 기대 때문이었다. 그러나 양 의원이 소신을 이유로 반대하자 의원단과 강성지지층은 “양향자가 배신했다”고 격하게 비판했다. 양 의원은 “법사위 사보임 당시에는 후원계좌에 ‘천사’를 뜻하는 1004원이 무수히 들어왔지만, 이제는 그걸 돌려달라는 사람까지 있다”고 말했다.

Q : 당의 의사결정이 강성 지지층에 좌우된다

A : “친야(親野) 유튜버들이 국회의원의 전화번호를 올리면서 ‘항의 문자를 보내라’고 선동하는 행위는 집단적 폭력에 해당한다. ‘이지메’(집단따돌림)와 다를 게 뭐가 있나. 그런데도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분들은 아무런 말이 없다. 오히려 거룩한 일처럼 포장하는 것은 당에 망조(亡兆)가 들었다는 의미다. 지지자들에게 욕을 먹더라도 ‘아닌 것은 아니다’고 말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선 패배 후 민주당 내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나

A : “민주당 내 상황은 ‘적과의 동침’을 하는 모습이다. 수면 위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당 내 서로 다른 세력들이 수면 아래에서 엄청난 갈등 양상을 보인다. 6·1 지방선거의 결과가 갈등이 표출되는 계기가 될까봐 걱정된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Q :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은 인천 계양을 후보직을 사퇴해야한다’고 발언했다

A : “지난 3월 대선 후보였던 분이 본인이 출마한 지역(계양을)을 놔두고 어떻게 선거운동을 다니겠나. 계양을 지역 분들에 대한 모욕이다. 이 후보와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 모두 ‘분노의 질주’를 하고 있다. 어떻게든 멈춰야 안에 있는 사람들이 살고 밖에 있는 사람들이 다치지 않을 텐데…. 지금은 브레이크가 고장난 채로 차를 몰고 다니는 형국이다. 지방선거가 열흘 남았지만 두 분이 지금이라도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2016년부터 줄곧 민주당 소속이던 양 의원은 지난해 7월 ‘보좌진 성비위 2차 가해’ 의혹으로 당 윤리심판원이 제명을 권고하자 최고위 의결 전 탈당했다. 경찰은 지난해 11월 그를 무혐의 처분했고 지난해 12월 복당을 신청했다. 하지만 이번 복당 신청 철회로 다시 민주당에 들어가긴 어려워졌다.

Q : 무소속으로 더는 광주 지역구 출마가 어려울 거란 전망이 있다

A : “검수완박에 대한 제 소신을 피력하면서 재선 도전에 대한 생각을 접었다. 최선을 다해서 임기를 마무리할 때까지 누구보다도 열심히 지역구민들을 위해 일을 할 생각만 하고 있다.”

Q : 여권 합류설도 있었다. 윤석열 정부의 입각 제의 등이 있다면 응할 건가

A : “요청이 오면 그때 생각해도 늦지 않을 거다. 국민의힘이나 윤석열 정부 내각으로 간다는 것은 제가 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 시점에서도 맞지 않은 얘기인 것 같다. 앞으로의 정치 행보는 제가 미리 결정하고 가는 건 아니다.”

Q : 야당이 결국 한덕수 국무총리 인준안을 가결했다

A : “여·야를 막론하고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바라야 한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윤석열 정부를 정성을 다해서 돕고 그 다음에 잘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