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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MT시평]전망이론 가치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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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종우 경제평론가]
머니투데이

이종우 경제 평론가


행동경제학에 '전망이론 가치함수'라는 것이 있다. 이익과 손해에 대해 사람들이 어떻게 느끼는지를 설명한 이론이다. 함수 그래프가 S자 모양이어서 이익이 났을 때 가치가 증가했다고 느끼는 부분보다 손해가 났을 때 가치가 줄어들었다고 느끼는 부분이 더 크다는 내용이다. 이 때문에 손실회피현상이 벌어진다. 손해를 볼 때 느끼는 고통이 더 크기 때문에 가격이 하락해도 처분을 미루는 것이다. 그러다 경제상황이 나빠지거나 위기가 발생해 시장에 공포가 커지면 매물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가격이 급락한다.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하락 이유로 많이 거론되는 게 금리인상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연말에 기준금리를 2.75~3.0%까지 올리겠다고 얘기했다. 한국은행도 처음 0.5%포인트 금리인상 가능성을 언급했다. 국내외 모두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상황이어서 큰 폭의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 유동성 축소도 부담이 된다. 연준이 2025년까지 자산규모를 3조달러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앞으로 3년반 동안 한 달에 950억달러의 유동성이 줄어드는 건데 시장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저금리와 유동성 공급은 짧게는 코로나 이후, 길게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자산시장을 지탱한 두 축이다. 큰 틀이 변하고 있으니 시장이 요동치는 게 당연하다.

경제도 문제다. 연준은 연착륙을 확신하지만 시장의 생각은 좀 다르다. 올 4월 이후 경기와 연동성이 강한 구리 가격이 20% 가까이 떨어졌다. 경기둔화로 인한 수요감소 우려 때문이다. 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높고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공급망 교란도 발생했다. 주식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계속 악화하는 것이다.

시장환경보다 주가에 더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심리적 공포다. 주가하락이 멈출 것 같지 않고 투자한 회사가 부도가 나 사라질 것 같은 공포가 시장을 압도한다. 미뤄온 손실회피가 이제는 매물이 매물을 부르는 형태로 바뀐 것이다.

상황이 좋지 않지만 간과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 있다. 주가가 상당히 내려왔다는 점이다. 코로나 발생 전 주가가 2250 정도였고 최근 2550까지 하락했으니 둘 사이 차이는 10%밖에 되지 않는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2017년 상장사 영업이익이 200조원을 넘었다. 그 덕분에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인 2600까지 상승했다. 2018년이 되자 상황이 급변했는데 경기가 꺾이면서 기업이익이 절반으로 줄고 그 영향으로 코스피지수도 1900까지 27% 하락했다. 지난해 7월 이후 현재까지 코스피 하락률은 23%다. 둘 사이 차이가 4%포인트밖에 되지 않는다.

가격이 낮은 것만큼 하락을 방어하는 데 유용한 재료는 없다. 아무리 좋은 환경이라도 가격이 높으면 힘을 쓰지 못하는 것처럼 가격이 낮으면 어떤 악재도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외환위기 직후 코스피지수가 너무 낮아 러시아가 채무지불을 유예하는 모라토리엄을 선언해도 주가가 하락하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주가가 상당폭 내려왔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이 동의할 것이다. 이 상태에서 공포는 과잉반응을 초래할 뿐이다.

이종우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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